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걷고 싶은 사람과는 속도를 맞추게 돼 오늘 날짜 2025.2.19. 수
오늘의 날씨 햇빛은 내리쬐고, 한 친구는 선글라스를 끼고 걸었어.
나도 너무 더워서 저렇게 입고 있던 플리스를 벗어 옆에 걸어두었어!
오늘의 달 🌗
오늘 걸은 거리 28,8km
오늘 걸음 수 41,111걸음
Sarria ➡️ Portomarín
남은 거리 92,4km
100km도 남지 않았어!
100km에는 원래 도장이 있는데, 누군가가 훔쳐 갔어.
그래서 도장을 찍지 못했어.
일부러 남겨놨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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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26.동행의 순례자
오늘은 반가운 얼굴을 만났어.
21일차에 발목에 심각한 부상을 입은 핀란드 순례자는 산을 내려오다가 붓기가 너무나 심해져 그날의 목적지였던 폰페라다에 도착하지 못하고, 산 밑에 나온 마을에서 하루를 보냈어.
그렇게 우리는 8명에서 7명이 되었어.
하지만 5일이 지나고, 우리는 다시 만나게 되었어.
우리가 '오 세브레이로-트리아카스텔라-사리아'를 이틀에 걸쳐올 동안, 아저씨는 이 구간을 하루만에 걸어왔대!
바로 우리랑 함께 산티아고에 가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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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항상 궁금했던 게 있어.
이 순례자는 마라톤도 하고, 매우 건강한 신체와 루틴을 갖고 있어.
심지어 우리보다 하루 늦게 출발했는데도 첫날과 이틀째의 구간을 하루만에 걸어 현재 우리와 함께 걷게 되었어.
그렇게 빠른 속도로 걷고, 더 멀리 갈 수 있음에도 왜 우리와 함께, 겨우 하루에 20km대를 걸으면서 같이 지내려고 하는 걸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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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으로 걷는 게 뭐 어떻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우리는 모두 개인으로 이곳에 왔어.
누군가와 같이 걸을 때도 있고, 속도가 맞지 않으면, 더 가고 싶으면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아도 자신이 원하는 만큼 걸어가면 돼.
그런데 우리는 도대체 왜 다른 사람과 함께 걷고 있는 걸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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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처음으로 느끼게 된 것은 미국 순례자 덕분이었어.
우리가 이 친구를 처음 만났던 곳은 7일차에 묵었던 숙소였어.
그리고 힘겨웠던 43km의 10일차를 지나, 부르고스로 가던 11일차에 이 친구와 처음으로 함께 걷게 되었어. 모두 네 명이 함께 도시에 도착했어.
이후로는 아침에 준비가 빨랐던 내가 다른 한국인 순례자들과 먼저 숙소를 나서서 걷고 있으면 뒤늦게 출발한 이 친구가 우리를 따라잡고 결국 속도가 맞는 나와 둘이서 친구1,2,3을 뒤로하고 걷게 되는 거지.
그렇지만 이 친구는 아주 속도가 빠른데 왜 우리를 그저 제치지 않고 나와 함께 빨리 걸어갔던 걸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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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핀란드 순례자와 헤어진 그날은 정확하게 반대였어.
모두가 비슷하게 출발했지만 나는 사진을 찍으면서 느릿느릿 친구1,2,3과 함께 걸어가고 있었어.
그럼에도 속도가 점점 붙자 나만 애매하게 앞서게 되었고, 결국은 속도를 내서 가다가 마드리드 순례자와 미국 순례자를 따라잡아 버렸어.
그러니까 나는 그들보다 빠른 속도로 걷고 있던 거지.
그리고 그들은 더위에 지쳐 잠시간의 휴식을 취하고 있었고.
하지만 그들을 다시 만나게 된 나는 그 옆에 주저 앉아서는, 같이 오렌지를 까먹었어.
"너네가 가장 좋아하는 시트러스는 뭐야?" 같은 가벼운 질문이나 던지면서.
그때 느꼈던 것 같아.
우리는 왜 더이상 서로를 앞지르려고 하지 않을까?
우리는 왜, 다른 사람과 걸을 때까지 속도를 내고 그 이후부터를 발을 맞출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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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이상한 곳인 것 같아.
사람을 찾아서 온 곳이 아님에도 우리는 서로의 온기에 자연스럽게 기대고 있어.
사람이 간절한 사람들이 아니라는 게 느껴지는 단단한 사람들이, 타인을 만날 때까지는 서둘러서 발걸음을 옮겨. 만난다고 딱히 재미있거나 큰 웃음을 짓는 것도 아닌데, 말을 많이 하는 것도 아닌데.
우리는 그날 '문신'과 '태닝'에 대한 이야기, '체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어.
그리고 다시 만나게 된 핀란드 순례자를 통해, 우리가 서로를 생각보다 많이, 아끼고 있음을 실감했어.
이 길은 도대체 뭘까?
, 누군가를 이토록 쉽게 사랑하고 아끼게 된 적이 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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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la!
사실 오늘은 또 새로운 모험이 있었어.
어제와 멤버는 한 명이 달라졌어.
미국인 순례자 대신 나와 함께한 친구2가 있었고, 미국 순례자는 앞서 있었어.
미국친구가 오늘의 숙소가 어디인지 물어봤고, 그걸 검색하던 사이 나는 표시를 신경쓰지 않았고, 선두에 가던 마드리드 순례자(일명 직진남)는 또 직진만을 한 결과,
우리는 또 잘못된 길로 들었어.
차를 타고 지나가던 주민들이 우리를 멈춰세워서 알려주었고, 그 결과 6km 정도만 헤매고 잘 도착하게 되었지!
어제는 분명 모험이 즐거웠다고 했지만, 오늘은 조금 힘들었어!
하루 걸러 달라지는 사람의 마음!
자, 내일은 드디어 순례길에서 가장 큰 이벤트가 있던 날이야!
내 일기가 격일로 밀리게 된 이벤트!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내일 말해줄게!
¡Buen Camin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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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is Regina & Tom Jobim - Águas de Março
다른 나라에서 온, 다양한 나이대의 사람들과 함께 걷다보면 서로 아는 노래가 나올 때도 있고,
아예 모르는 노래가 나올 때도 있어.
서로 다른 장르를 좋아하기도 하고 그걸 나누는 걸 또 기분좋게 받아들이게 돼.
오늘은 걷다가 내가 'Girls from Ipanema'라는 유명한 보사노바를 틀었더니, 마드리드 순례자가 이건 아냐면서 듣자고 했던 노래를 추천할게.
더운 날씨에 조금 걷는게 쳐져 있었는데 이 노래들 덕분에 잠시간 기운이 조금 나서 즐겁게 걸을 수 있었어!
이 노트를 받아보는 토요일은 삼일절이고, 날씨가 꽤나 따뜻한 것 같아.
3월의 첫날이자 우리에게 중요한 이 날에 경쾌한 하루를 보냈으면 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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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받아보는 이름 바꾸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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