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나는 네 친구가 아니야?” 오늘 날짜 2025.2.17. 월
오늘의 날씨 혼자 산에서 출발하는데 안개가 너무 짙어서 속도가 나지 않았어.
해가 뜨고 안개가 서서히 걷히더니 기어코 한 친구가 나를 잡으러 쫓아왔어!
오늘의 달 🌖
오늘 걸은 거리 23,2km
오늘 걸음 수 33,350걸음
O Cebreiro ➡️ Triacastela
남은 거리 140,2km |
|
|
Day24.친구의 순례자
8명의 순례자 중에서 가장 어린 친구와 걷는 시간이 제일 길었어.
초반에는 한국어를 조금 알려주곤 했는데, '친구'라는 단어를 이야기하면서,
한국에서는 '동갑인 사람'을 '친구'라고 한다고 이야기했어.
그러자 그 친구는, "그럼 우리는 친구가 아닌 거야? 나는 너의 친구가 될 수 없는 거야?"라고 말했어.
나는 손사레를 치며 우리는 친구가 맞다고 말했어. 그건 그냥 한국어식 표현일 뿐이라고. |
|
|
에게 '친구'란 어떤 존재야?
나는 이번 카미노를 걸으며 유독 '친구'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했던 것 같아.
마지막 카미노와 이번 카미노의 나의 나이는 두살 밖에 차이가 나지 않지만, 그때는 내가 가장 어렸고 지금의 나는 무리들 중에, 젊은 사람들 중에 가장 나이가 많아.
30대도 없고 그냥 20대만 있는, 이곳에서 나는 젊은 애들 중에서 연장자야.
그렇다고 나보다 어린 이 친구들은 다 외국인이니 '누나'나 '언니'와 같은 호칭을 들을 일도 없고...
모두가 동갑인 친구와 다름 없다고 느껴진달까? |
|
|
지난 카미노에서 '타인'의 존재를 느끼게 되었다면, 이번 카미노는 유독 '친구'의 의미를 알아가는 것 같았어.
두 친구와 함께 시작해서 그런걸까.
또 이곳에서 첫날부터 함께 걸어온 벨기에 순례자는 나보다 20살이 넘게 많아도 왠지 모르게 '친구'처럼 느껴져. 그가 결혼을 하지 않았기 때문일까? 자식이 없어서? 그게 나로 하여금 그에게서 동질감을 느끼도록 하는 걸까? 거리가 멀어지지 않아서 나는 그에게서 '친말함'을 느끼는 걸까? 결국 친구란 사람들 중 나와 비슷한 점이 많은 사람들이 되는 걸까? |
|
|
산 위의 작은 마을인 폰세바돈에서 그나마 규모가 좀 있는 폰페라다로 가는 마을에서 어제의 두 친구는 함께 '체스'에 대한 이야기를 했어.
둘 다 어렸을 때 대회에 나갈 만큼 실력이 뛰어났었대.
하지만 둘의 나이차이는 어느 정도 나는 것 같아, 적어도 내가 느끼기엔.
그럼에도 더 어린 친구는 스스럼 없이 '왜 그만 두었냐'고 물었어.
나에게는 이 질문이, 어쩌면 말하고 싶지 않을 수도 있는, 나에게 어려움을 안겨주는 질문이 대개 나이가 많은 사람에게서 어린 사람에게로 내려오는 중력과도 같은 일이라고 생각했거든?
그런데 나이가 어려도, 인생에서의 경험이 적어도 누군가에게 아픈 점일 수도 있는 환부에 대해 궁금해할 수 있고, 위로 또한 건넬 수 있다는 게, 참으로 신기한 경험이었어. |
|
|
그러니 내게 친구는, 항상 나의 기분을 올려주는 사람이고,
나를 반성하고 돌아보게끔 해.
나는 그 한명 한명을 통해 사람의 다른 점을 배워가.
어릴 때는 고작 한 사람만을 상대하는 것이 어려워서 그저 매뉴얼처럼 사회적인 행동양식을 적용하기만 했는데, 이젠 다른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싶어.
그러다보면 그 사람들의 눈빛이 사랑스럽게 느껴져.
나의 친구들은 나의 경계심을 누그러뜨리고, 나를 구름 위에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해.
그런 친구가, 이걸 읽고 있는 당신들에게도 함께 하길. |
|
|
💙
¡Hola!
안녕!
가장 최근의 근황을 전해.
나는 한달 넘게 그리워하던 아이패드를 되찾았다는 기쁨이 가시지도 않았을 때에 충전케이블이 이미 다른 친구 짐과 함께 한국에 가버렸다는 걸 알게 되었어.
그리고 또 한 가지 일은 또 빈대에 물렸다는 거야.
나는 빈대에 알러지가 있어서 한국에서부터 약을 처방받아 왔는데, 아무리 약을 먹고 바르더라도 알러지 반응이 가라앉지 않네?
나는 피부가 붓는 것외에도 심한 두통과 구역감이 같이 있어서 오늘의 래터 역시도 늦어져 버렸어.
하지만 이제 내일이면 정말 100km 지점에 해당하는 '사리아'에 도착할 것이고,
이 노트 또한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으니, 힘을 내야겠지!
,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어?
많이 바빠?
아프진 않지?
¡Buen Camino!
🇪🇸
✨카미노트에 남기기✨
⬇ |
|
|
아르튀르 랭보- 새벽
나는 여름의 새벽을 맞이했다.
궁전의 앞에서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았다. 물은 죽어 있었다.
그림자의 진영은 숲길을 떠나지 않았다.
나는 걸었고, 따뜻하고 신선한 숨결을 깨웠다.
보석들이 눈을 뜨고, 날개들이 소리 없이 일어났다.
첫 번째 만남은 이미 서늘하고 창백한 빛으로 가득 찬 길목에서
나에게 이름을 알려준 한 송이 꽃이었다.
나는 전나무들 사이로 머리칼을 흩날리며
흐르는 금발의 폭포를 보고 웃었다.
그리고 은빛 꼭대기에서 여신을 알아보았다.
그때 나는 여신의 베일을 하나하나 벗겼다.
팔을 흔들며 길을 걸었고,
평원에서 나는 그녀를 닭에게 폭로했다.
도시에서 그녀는 종탑과 돔 사이로 도망쳤다.
대리석 부두에서 거지처럼 뛰며
나는 그녀를 쫓았다.
높은 길에서, 월계수 숲 근처에서 나는
그녀를 베일 속에 가둬두고
그녀의 거대한 몸을 조금 느꼈다.
새벽과 아이는 숲 가장자리에 쓰러졌다.
잠에서 깨어보니, 이미 정오였다 |
|
|
✨2월 카미노트 구독✨
그리고, 받아보는 이름 바꾸기!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