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무거운 나머지 그만, 오늘 날짜 2025.1.7. 화
오늘의 사진 오랜만에 다시 프라하에 왔어.
이곳은 여름이든 겨울이든 비슷한 분홍빛의 노을을 간진하고 있어.
오늘의 날씨 오후에 따뜻해진 날씨에 '프라하 별 거 아니네!'라고 생각한 게 무색하게 저녁 식사를 하러 갈 때 벌벌 떨었어. 처음으로 유럽 땅을 밟아본 나의 친구는 왜 사람들이 다 모자를 쓰고 있는지 알 것 같다고 말했어.
오늘의 달 🌓 |
|
|
가벼움의 행복
/는은 물건을 잘 안버리고 간직하는 편이야?
나는 이사를 자주 해서 그런지 최소한의 물품만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가도 가끔씩 내 물건들이 쌓여 있는 것을 보면 어지럽고,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를 정도로 난감한 경우가 생기고는 해. |
|
|
나는 12월 31일에 네 달을 넘게 지냈던 집을 정리했어.
현지에서 조달했던 식기나 침구를 제외하고 한국에서 가져왔던 옷가지와 난방용품, 순례길 용품들은 다시 고스란히 나의 캐리어 안으로 돌아왔어.
분명 나는 그르노블에서 총 세 켤레의 신발과 체크셔츠 하나, 다수의 반팔과 긴팔, 한국에서 공수해온 식료품까지 비워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프랑스에 올 때의 캐리어의 무게와 지금의 무게가 동일했어. |
|
|
우선 나는 비자 문제로 이스탄불에 오게 되었어.
EU의 국가들은 ‘솅겐 협약‘이라는 걸 맺어서 각 나라 사이의 국경 검문을 철폐하고 연합 주민들의 이동을 용이하게 했어.
그 결과 현재는 EFTA의 가입국들까지도 이 솅겐 협약에 가입해 자국민의 출입국을 자유롭게 할 뿐 아니라 외국인들의 출입국을 장려해 관광수익의 증가를 노렸어.
하지만 유럽에 난민들이 계속해서 늘어난다는 것과 그들이 사회적인 문제를 일으킨다는 뉴스를 자주 접했을 거야. 때로는 불법체류자들이 국경을 넘어 다른 나라로 이동하기도 하지. 그래서 솅겐 조약이 적용되는 나라들은 그렇지 않은 나라들보다 입국 규정이 강한 편이야. |
|
|
아마도 새롭게 추가된 액체류와 책, 새로 산 겉옷의 비중이 크지 않았나 싶어.
이 25kg에 달하는 짐을 끌면서 이스탄불을 거쳐 프라하에 도착했어. 물론 이 캐리어를 제외하고도 전자제품들이 들어있는 배낭과 당장 교통수단에서 보내기 위해 간식들을 넣어놓는 에코백도 동반되었어.
이스탄불을 거치며 깨달았지. 도저히 이 짐을 들고서는 다른 나라들을 거칠 수 없겠다고.
그래서 결심했어, 프라하에서 한국으로 일부 짐을 부치기로. |
|
|
그런 내 캐리어에서 나온 게 뭔지 알아?
옷가지들이 당연히 큰 부피와 무게를 차지했지만, 스스로 제일 어이가 없다고 느꼈던 것은 바로 한국에서 가져왔던 스테인리스 식기였어. 엄청 좋은 건 당연히 아니고, 그저 이케아에서 산 여러 벌들 중 한 벌의 숟가락, 포크, 나이프와 여분 포크, 다이소에서 구매한 수저 한 벌일 뿐인데, 나는 그걸 버리지 못하고 미련맞게 프라하까지 가져왔어.
심지어 프랑스 리옹에서 터키 이스탄불로 갈 때에는 캐리어의 무게가 내가 신청한 20kg을 한참 초과해 추가요금을 지불해야 했던 상황이었는데도 말이야.
그리고 틈틈이 사모았던 자석들도 한 몫을 차지했어. |
|
|
나름 필요한 것들만을 누린다고 자부하고 살아왔는데, 그저 아집에 불과했다는 걸 다시금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지.
게다가 오늘은 친구가 도착해서 함께 짐을 풀어봤는데, 서로가 서로에게 ‘그런 건 왜 가져 온 것이냐’며 핀잔을 주더라고.
그러니까, 나는 나대로 필요없는 짐들을 낑낑대며 이고 다녔던 것이고, 내 친구도 나와 마찬가지로 자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지고 오느라 고생깨나 했던 것이지.
그래서 이 글은 한국으로 보낼 것들과 버릴 것들, 혹은 다른 사람에게 양도할 것들을 정리한 후에 적게 되었어. |
|
|
순례길에 이미 들어선 기분을 잠시 느낄 수 있었어.
그곳에서는 필요가 일상이 되고, 삶에서 아주 간절하고 필수적인 필요들이 곧 일상에 적용되거든.
그러니까, 말하자면 그곳엔 부조리가 존재할 틈이 없는 것이지.
순례길에서의 나는, 필요한 만큼만을 먹고, 필요한 만큼만을 입고, 필요한 만큼만을 들고 다녀.
그곳에서 잉여가 발생한다면 그건 미래의 나를 위한 저장이 아닌 바로 타인에게의 양도로 이어져.
내 짐이 너무나 무겁거든. 나에게는 그걸 견디는 부담감이 타인에게 그것을 넘기는 아쉬움보다 더 크거든. |
|
|
한국에 돌아간다면 다시 한 번 오래된 짐들을 정리하려고 해.
나는 물건을 오래 사용하는 것이 좋은 것이라고만 생각해왔는데 결국 내가 영위할 수 있는 삶만을 최대한으로 누리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최고의 가치라는 생각이 드는 것 같아.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하는 한해가 되길! |
|
|
💙
25kg 캐리어를 끌고 도시를 쏘다녔던 손의 최후야.
보통 나의 한계는 23kg 남짓이었어.
21kg부터는 제대로 들지도 못하지.
그런데 웬걸? 체력이 더욱 떨어졌다고 느꼈는데 근성은 더 자랐나 봐!
하지만 무리한 욕심에 불과하단 걸 알아.
이젠 어느 정도 떠나보낼 때가 온 것이겠지.
그대로 가다간 탈이 나고 말 거야.
우리 계속해서 글을 쓰고, 이야기를 나누고, 대화를 하며 같이 비워내고 가벼워지는 연습을 하자.
🌅
✨카미노트에 남기기✨
⬇ |
|
|
Harry Styles - Music For a Sushi Restaurant
요새 겨울이라고 계속 잔잔한 노래만 추천했던 것 같아서!
최근에 이스탄불을 거닐면서 들었던 음악을 추천할게.
경쾌한 리듬감과 너무 들뜨진 않는 바이브가 좋아서 나도 모르게 리듬을 타게 되는 곡이야!
이번 주가 너무 무겁지 않기를 바라며! |
|
|
✨1월 카미노트 구독✨
그리고, 받아보는 이름 바꾸기!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