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내가 꼭 도구에 의존하지 않고 맨몸으로 이 길을 완주하려는, 스스로에게 제약을 건 것처럼 보이는데, 그건 절대 아니고!
하지만 우리의 안녕과 건강을 보조하는 것이 '도구'라면, 어딘가에 도달하기 위하여 도움을 받는 물건인 이것은 때로는 '기계'로도 나타나지.
가장 가까이에 있는 스마트폰도 그 예시고, 벨기에 순례자의 말에 따르면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에 20살의 자신은 지도와 나침반을 들고 친구와 산을 탐험했었대.
하지만 내게 '도구'나 '기계'는 무언가 간접성을 띠는 것 같아.
내가 그 목표를 '내 몸'으로 이루지 않는 것 같다는 느낌?
그래서 오늘은 '자전거를 탄 순례자'를 보고 쓰게 되었어.
오늘은 어마무시한 오르막을 오르거든.
20km, 즉 네 시간을 죽 도로를 따라 걷다가 막판 9km 내내 산을 오르는 코스야.
시간도 시간이지만, 정신적으로 많은 에너지를 요구해.
그렇게 사진에 나온 두 순례자와 함께 열심히 노래를 부르고, 욕을 하고, 서로를 밀고 기다리면서 끝끝내 도착한 산 꼭대기 숙소에는, 연세가 지긋한, 우리가 이따금 만났던, 그러나 며칠 뒤 헤어졌다고 믿었던 자전거 순례자가 먼저 도착해 있었어. 나는 내가 1등인 줄 알았는데!
갑자기 맥이 풀리고, 자전거가 너무나 부러워졌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