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리아는 좋은 곳인가요?“ 오늘 날짜 2025.2.18. 화
오늘의 날씨 이곳이 갈리시아가 맞나?
원랜 비가 한가득 내려야 하는데 이상하네?
너무나 화창해! 물론 아침엔 안개가 자욱했어.
오늘의 달 🌖
오늘 걸은 거리 26,3km
오늘 걸음 수 36,789걸음
Triacastela ➡️ Sarria
남은 거리 114,8k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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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25.모험의 순례자
, 모험을 좋아해?
나는 오늘 진짜 모험을 했어.
모험은 계획적인 것일까, 아니면 즉흥적인 것일까?
그리고 모험들은, 항상 만족감과 탐구심을 채워줄까? 후회는 없는 걸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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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갈리시아의 관문과도 같은 '사리아'라는 도시에 가는 날이야.
사실 나는 원래 어제의 일정과 오늘의 일정을 합쳐서 38km를 걸으려고 했었어.
그러다가 생장에서 합류한 친구3이 나의 계획표를 보더니 자기가 참고하는 어플에는 38km가 아니라 46km로 나와있다면서, 이렇게 갈 수는 없을 거라고 말렸어.
분명 내가 직접 계산했을 때에는 문제가 없었는데,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어쨌거나 그 긴 거리를 이틀로 나눠 가기로 이야기를 마쳤지.
그런데 알고보니 오늘, 트리아카스텔라가 끝나는 지점에 두 방향의 갈림길이 나왔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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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아침에 카페에 앉아서 나를 포함한 여섯 명의 순례자가 각자 어느 루트로 갈지 이야기를 하고 있었어.
'사모스'는 7km가 더 먼 대신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수도원을 만날 수 있고, 길도 평탄한 편이면서 아름답대.
'산 실'은 훨씬 짧지만 산을 오르고 내리는 경사가 꽤 심한 편이야. 하지만 천국과도 같은 도네이션 쉼터에 갈 수 있어.
내리쬐는 여름에 걸었던 나는 이전에 짧은 '산 실'루트를 탔어. 이번에도 고민이었지. 사모스 루트가 그렇게 재밌는 건 아니라고 하더라고.
자연을 사랑하는 벨기에 순례자는 당연히 더 긴 '사모스'를 거쳐 가겠다고 했고, 마드리드 출신의 순례자 역시 '여기까지 와서 쉬운 길을 택할 순 없다'며 긴 루트로 가겠대.
그리고 나 역시도 가보지 않던 '모험'을 떠나기로 결심했지. 언제 또 올지도 모르니까, 후회를 남기고 싶지 않았거든.
우리가 카페에 앉아 느긋하게 아침을 먹던 사이, 가장 늦게 나온 미국 순례자가 우리가 있던 건물을 지나쳤어. 둘 중 어느 루트로 갔는지는 모르는 상태에서 우리는 두 그룹으로 나뉘어 사리아의 숙소에서 다시 만날 것을 기약했어.
그리고 긴 길을 약간 걸었을 즈음 혼자서 걷던 미국 순례자를 발견했고, 우리는 곧 같이 걷게 되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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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이야기가 이게 전부일리가 없지?
분명 10km 지점에 있는 사모스의 수도원까지는 문제가 없었거든?
그런데 우리는 어느 순간에 길을 잃었어.
이따금 화살표가 나타나지 않을 때도 있어서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그러면 안되었던 것이지.
어차피 길은 있을 거라며 가던 도중 줄을 쳐놓은 들판을 만났어.
진짜로 돌아갈 생각에 지쳐있던 와중에 마드리드 순례자가 말을 꺼넀어.
"우리 모험을 하자. 나는 이대로 다시 돌아갈 수 없거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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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우리는 끝이 있을 지도, 없는 지도 모르는 허허벌판을 걸었어. 오른쪽에는 강을 끼고 말이야.
어쨌든 우리는 계속 강을 따라왔으니 이번에도 강을 따라 간다면 어찌됐든간에 합류점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말이야.
줄을 넘어서 들어갈 때에 모험을 떠나자던 마드리드 순례자는 이렇게 말했어.
"일단 우리가 마주치면 안되는 것들이 몇 가지 있잖아? 멧돼지 정도는 괜찮을 것 같아. 내가 등산스틱이 있으니까. 하지만 늑대나 곰은 안될 것 같고. 만약 사냥총을 든 사람이 안보이는 곳에서 우리를 저격한다? 그건 진짜 최악이고(사실 나는 이게 가장 안무섭고 깔끔하게 가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했지만). 너넨 뭐가 제일 위험할 것 같아?"
미국인 순례자는 그 말을 진지하게 듣고 답을 했지만, 나는 "나는 그냥 도망갈게!"라고 말했어.
한 시간을 넘게 헤맸을까, 결국 우리는 구글맵의 위성지도와 순례길 지도를 비교해가며 길을 찾았어.
중간에 쓰러진 나무를 밟고 강을 건너냐 마냐 이야기를 하기도 했지만, 미국 순례자의 가방에는 노트북이 있어서 만에 하나 물에. 빠지기라도 한다면 정말 큰일이었거든. 본인도 그런 위험한 일은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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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특히나 도시에서 한 평생을 보낸 나는 시골에서, 그것도 허허벌판에서 길을 잃을 경험이 드물 것 같아.
함께라서 무섭지 않았던 걸까? 이건 나에게서 이 길을 꼭 해쳐나가리라는 책임감과 결의가 부족했던 걸까?
그저 그 친구에게 모든 선택의 짐을 맡긴 것이었을까? 친구는 어꺠가 무거웠을까?
왠지 혼자였다면, 나는 바로 뒤를 돌아 왔던 길을 다시 걸어갔을 것 같아.
우리는 함께여서 길을 잃은 걸까? 함께이기에 모험을 떠날 수 있던 걸까?
어찌됐든 마무리는 좋았고, 나는 이 갑작스럽고 즉흥적인 모험이, 정말 위험할 수도 있었지만, 나쁘지 않았어. 풀과 나무를 밟았던 감촉과 소리가 생생해. 어려운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농담을 하던 두 친구의 이야기들도 즐거웠어.
모험은, 예기치 못한 것이라서 우리를 더욱 하나로 만들어주는 걸까?
(아래의 사진은 모험이 끝나고 쪼로록 담벼락에 올라 앉은 우리의 사진이야.
그리고 사실 나는 이 험난한 모험으로 양발에 족저근막염이 악화되었어.
그럼에도 즐거웠다고 느껴지는 나, 좀 이상한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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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친구는 나이에 상관 없이 가깝게 지내며 시간을 함께 보내는 사람들이야. 거기엔 언니, 오빠, 동생들도 포함되지. 내 주변만 보면 나이가 달라도 서로를 친구로 인지하고, 부르고 있기 때문에 한국에서 친구를 동갑인 사람에만 둔다고 생각하지를 못했네. 사전에서도 "가깝게 오래 사귄 사람"이라고 지칭해. 외국인 친구에게 한국 친구의 정의를 그저 동갑 사람으로 알려준 거 같아서 아쉬워. ㅠㅠ
💙나의 입장에서 '친구' 역시도 그저 내가 사랑하고 나와 의견을 나누는, 나이를 초월하는 존재라고 생각하지만, 어렸을 때 내가 겪었던 일들을 떠올려 볼 때면 "자 동갑이니까 친구하면 되겠네?"라든가 "그럼 친구네?"라는 말들을 자주 들었던 것 같아! 우리가 친구가 아니냐고 물었던 순례자도 장난스럽게 받아친 거였고! 나는 한국적인 정서에서 '나이'가 꽤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생각해서, '호칭'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친구'로 넘어가게 된 거였는데, 그렇게 느껴질 수도 있겠네! 다음에 이 친구한테 물어볼게!
🦁새로운 일을 앞두고 이것저것 준비하고, 담당자의 메일을 기다리고 있어. 알러지가 어서 빨리 가라앉았으면.. 오늘은 날이 많이 따뜻해졌어. 나는 미용실 가운이랑 젖은 머리로 1시간 넘게 컷트해서 습진 오고 피부과 약 처방 받았는데 그래도 긁고 있어. 너무 간지러워…
💙오오 새로운 일을 시작하다니! 정말 축하하고 응원해! 사실 나에게는 한 가지 좋은 일과 한 가지 나쁜 일이 번갈아 가면서 일어나. 나는 누가 보기에도 운이 좋은 사람인데, 그만큼 정말 말도 안되는 일을 겪을 때도 있거든? 분명 습진으로 간지러운 시간들을 대신해서 좋은 일도 있었을 거라고 믿어! 아름다워지기 위해, 본인을 가꾸기 위해 습진까지 감내하는 모습, 진짜 어른이잖아? 하지만 간지러운 건 정말 참을 수 없으니...나도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벅벅 긁고 있어🥲 우리 모두 힘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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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ola!
전날 발송되었어야 할 레터가 이제야 도착하다니!
비행기에서 내려 와이파이에 연결하려고 했는데, 웬걸?
이곳은 외부세계와 소통이 불가능한 곳이었어.
구글도, 유투브도, 사파리도, 네이버도 들어가지지 않아!
카카오톡과 왓츠앱 역시도!
바깥세상을 막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 걸까?
그나저나, 이번 카미노가 4일밖에 남지 않았어!
이 길의 끝에 무언가 바뀐 내가 있을까?
, 어떠한 과정을 거치면서 달라질 스스로의 모습을 상상한 적이 있어?
+오늘 글이 길지?
맞아, 드디어 아이패드 컴백!
'이제서야?' 싶지만, 이제라도 어디야!
¡Buen Camino!
🇪🇸
✨카미노트에 남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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밍기뉴 - 재가 되어도
갈수록 느는 건 왜 눈물 뿐일까
불빛들로 이뤄진 우리의 세상은
꺼지지 않을 거야 타올라 재가 되어도
꺼지지 않을 거야 재가 되어도
갈수록 느는 건 왜 불행 뿐일까
먼지 자욱히 쌓인 우리네 인생은
놓치지 않을 거야 타올라 재가 되어도
놓치지 않을 거야 재가 되어도
재가 되어도 날 잊지는 말아줘요
재가 되어도 날 놓지는 말아줘요
재가 되어도 날 울리지 말아줘요
재가 되어도 날 버리지 말아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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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카미노트 구독✨
그리고, 받아보는 이름 바꾸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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