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마지막 레터! 오늘 날짜 2024.11.29 금
오늘의 날씨 흠 요새 날씨는 딱 적당히 살기 좋아!
오늘의 사진 몇 년 전 갔던 포르투의 노을을 보내.
처음엔 '포르투'가 '포르투갈'의 줄임말인줄 알았어.
여행을 다니다보면 한국인들이 긴 도시의 이름들을 줄여 부르는 걸 자주 듣게 되거든.
오늘의 달 🌘
그리고 12월 구독신청은 이번 주말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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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 속의 외침
인터스텔라를 보기 시작했어.
10년도 더 전에 이 영화를 처음 봤던 순간이 떠올랐어.
우주에 이르자 고요해지던 우주선 속 분위기.
진공 속에 들어있다는 걸 여실히 느끼게 했어.
높은 곳에 올라가면 귀의 압력이 달라지잖아?
그러면서 소리를 뺏긴 것 같은 느낌, 그게 영화에서 구현되었어. 나는 이때를 기점으로 영화에서 소리와 음악의 중요성을 실감하기 시작했던 것 같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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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력이 나쁜 사람들은 다른 감각이 발달하기 마련이래.
나는 어릴 때부터 소리를 잘 듣고, 맛을 잘 구별할 줄 알았어.
사람들의 외모보다는 목소리를 기억하고, 특유의 발소리를 익혔어. 나눴던 대화를 음성적으로 기억하곤 해. 그래서 언어공부에 말하기와 듣기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도 알고 있지!(근데 나는 정작 말을 못한다는 게 함정!)
어떤 얼굴보다도 나에게 말을 건네는 목소리와 그 톤이 떠올라, 그리고 그때의 감정에 사로잡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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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간 외국에서 지내면서 가장 이질적이고, 그럼에도 익숙해진 건, 프랑스 식으로 불리는 내 이름이야.
프랑스어에는 한글 ㄹ에 대응되는 발음이 r과 l가 있는데, 그 중에서도 내 이름에 사용되는 r은 프랑스어에서 우리말 ㅎ과 같은 발음을 내.
프랑스의 수도, 파리는 '파히'가 되고, 널리 알려진 빵 크로와상은 '크화상'이라고 읽어.
내 이름 역시 '나하'처럼 불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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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우리 반 선생님을 참 좋아해.
학생들이 말 없이 결석을 하더라도 그것에 전혀 연연하지 않으시더라고. 각자 바쁜 일이 있다는 걸 아니까 너그러이 넘어가셔.
그런 선생님이 나를 ‘나하’라고 부르기에, 나는 앞으로 내 프랑스식 이름을 떠올릴 때면 자연스레 그 선생님을 떠올릴 거야. 아니면 선생님이 부르는 내 이름이 생각나겠지, 그 목소리 역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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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생각들을 되짚어 보다보니, 예쁜 말을 사용해야 겠다고 생각했어.
내 목소리로 내뱉은 단어들을 기억하게 되니까, 더 좋은 말들을 사ㅛ
나는 정제된 단어들을 사용해 말을 할 수 있지만, 그것 역시 소모적이라고 생각해 이따금 참 경박하고 저급한 말투를 사용할 때가 있어. 좋은 습관은 아니야. 한번 입에 배면 이 물을 빼기가 쉽지 않거든.
인터넷 세상에는 자극이 넘쳐나. 자극적인 콘텐츠와 말투, 극적이고 과한 리액션들이 쾌감과 웃음을 안겨줘.
그것이 일상적이지 않기 때문이야. 일상적이고 상투적인 걸 일상적으로 풀어내지 않기 때문에, 혹은 너무도 일상적이지 않은 것들을 친근하게, 그것을 우리 옆에 가져다 놓으려고 하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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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버나 크리에이터 같은 직업은 결국 다른 사람과 얼마나 다르게 말을, 즉 표현을 하는 지에 따라 그 역량이 좌우되는 것 같아.
자극적인 에세이들을 보는 것 같달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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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들에게도 인터스텔라 속 장면과 같은 고요가 찾아올까? 계속 말에 둘러싸인 사람들에게도? 그 사람들은 고요와 안식을 원할까? 겨울을 살고 싶을까?
아니면 계속 쉬지 않고 무언가 말하고 싶은 걸까?
우리에게는 이따금 말하지 않고서는 못 넘어가는 것들이 있으니까. 그들은 그걸 말할 능력의 축복과, 그것을 말해야만 살 수 있는 저주가 있는 걸까?
그렇다면 말을 많이 하는 사람들은, 고요 속에서 누구의 목소리로, 어떤 단어를 떠올릴까?
, 지금 떠오르는 목소리와 그 목소리가 말하는 단어는 무엇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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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 수업에 결석했어.
햄스트링을 다친 뒤로 스트레칭도 할 수 없어서 몸이 뻣뻣해지는 것 같아.
오늘은 기지개를 켜는데 가슴뼈가 뒤로 젖혀지는 느낌이 시원하지 않고, 오히려 아픈 거야!
큰일이라고 생각했지. 자주자주 뻗어줘야겠어!
카미노트가 반을 넘겼어!
다 같이 읽어준 덕분이야.
다음 달에는 마드리드에 다녀오려고 해.
그 전에 모든 것을 끝내야 하지만, 가서 또 많은 이야기를 가져올게!
기다려줘!
고맙고, 다음 달에 또 만나💙
😎
✨카미노트에 남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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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하연 - 「무반주 계절의 마지막 악장」, 『피아노』
바람이 눈을 쌓았으니
바람이 눈을 가져가는 숲의 어떤 하루가
검은 창의 뒷면에서 사라지고
강바닥에서 긁어 올린 밀랍 인형의 초점 없는 표정처럼
나무나 구름이나 위태로운 새집이나
모두 각자의 화분을 한 개씩 밖으로 꺼내놓고
그 옆에 밀랍 인형 앉혀놓고
여긴 검은 창의 경계
얼어 죽어라 얼어 죽어라
입을 떼도 들리지 않는 숲의 비명
뒷면들마다 그렇게 모든 뒷면들마다
입 맞추며 먼 강의 물속으로
가라앉으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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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카미노트 구독✨
그리고, 받아보는 이름 바꾸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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