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쁜 기억을 금세 잊으려고 해. 실제로도 그런 편이고.
그러다보면, 나쁜 감정도 금방 잊게 돼.
누군가 내게 실수한 것도 시간이 지나면 결국 용서하게 돼. 그게 더이상 내게 무가치한 일이란 걸 알아버리거든.
그런데 이따금, 좋은 기억들 역시 계속해서 재생되는데, 그게 더이상 행복하지 않다고 느낄 때가 있어.
너무나 좋지만, 지금 그럴 수 없다는 게 괴로워서 그런 걸까?
이 더없이 소중한 기억이 나를 갉아먹기에 때때로 나는 좋은 기억과 좋았던 감정 역시도 입지 않는 옷처럼 처분할 때가 있어.
그래서인지 '그리움'을 잘 느끼지 않게 되었는데, 오늘은 어쩐지 그때의 햇살을 다시 쬐고 싶은 듯한 생각이 들었어.
'해가 지는 곳으로' *(최진영)계속해서 걷다 보면, 결국 제자리에 와 있을 거야.
하지만 그 제자리는 이전과 같을 수 없을 거야.
감정을 없앤다고 한들 나는 그것을 경험하기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거야.
언젠가는 이 감정들을 소화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라.
나를 포함한 모두가, 행복을 행복으로만 받아들이길 바라.
타인의 행복을, 그들의 안녕을 진심으로 기원하길 바라.
이미 일어난 일들을 '무'로 돌리지 않길 바라.
다시 돌아왔다 해도 많은 것들이, 보이지 않게 바뀌어 있다는 걸 알기를 바라.
언제나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고, 매일 같은 걸음의 끝에 있을 작은 변화들을 두려워하지 않길 바랄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