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 주에는 함께 시내에서 점심을 먹고 카페에 가서 본격적으로 수다를 떨었어.

정말 어이가 없던 건, 내가 이제 프랑스에 온지 한 달이 조금 넘었을 뿐인데 그 친구와 영어로 대화를 하다가 엄청 쉬운 단어들이 불어로만 생각이 나고, 영어나 한국어로는 뭐라고 하는지 떠오르지가 않는 거야!

내가 정말 이해할 수 없던 순간은, 친구가 일본에서의 가격을 영어로 말해줄 때, 3천엔(Yen)이라면, ‘쓰리싸우전드엔’이라고 말할 거 아냐?

근데 나는 그것보다는 차라리 일본어로 ‘산센엔’이라고 말해주는게 더 편하다고 했어. 내 머릿속에서 영어숫자와 엔의 조합이 혼란을 일으켰거든.

첫 주에는 ’정치‘에 관련된 표현들을 배우는데 그 중에서도 정치체계나 투표에 대한 것들을 깊게 탐구했어.

같은 반에 절반이 중국인 학생들이야.

놀랐던 점은 이 중국 친구들이 정치체계에 대한 개념들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는 거야. 단순히 정치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문제는 아니었어. '투표체계'도 마찬가지였고. 본인들의 나라에서는 너무도 다른 모습을 이해하지 못했어.

나 역시도, '상원'에 대한 개념이 잘 와닿지 않았어. '정부'가 '국회'와 '상원'으로 나뉜다는데, 나에게는 국회의원들만 떠오르고 '상원'이나 '하원'의 개념은 너무도 낯설거든.

내가 다룰 수 있는 언어의 한계가 나의 생각이 닿을 수 있는 한계래.

내가 사용하는 언어에 어떠한 개념이나 구분이 없다면 나는 그 차이를 크게 느끼지 못하고 살아가는 거야.

예를 들자면, 일본어로 ‘문어’와 ‘낙지’는 모두 ‘타코‘야.

아니면 김치를 생각해볼까? 한국에는 수백가지의 김치가 있고 그 중에 수십가지는 일상에서 소비되며 우리도 종류에 따른 이름들을 댈 수 있을 거야. 그렇지만 외국인이 볼 땐 김치는 단지 김치야.

또 한국어에는 색채를 나타내는 표현이 다양하다고 하지. 

자연과 가까이 지내는 민족들에서는 자연과 관련된 단어들이 많이 나타난다고 하고.

나를 둘러싼 세상을 기반으로 언어가 생성이 되고, 나는 다시 자연의 영향을 받은 언어의 지배를 받아서 그 문화를 승계해.

그러다보면 가끔은 정말 특정 언어로밖에 설명할 수 없는 개념들을 만나.

내 생각에 한국어로 제일 곤란한 말은 “How are you?” 같아.

한국어로는 ”밥 먹었어?“에 해당하는 이 표현!

그렇게 여러 가지 언어들을 접하다보니 이상한 개념들이 뒤섞인 사람이 되었어.

아주 미묘한 차이를 신경쓸 수밖에 없는 예민한 사람이.

그럼 더 많은 언어를 하는 만큼 내 세계도 넓어졌냐고?

아니? 영어도 까먹고 있다니까?

정우 - 양

언어 이전엔 무엇이 있었을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동물의 울음소리를 따라하면서 노래가 생기고, 언어가 생겨난 것이 아닐까 추측해. 

노래는 우리의 가장 근원적인 울부짖음에 해당하겠지. 잊고 지낸 우리의 자연적인 면모들.

그래서 그런지 나는 전자음악도 좋지만 어쿠스틱한 음악들에 더욱 안정감을 느끼더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