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은 어려워 오늘 날짜 2024.11.27 수
오늘의 날씨 방심하고 얇게 입고 나갔다가 찬 기운이 들어서 따뜻하게 낮잠을 잤어
폭설이 내렸다며?
여긴 어제 돌풍주의보가 내릴 정도로 세찬 바람과 천둥 번개가 일었어
오늘의 사진 해가 지기 전 애매한 시간의 구름고, 그림자마저 없는 것 같은 산의 사진을 보내
오늘의 달 🌘
그리고 12월 구독신청이 시작되었어!
11/30 자정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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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약하게 하는 것
나를 약하게 하는 것이
길어지는 밤인지
뼈에 들어가 바위를 쪼개는듯한 습기와 추위인지
잠을 방해할 정도로 시끄러운 바람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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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혹시 계절을 타?
나는 겨울을 가장 좋아하지만 겨울만 되면 기분이 꽤 가라앉아.
추위에 유독 약해서 그런 건지, 아니면 일찍이 어둠이 찾아와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어.
특히나 감기에 잘 걸리는 체질이라 몸이 쉽게 약해지고, 한번 걸린 감기는 겨울 내내 나의 체력과 정신을 갉아 먹어.
그러니 자연스레 무얼 해도 안된다고 느낄 수밖에.
겨울은 내게 무기력의 계절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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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 강의를 들으며, 카뮈가 말하는 부조리에 대한 설명을 들었어.
이때의 ‘부조리’란 ‘어긋남’, ‘맞물리지 않음’이라고 생각하면 돼.
우리가 일상적으로 생각하는 ‘부당’과는 결이 약간 다르지?
이 ‘어긋남’을 설명하기 위해서 교수님께서 든 예시는 이래.
나는 공원 벤치에 앉아 한 남자가 공중전화 부스에서 통화를 하는 모습을 보고 있어.
나는 그가 통화를 하고 있다는 사실은 알 수 있지만, 어떤 대화를 나누고 있는지는 알 수 없어. 그저 추측할 뿐.
그리고 나의 추측은 사실이 될 수도, 아닐 수도, 또는 일부만 사실일 수도 있어.
이런 상황이 바로 '부조리'한 거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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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사람 간의 관계나 사회에 적용을 해 보자면,
사회가 나에게 기대하는 것과 실제 '나'는 다른 행동을 보이는 거지.
이 역시도 부조리한 관계야.
내가 타인에게, 그가 어떤 것을 해줬으면 하고 기대하는 바와, 타인이 실제로 행하는 바는 달라.
그렇기에 부조리한 것이 돼.
그리고 이러한 부조리는 낙담을 낳지.
하나로 합쳐지지 못하니까.
우리는 자신만의 규칙을 모든 곳에 적용하는 본성이 있는데, 그럴 수 없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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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역시도 카뮈의 부조리를, 이곳에서 느끼고 있어.
내가 지내는 곳이 방음이 엄청 잘 되거든?
그런데 창문으로 건너편 건물에서 사람들이 무엇을 하는 지 완전 잘 보여!
그러다 보니 계속 추측하게 돼.
사실이 어떻든, 그건 내게 진실로서 다가와.
내가 보고, 느끼고, 이것들을 토대로 다시금 정보화시키는 것들이 내게는 진실이 되는 거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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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겨울은 이런 부조리가 심해지는 계절이지.
두꺼운 옷으로 몸을 감싸니 그 속에 어떤 옷을 입고 있는지 알 수 없고, 그저 추측할 뿐.
따뜻한 음료를 마시는 사람들은 많지만 차가운 음료 잔과 달리 투명하지 않아 무엇을 마시고 있는지 알 수 없어.
날씨가 추워 모두가 실내로 돌아가. 옆집에 사람이 있다는 건 알지만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어.
겨울은 그렇게 조용한 부조리의 계절이야. 이러한 점들이 우리를 더욱 낙담시키는 걸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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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내가 겨울을 사랑하는 이유는 ‘고요함’이야.
타인의 존재가 소통을 야기하지만, 혹은 소통하고 싶은 욕구, 타인에게서 나를 발견해 내가 있음을 인지하고 싶은 욕구들이 우리를 소통과 타인에게로 이끌겠지만, 이만큼 합법적으로 타인과 멀어져 ’나‘를 확립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있을까?
이 적막에 사로잡히지 않으려고 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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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주로 '죽음'의 계절로 인식되는 게 썩 달갑지 않았어.
불모와 혹한의 시간은 큰 시련으로 여겨지지.
하지만 이 죽음이, 내가 벗어나고 싶은 과거의 내 모습에서 벗어나는 걸 의미한다면,
나는 몇 번이고 겨울을 맞을 준비가 되어있어.
이 고요한 단절과 그 빈틈을 메우며 가득히 내리는 눈의 계절이 시작되었어.
올 겨울도 잘 지내자!
이 노트가 끝날 즈음엔 봄이 될 거거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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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게 하는 일이 없었냐는 질문에 답을 뒤늦게 보내. 그 힘든 일 때문에 월요일의 글을 놓쳤거든. 그냥 내가 나라서 힘든 것 같아.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데 누가 날 아끼겠어-
💙내 글은 얼마든지 놓쳐도 괜찮아! 언제 읽든 괜찮을 말들을 쓰고 싶으니까. 하지만 '내가 나라서 힘들다'는 말은 좀 슬퍼. 나 역시도 비슷하게 느낄 때가 있어. 나는 도대체 나와 언제 친해지고, 화해를 할 수 있을런지? 사실 나는 나지만 나를 볼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인 것 같아.
나 역시도 내가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으니까 타인의 사랑을 의심하는 경우가 참 많았어. 여전히 어떤 관계들은 크게 마음을 줄 수 없고, 주지 않으려고 하기도 해. '나를 먼저 사랑해야 남을 사랑할 수 있다?'는 건 모르겠어. 나는 나를 볼 수 없으니까, 타인을 사랑하는 걸 통해서 나 역시도 사랑하게 될 거라고, 스스로를 위한 생각을 해봤어. 타인을 마음껏 사랑하는 시간 보내길!
💙
근 몇 년 사이 생각이 바뀌었어.
어렸을 때는 내가 너무도 예민한 게 싫지만 동시에 예민하지 않게 대하는, 무심한 사람들에게 문제가 있는 거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역시나 심신의 안정을 위해서는 적당히 무감각하고, 무지한 게 좋은 것 같아.
겨울은 서로에게 적당히 무심해. 나는 이 계절이 마음에 들어.
그래도 추위에 떨고 있을 사람들에게까지 무심하면 안되겠지.
겨울은 어떤 계절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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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 「이런 시」
내가 그다지 사랑하던 그대여
내 한 평생에 차마 그대를 잊을 수 없소이다
내 차례에 못 올 사랑인줄은 알면서도
나 혼자는 꾸준히 생각하리다
자 그러면 내내 어여쁘소서
-
이상이 자신이 비판한 내용을 시로 써놓고, 그걸 다시 찢어버리고 싶은 감정이 들었다고 해.
절절한 구절들에 담긴 분노를 떠올려 봤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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