11편.내가 보고 있는 걸

당신도 볼 수 있다면 좋을 텐데

2024. 9. 15.

11편.내가 보고 있는 걸

잘 안보이시나요?

오늘 날짜 2024.09.16 월

그르노블 날씨 다들 감기에 걸렸어 조심!

오늘의 도시락 참치마요밥

오늘의 달 🌔 달이 엄청 크다구!

16/9 Lun.

내가 보고 있는 걸 당신도 볼 수 있다면 좋을 텐데

붉은 산을 본 적 있어?

해가 꽤 짧아졌어.

그래도 이곳은 8시쯤 해가 넘어가. 높은 건물은 없지만 그대신 높은 산으로 둘러싸인 곳이라 도시와 건물들에 균등하게 노을의 빛이 드리워지지는 않아.

특히나 내 방은 동쪽으로 창이 나 있어서 해가 뜨는 모습만 보이고, 지는 순간은 포착할 수 없어. 내가 하루 중 가장 좋아해 온 시간인데도 말이야.

주말에 오후 내내 바쁘게 움직이다가 낮잠을 자고 일어났어.

물이랑 음료수를 사러 동네 마트에 나갔는데 처음 이곳에 왔을 때보다 해가 짧아진 것을 실감했어. 항상 마트가 문닫기 직전에 갔거든.

그리고 집에 오는 길에는 영화 시작 전에 나오는 파라마운트의 산 같은, 아주 붉은 산을 보았어.

한쪽엔 달도 떠 있었고, 그것도 아주 큰 달이.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나누고 싶어.

그걸 볼 때나 할 때의 감정들이 나를 벅차오르게 해. 그러면 저절로 미소를 짓게 돼.

이게 행복인 걸까? 그래서 나는 이 순간을 최대한 글로 남기고 싶었어.

우리가 어떻게 행복해 질 수 있을까?

같은 날 집에 돌아와서 영화 『리플리』를 보았어.

남의 인생을 훔쳐서 자신과 그 사람의 신분, 두 가지로 살아가는 ‘톰 리플리’가 주인공이야.

가난한 출신인 톰을 재벌가의 인물들이 무시하는데 유일하게 한 사람만이 그에게 다정하고 친절하지. 그러나 자신의 정체가 밝혀질 위험에 처하자 톰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봐주었던 사람을 제거하려고 해.

그를 죽이기 전, 톰은 그에게 자신의 좋은 점이 무엇인지 물어. 그러자 상대는 이런저런 것들을 나열하다가, “톰,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좋은 점이죠.”라고 말해.

사랑하는 사람은 항상 자신이 무엇을 보고, 왜 사랑하는지 말하고 싶어하는 것 같아. 그 사랑의 대상이 사람이 아니어도 말이야.

그리고 그 상대가 사람이라면, 그 사람의 아름다움을, 내가 그 사람을 사랑하는 이유를, 상대가 느끼지 못한데도 계속해서 알려주고 싶어하지.

나는 그래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항상 예쁘다고 말해.

아름다운 것과는 다른 차원의 애정이야.

아름다움이 숭고라면, 예쁘다고 여기는 건 내 마음이야.

코멘트.

🐶나도 같은 생각이야. 어째서 꿀 빤다는 표현이 나온 걸까? 각자의 자리에서 너와 나로, 주어진 삶을 성실히 살아가는 우리 존재 응원해❤️

‘꿀빤다’ 글에 남겨줬던 코멘트야! 성실성…내게 정말 부족한 덕목이야. 그래서 나는 성실한 사람을 동경해. 이런 단어들을 많이 찾고 싶어. 열망, 동경, 총애, 희구, 황홀, 희열, 촉망, 존엄, 추동 등등. 이 코멘트를 읽은 모두들 힘내!

🐱누군가 내게 자신이 날 얼마나 사랑하는지 내가 몰라야 진짜 사랑이라고 했어. 그건 무슨 마음일까? 같은 날 시간이 된다고 하면 더 사랑하는 쪽을 먼저 만나겠지? 라는 것도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겠지. 어쩌면 기적일지도 몰라. 무작정 나를 사랑하고 나를 늘 우선순위에 두었으면 하는 사람이 정말로 비밀스럽게 나를 깊이 사랑하는 일 말이야.

누군가 나를 좋아한다는 말을 들으면 어때? 나는 어떤 때에는 싫고, 어떤 때에는 좋아. 근데 그게 이전에 그 상대에게 어떤 감정이 있던 것도 아닌데도. 기적은 우연인걸까? 비밀스럽게 나를 깊이 사랑하는 사람은 정말로 티가 나지 않는걸까? 지금 그 상태로도 우리는 만족할 수 있을까?

🐭왜 누군가에게는 털어놓을 수 있는 슬픔이 누군가에게는 전할 수 없게 되는 걸까? 내게 기대줬으면 하는데 믿음직스럽지 못한 걸까?

나는 이런 경우가 있었어. 나는 다 괜찮은데 상대는 내게 버거운 짐을 안겨줬다는 죄책감과 미안함이 있으면서도, 또 동시에 내가 그 무게에 눌려 자신에 대한 감정이 바뀔까봐 무서워서 괴로워 했어. 결국엔 그 친구가 나한테서 도망을 간 것처럼 되었는데, 그때의 나는 버림받았다고 느꼈던 것 같아. 상대는 어떻게 맨날 괜찮을 수 있냐면서 이런 나의 사랑을 이해하지 못하더라고. 글쎄, 온전한 사랑에도 의심이 피어나는 걸. 그래서 나는 가끔 의심이 너무나 슬퍼.

레터를 쓰는 일은 즐거워.

오늘은 무슨 말을 할까 궁금하고, 코멘트에 답장을 남기는 건 카미노트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이야!

재밌는 건, 내가 아무리 어떤 주제들을 갖고 미리 글의 틀을 잡아놓는다고 해도, 막상 레터를 쓰기 시작하면 그날 있던 일과 영화, 책을 보면서 했던 생각들 때문에, 아니면 내가 좋아했던 것들을 나누고 싶은 마음에 글을 새로 쓰고 있다는 거야 하하. 그래도 즐겁게 쓰고 있어!

안녕, 어여쁜 사람, .

당신에게도 너무나도 사랑해서 이야기하지 않고는 못배기는 게 있어?

해피 추석!

😎

✨카미노트에 남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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