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조심! 오늘 날짜 2024.11.28 목
오늘의 날씨 8시가 지나야 해가 뜨고, 4시면 어두워져서 살짝 아쉬워?
오늘의 사진 내가 매일 산 사진만 보내서 식상하지?
하지만 저 빛의 색이 바뀌는 모습은 언제나 황홀해.
내 하루 중 가장 좋은 걸 보여주고 싶어!
오늘의 달 🌘
그리고 12월 구독신청이 시작되었어!
11/30 자정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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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만 있다면 저속 노화
일주일에 적어도 한 권의 책을 읽거나, 한 편의 영화를 보려고 하고 있어.
무슨 일이 있더라도 집에서 스마트폰 화면을 보며 시간을 죽이는 일은 줄이고 싶어.
이번 달에는 매월 하는 독서모임이 쉬어가기도 하고,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있는데다가 레포트까지 제출해야 해서 부담이 되었지만, 그래도 누군가의 생각을 읽고 다시 사유하기를 멈추지 않으려고 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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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최진영의 소설 『해가 지는 곳으로』를 읽었어.
(친구한테는 『해가 지지 않는 곳으로』라고 말해서 잠시 혼선을 주었어!)
워낙 몰입감 있게 글을 쓰는 작가고, 분량도 나쁘지 않아서 단숨에 읽었어.
내용은 의문의 바이러스가 전세계에 창궐하고 국가가 붕괴된 상황에서 한국을 탈출한 후, 러시아에서 사람들이 만나고 헤어지며 겪는 이야기야.
인물들은 각자 바이러스로, 혹은 간접적인 이유로 가족을 잃고 러시아를 떠돌고 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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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 이 사태에 취하는 태도도 다양해.
귀가 들리지 않는 어린 동생을 지켜야 하는 ‘도리’.
가족들을 태우고 이동하는 탑차에 가족이 아닌 사람들을 태우려는 ‘지나’.
대륙을 지나 아프리카 바닷가에서 살고 싶은 ‘건지’.
남편, 아들과 함께 자동차로 이동하는 ‘류’.
이중 어떤 인물들은 추운 겨울의 러시아에 봄이 찾아오고 상황이 나아질 거라고 생각하기도, 더 나은 곳에 가길 바라는 꿈을 꾸기도, 빨리 어른이 되어 누군가를 지키기도, 자신이 진실로 좋아하고 지키고 싶은 게 무엇이었는지 깨닫기도 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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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계속해서 반복되는 말은,
"살아만 있다면"
살아만 있다면, 우린 어디에서든, 어떤 방식으로든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하지만 이 소설에서의 삶은 너무나도 각박해.
인간으로서의 취급을 받지 못하는 삶은, 그럼에도 살 가치가 있는 것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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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에서 이탈된 인물들에게는 그때부터 자신만의 삶이 시작돼.
그저 따라가기만 했던 삶은 끝나고 살아남기 위하여 자신만의 방식을 찾아야 하지.
그래서 그들이 맨 처음 혼자 맞는 밤은 마치 기적처럼 묘사 돼.
죽을 뻔한 고비를 하나씩 넘길 때마다 그들에게는 죽음으로 향하는 절망이 아닌, 삶에 대한 희망과 의지가 피어올라.
흘러가기만 했던 삶은 주체성을 되찾고, 나만의 방향을 설정하게 돼.
그 과정에서 어떤 고난과 역경과, 때로는 인격적인 수모와 수치를 겪더라도, 그들은 살아남기 위하여 애를 써.
그들의 생존목적은 ‘생존’, 그 자체가 되었어.
아니, 사실은 헤어지게 된 ‘단 한 사람’을 찾기 위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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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항암, 항염에 효과가 좋은 식단들이 유행을 하고 있어.
몸의 노화를 가속시키는 식품의 소비를 최대한 지향하고 최대한 정제되지 않거나 가공되지 않은 음식물들을 섭취하는 방식으로 말이지.
나의 몸에 좋은 영양분을 넣어줄 때, 나의 마음에는 무엇을 넣을 수 있을까, 요즘 고민하고 있어.
몸을 그렇게 끔찍하게 생각하면서 자극적이고 단순한 쾌락들로 내 머리를 채우고 싶진 않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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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무슨 이야기냐고?
소설 속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
인물들이 고독을 만났을 때, 실존의 위협을 받는 밤을 보낼 때, 수치를 겪을 때, 그래서 누군가와 함께 있어도 너무나도 외로울 때, 그들은 비로소 타인을 있는 그대로 보고, 타인에게 온 마음을 다 쏟는 사랑을 느끼고 보여줄 수 있었거든.
가공되지 않은, 날것의, 선명하고 올곧은 빛의 마음들을.
이런 정제되지 않고 어떠한 가공과 반추도 없이 다정한 마음과 사랑을, 이미 몸에 배어버린 애정이 우리의 마음의 노화를 막길 바라. 덤덤하고 무던하고, 사람을 죽이고, 공격하고, 위협하는 일에 미친 생존이 아니길 바라. 그것은 다시금 폭력을 낳을테니까. 난 다정이 버릇이 되었으면 좋겠어. 그래서 다정함을 보여줄 때 하나도 긴장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이게 내 마음에서 바로 나가는 빛이길 바라.
다 같이 저속 노화 독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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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좀 어릴 때 원치 않던 사람에게 원치 않던 꽃 선물을 받아서 꽃선물을 받는 걸 꺼리게 됐어. 그로부터 시간이 좀 지난 어느 날, 몇 년 만에 보는 친구가 깜짝 선물로 꽃을 줬어. 그때의 감정 덕인지 이제는 꽃 선물이 좋더라. 물론 너무 크고 부담되는 꽃은 아직도 꺼리지만.
💙꽃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 줄은…그래도 좋은 쪽으로 생각하게 되었다는 말에 안도했어. 사람마다 좋아하는 꽃들이 다양한 것도 신기해! 그때 받은 꽃은 어떤 것이었어? 혹시 기억나? 나는 작년 생일에 엄마가 꽃을 사주셨어. 태어나서 처음이었던 것 같아. 기분이 이상했어. 그리고 올해 초에는 졸업을 하면서 또 잔뜩 받았고! 아마 이젠 그런 일이 더는 생기지 않겠지만,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 한 친구는 내가 연구한 소설의 책 표지 색에 맞는 세 가지 색의 장미를 선물해주기도 했어. 또 기분이 좋아지네! 향기로운 하루 보내!
❣️나의 일상을 살게 하는 힘은. 생활인 것 같아. 그리고 책임감. 여기는 비가 와. 어떤 책의 표지가 생각나고 차갑지만 강렬한 색도 떠오르고. 약함. 그 단어를 보니 ‘사랑의 생애’ 의 한 장면이 그려지기도 하고. 뭐랄까. 그 우월감에 사로잡혀 ‘생’에 대한 존중이 없는 존재들에게 너무 상처받지 않기를.
💙하하 오랜만에 친구와 통화를 했는데, 내 글에서 화가 느껴졌대! 언젠가는 이 역시도 후회로 남을 수도 있을 것 같아. 나는 나의 다정하지 못했던 모습을 이따금 시간이 지나고 곱씹곤 하거든. 분명 조금만 더 참을 수 있었을 텐데, 하고 말이야. 이렇게 편을 들어주는 사람들의 입장에선 내가 얼마나 답답할까? 그래도 나를 포기하지 않아 줬으니까, 나도 이상한 사람들을 포기하지 않을게!
💙
내가 분명 오늘 책을 읽을 때만 해도, '저속 노화'에 대한 글을 쓰려고 신이 나 있었거든?
그러다가 친구와 두 시간 가까이 통화를 했더니, 쓰려고 구상했던 내용이 하나도 생각이 나지 않는거야!!!!!! 얼마나 당황스러웠던지!!
그래서 그런지 오늘 나의 글은 참 당황스럽고 부끄러운 기록이야.
그래도 좋은 책과 경험과 생각, 나의 감동을 나누고 싶었어!
미끄러운 길 조심하고, 더욱 살가운 하루 보내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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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영 - 『해가 지는 곳으로』
우리의 기적. 그런 것이 아직 남아 있을까. 평생에 단 한 사람은 있을 것이다. 내 인생의 A, B, C가 아니라 완벽한 고유명사로 기억될 사람이. 어떤 이는 지름길로 나타나 순식간에 지나가 버린다. 가장 먼 길을 지난하게 지나고 모든 것에 무감해진 때에야 비로소 거기 있는 풍경처럼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사람도 있다. 기적을 만나려면 그곳까지 가야 한다. 멀어지며 그것을 갈구할 수는 없다. 그곳으로 돌아가 다시 노예가 되더라도, 그렇게라도 단을 만나 또 다른 탈출을 기대할 수 있다면……. 나는 지나를 끌어안고 가만히 다독였다. 꼭 살겠다고 다짐했다. 동쪽 하늘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지금 이 순간에도 부지런히 자라는 나의 또 다른 기적, 해민이 먼저 발을 떼었다.
살아야 해, 꼭 살아.
지나가 말했다.
매일 생각할게요.
도리가 말했다.
우리 아무도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하지 못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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