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그러한 찬란함이 없다.
사람에게서 빛이 나오는 듯한, 빛에 휘감긴 듯한 느낌인데,
그 사람이 노을이 된 착각이 들어서 사람을 황홀하게 만드는데
2/21 나무의 순례자
불이 없는 화재가 숲을 덮는다
안개가 피어오른다
연기가,
차갑고 습한 연기가 산을 부유한다
2/22 믿음의 순례자
구한다는 것은 스스로 강해야 하는 걸까?
하지만 창작물에서 강한 사람들이 끝까지 살아남을 정도의 힘이 있어도 사랑하는 사람들을 구하지 못하는 경우가 더러 있어. 이건 단지 비극적 감정과 아이러니를 극대화시키기 위한 장치에 불과한 걸까?
현실에서는 우리에게 충분한 힘이 있다면, 아무도 잃지 않을 수 있을까, 진실로?
나는 강해지지 않을래. 그래도 남들을 지킬래.
나를 지키는 대신 남들을 지켜서, 그렇게 해서 살아남을래.
목숨을 빚지며 살아왔으니 내 목숨도 남에게 양도할래.
나부터, 똑바로 정신차리고 살으라고, 내 몸이나 챙기라는 말도 무시할래. 내가 바보천치도 아니고 남한테 뭘 못줘서 안달난 줄 알아? 그 정도는 구분해. 그러니까 나는 이렇게 살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