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아니라고! 오늘 날짜 2024.10.03 목 한국은 개천절!
그르노블 날씨 최고 15/최저10 꽤 쌀쌀하지?
오늘의 점심 크림치즈와 썬드라이토마토로 만든 스파게티
오늘의 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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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하게 먹기
우리반에는 나를 포함해서 총 9명의 학생이 있어. (한 명은 거의 나오지 않으니까 8명이라고 할까?)
나와 다른 한국인 학생 둘, 중국인 학생 넷, 카메룬 출신의 미국 학생 하나, 그리고 칠레 아저씨 한 명까지!
그리고 이렇게 한 반이 된지도 벌써 한달이나 지났지.
그런데 저번주인가, 갑자기 반에 있는 칠레 아저씨가 다른 한국 학생에게 “너 한국인이었어?”라면서 놀라는 거야!
그룹별로 이야기를 하던 중 선생님이 한국의 정치에 관련한 질문을 그 친구에게 하셨고, 칠레 아저씨는 그제서야 그 친구가 한국사람인 걸 알게 된 거지.
그리고 그 친구뿐 아니라 나도 한국인이라고 말했더니 너무 놀라더라?
내 이름은 정말 너무도 한국적이니까!
근데 중국학생들을 포함한 우리 6명이 전부 중국인인 줄 알았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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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이 조금 나쁠 수 있으려나?
아저씨는 자기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람을 구별할 수도 없고, 아프리카도 어느 나라 출신인지 감이 안잡히고, 한중일 세 나라는 말할 것도 없대. 심지어 자기 나라에서 보이는 다른 남미 출신들도 구분할 수 없다는 거야.
어찌보면 나름 모두에게 공평한 셈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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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별’이나 ‘구분’은 무엇일까?
어떠한 기준을 전제하잖아.
나는 어렸을 때부터 ‘사람’의 기준이 너무나 궁금했어.
이십대 초반에 고양이가 있는 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었어.
고양이를 가까이서 다뤘던 적은 그때가 처음이었는데, 그 이후로 계속해서 고양이와 개의 차이가 너무나 궁금한 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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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상상해 볼래?
고양이와 개를 아예 모르는 사람한테 그들의 생김새를 시각적 자료 없이, 말로만 설명한다면(울음소리도 제외하고!) 이 두 동물종은 도대체 뭐가 다른 걸까?
하지만 종종 인터넷에서 사람인지를 확인하는 캡챠에서 우리는 너무나도 쉽게 고양이를 고양이로, 개를 개로 분류할 수 있어.
우리는 무엇으로 이렇게 자신감을 보이지?
우리가 보는 개가 개고, 고양이가 진짜로 고양이가 맞는 걸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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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발레가 끝나고 나오면서 첫주부터 간간이 인사하고 지내던 학생과 잠깐 대화를 나눴어.
자기도 중국인 여기서 공부하는 중국인 친구가 있다고 말하길래, 설마 이 친구가 우릴 중국인으로 생각하나, 싶어서 “우린 한국인이야.”라고 말했더니 아차, 싶어하더라고.
자기가 중국어를 조금 배워서 우리가 사용하는 말이 중국어처럼 들렸었대. 완전 아닌데!
하지만 어느 정도 이해는 해.
나도 독일어랑 네덜란드어는 구별하지 못하고, 슬라브 계열 언어는 더더욱 잘 모르거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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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떠한 어림짐작은 완전히 틀릴 수 있어.
그러니 우리는 사실 확신보다는 의심을 살아가고 있을 거야.
내게 ‘확신’은 정말 ‘지금’ 같은 단어야.
말하는 순간만 뭉쳤다가 흩어져버리는, 그 실체가 있었나 그걸 인식하고 세상 밖으로 끄집어 낸 나조차도 의심하게 되는 것이야. 따라서 우리는 어떤 확신도 없이 계속해서 변화하는 세계를 포착하고, 어느 것 하나 알고 있다고 젠체할 수 없겠지. 내가 이렇게 단언하면서 당신에게 보내는 글도, 순간에만 살아있을 수 있을 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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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요즘 스스로가 내성적으로 변하고 있음을 느껴.
그리고 자신과 내면에 대한 의심이 많아졌지.
무엇하나 확언하지 않으려고 뒤에 살짝 발을 걸치는 모양새가 된 걸까?
나는 책임을 지고 싶지 않은걸까? 아니면 겸손해지는 걸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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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궁금해진 건, 큰 고양이인 ‘노르웨이숲’이라는 품종을 본 후부터였어.
이게 다 고양이라니! 귀가 뾰족하고, 입이 튀어나와 있고, 얼굴이 작고, 발톱이 날카롭고, 수직으로 오르는 습성이 있고…정말 모르겠다 고양이! 도대체 개랑 어떻게 다른 걸까?
도대체 다르다는 건, 뭘까?
💙
혹시나 10월 카미노트 구독 신청을 놓친 사람들을 위해 이번 주까지는 레터를 보낼게!
바로 매몰차게 끊어버리면 섭섭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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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들레르 - 「고양이」, 『악의 꽃』 & 선우정아 - 고양이
내 예쁜 고양이야, 사랑에 빠진 내 가슴 위로 오라.
발톱은 감추고,
금속과 마노 섞인 아름다운 네 눈속에
나를 푹 잠기게 하라.
내 손가락이 네 머리와 유연한 등을
한가로이 어루만지고
내 손이 전기 일으키는 네 몸을
만져보며 즐거움에 취할 때,
나는 마음으로 내 아내를 본다. 그녀 눈매는
네 눈처럼 사랑스런 짐승,
그윽하고 차가워 투창처럼 꿰뚫는다.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미묘한 기운, 위험한 향기
그녀 갈색 몸 주위를 감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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