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주말은 어떻게 보냈어? 오늘 날짜 2025.1.6. 월
오늘의 사진 크로아티아에서 만난 설경이야.
오늘의 날씨 세르비아를 지나면서 이번 겨울 처음으로 눈이 내리는 모습을 직접 보았어.
곧 도착할 프라하에도 일요일 내내 눈이 내렸대.
갑자기 이렇게나 달라진 날씨에 잘 적응하길!
오늘의 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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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키비키 소피아🍀
나는 운이 좋아.
이게 뒷받침 되려면 우선, 안 좋은 일들이 일어나야 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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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번째 카미노트, 올해의 첫 월요일 레터를 쓰는 지금 나는 체코의 수도, 프라하에 가는 중이야.
원래대로라면 세 시간 전에 도착해서 여유롭게 노트를 작성했을텐데…분명 발송시각을 넘겨서 숙소에 도착할 것 같으니 아쉬운 완성도를 뒤로 하고 우선 레터를 보내.
왜 이렇게 늦었냐고?
그래, 그 이야기를 하자면 참 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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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나는 비자 문제로 이스탄불에 오게 되었어.
EU의 국가들은 ‘솅겐 협약‘이라는 걸 맺어서 각 나라 사이의 국경 검문을 철폐하고 연합 주민들의 이동을 용이하게 했어.
그 결과 현재는 EFTA의 가입국들까지도 이 솅겐 협약에 가입해 자국민의 출입국을 자유롭게 할 뿐 아니라 외국인들의 출입국을 장려해 관광수익의 증가를 노렸어.
하지만 유럽에 난민들이 계속해서 늘어난다는 것과 그들이 사회적인 문제를 일으킨다는 뉴스를 자주 접했을 거야. 때로는 불법체류자들이 국경을 넘어 다른 나라로 이동하기도 하지. 그래서 솅겐 조약이 적용되는 나라들은 그렇지 않은 나라들보다 입국 규정이 강한 편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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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총 두 번의 버스를 탔고, 첫 번째 버스는 터키에서 불가리아 국경을 넘어야 하는 루트였어.
나는 몰랐지만 우리 버스에 타고 있던 우크라이나 사람 한 명이 터키에서의 출국이 불발되었고 버스에서 승객들 수를 세던 예비 기사들이 그 사람이 없다는 걸 생각하지 않고 불가리아 국경을 지나 그대로 우리는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던 거야.
잘 가던 우리를 경찰차가 막아 세웠고, 모든 승객들에게 신분증이 있는지 물었어. 그 다음엔 또 뭔가 문제가 있다고 이야기를 하더니 버스는 방향을 틀어 왔던 길의 맞은편 도로, 즉 우리는 다시 터키로 향하게 되었어.
아까 내렸던 우크라이나 승객이 이 차에 짐을 놓고 내렸다는 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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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 승객들은 그저 지치고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이었지만 나는 달랐어. 이 버스의 종착지인 소피아에서 2시간 45분 후에 프라하로 가는 버스를 다시 타야 했거든.
사람들이 입을 모아 말했어.
“너 그 버스 절대 못 타. 여기서 최소 세 시간은 걸리는데 지금 시간 이미 5시고, 게다가 우린 돌아가고 있잖아.“
그렇게 우리는 불가리아의 입국 지점까지 되돌아갔어.
일은 잘 해결되었어.
알고보니 우리가 불가리아의 국경을 넘었던 시점은 현지 시각으로 5시가 아닌 4시였던 거야. 터키에서 출발했던 버스에는 그 시간이 그대로 바뀌지 않아서 다른 시간대로 넘어왔다는 걸 인지하지 못했던 거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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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아에는 결국 40분 정도의 여유를 두고 도착할 수 있었어.
내리자마자 내 근처 자리에 앉았던 터키 친구와 벨라루스 아주머니에게 인사를 했어. 그랬더니 갑자기 아주머니가 나에게 물어보셨어.
“너, 여기 돈은 조금 있니?”
없다고 대답했지. 나는 여기 고작 두 시간 남짓 머무르려고 했고, 필요한 물품은 마트에서 구매하려고 했으니까.
없다고 대답하니 아주머니는 갑자기 아주 빳빳한 10레우(불가리아 화폐단위)를 주셨어.
“이거면 간단히 요기도 하고 화장실도 갈 수 있을 거야. 프라하까지 잘 가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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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약한 사람들을 사랑했어.
하지만 내가 말하는 약한 사람들은 어찌보면 선택적으로 약한 상황에 놓인 게 아닌 사람들이야. 그리고 그들이 삶의 의지를 회복할 수 있기를 바랐어.
하지만 내가 만난 진짜 약한 사람들은, 본인에게 문제가 있는지도 모르고 남에게 의지하려는 사람이었어. 문제를 인식하지도 못했다는 점에서(사회적인 시선과 취급은 또 별개의 문제겠지만) 어찌보면 더 약한 존재인 것이지. 자신을 성찰할 줄 모르는 무지가 안쓰러운 것이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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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는 이런 무지한 사람들을 부러워하기도 했어. 타인에게 도움을 받기를 기대하는 삶은 얼마나 편할까, 하면서. 어찌보면 그들을 경멸한 것일수도. 그들을 연약한 게 아니라 나약하다고 규정하면서.
하지만 이 모든 것을 이긴 동정심이 등장했어.
누군가는 내가 그렇게 보이지 않더라도, 나는 스스로 도움이 필요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여길 때에도, 나를 동정하고 불쌍히 여겨서 손을 내밀었어.
환승 버스를 타면서 이전 버스에 같이 있던 헝가리 학생들에게 이 이야기를 했더니 믿지 못하더라고.
“그 사람이 너한테 돈을 왜 준 건데?”
“나도 몰라. 내가 불쌍해 보였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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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약하다고 말하며 그저 비난했지, 실제로 동정하는 법은 몰랐던 거야. 연약한 사람에게 도움을 줄 생각은 않고 그 사람의 잘잘못을 따지기 바빴어.
역시 사람은 과거의 자신을 계속해서 죽여가며 성장하나 봐.
나는 성장한 것일까?
그렇게 믿고 싶어, 39시간이 넘는 길고 긴 여정의 끝에서.
그러니 내가 운이 좋은 것은, 나를 동정하는 사람들을 계속해서 만나게 된다는 것이고, 내가 그만큼 약하다는 것이고, 그럼에도 이 삶과 내게 도움을 주는 사람들, 내가 도움을 줄 사람들까지도 사랑해야 한다는 것이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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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어?
나는 어릴 적 내가 책에서 읽었던 곳들을 가보고 있어.
학교에서 배웠던 아야 소피아가 궁금했고, 사막을 직접 밟고 싶었어.
쏟아지는 별들을 눈에 담길 원했고, 그들의 기후를 피부로 느껴보는 게, 정말 이루어질 수 없다고 생각했으나 막상 해보면 별거 아니었던, 하지만 이걸 삶에서 해내기엔 안정적인 것들을 포기해야 했던, 그런 목표들이었어.
언제 이 삶이 멈출지 모른다는 생각을 해.
그래서 누군가, 내가 책임져야 하는 관계를 만들기보다는 자유롭게, 일단 내게 집중하며 아직 스스로의 욕심이 끝나지 않아서 이곳저곳 돌아다니면서 방황을 해.
그러다가 생각지도 못한 손길들을 만나.
내가 처한 환경이 어렵다는 것도 모르는 채로, 그들은 나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그러면 나는 또 따스해져.
다시 용기를 얻고, 다른 사람을 따스하게 만들고 싶어.
나의 사랑은 그렇게 모르는 사람에게서 시작되어 나를 만나는 사람들에게로 향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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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 「서시」
어느 날 운명이 찾아와
나에게 말을 붙이고
내가 네 운명이란다, 그동안
내가 마음에 들었니, 라고 묻는다면
나는 조용히 그를 끌어안고
오래 있을 거야.
눈물을 흘리게 될지, 마음이
한없이 고요해져 이제는
아무것도 더 필요하지 않다고 느끼게 될지는
잘 모르겠어.
당신, 가끔 당신을 느낀 적이 있었어,
라고 말하게 될까.
당신을 느끼지 못할 때에도
당신과 언제나 함께였다는 것을 알겠어,
라고.
아니, 말은 필요하지 않을 거야.
당신은
내가 말하지 않아도
모두 알고 있을 테니까.
내가 무엇을 사랑하고
무엇을 후회했는지
무엇을 돌이키려 헛되이 애쓰고
끝없이 집착했는지
매달리며
눈먼 걸인처럼 어루만지며
때로는
당신을 등지려고 했는지
그러니까
당신이 어느 날 찾아와
마침내 얼굴을 보여줄 때
그 윤곽의 사이 사이,
움푹 파인 눈두덩과 콧날의 능선을 따라
어리고
지워진 그늘과 빛을
오래 바라볼 거야
떨리는 두 손을 얹을 거야.
거기,
당신의 뺨에,
얼룩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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