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열흘이 채 안남은 카미노트! 오늘 날짜 2025.2.13. 목
오늘의 날씨 사실 걷기에는 오늘처럼 살짝 구름이 껴있을 때가 좋아.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렇게 흐린 날이 지나고 샤워를 한 후에 얼굴을 보면,
유독 더 까맣게 타 있더라고?
오늘의 달 🌕
오늘 걸은 거리 27,3km
오늘 걸음 수 36,959걸음
Astorga ➡️ Foncebadón
남은 거리 239,9k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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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20.열병의 순례자
3년 전 나는 이 산꼭대기에 있는 마을에 올라가다가 열사병을 얻었어.
그때는 기온이 보통 30도 후반까지 올랐고, 할 일을 후딱 해치워버리고 싶어하는 나는 그때도 사람들을 뒤에 놓고 혼자 달리듯이 산을 올랐어.
숙소에 도착하고도 몇 시간이 지나도록 얼굴이 달아오른 게 진정이 되지 않았어.
나는 저녁에 먹은 것을 다 토하고, 몸을 젖은 수건으로 닦아도 보았지만 역부족이었어.
결국 같은 방 코골이 순례자들과 에어컨의 부재로 잠을 한숨도 잘 수 없었던 나는 새벽에 산을 내려갈 결심을 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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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힘든 일이 있을 때 주변사람들의 도움이나 응원을 필요로 해?
나는 자주 몸이 아프고 이걸 타인에게 말할 때에 어떠한 부끄러움이나 수치심을 느끼지는 않아.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아픈 모습을 보여주는 건 또 꺼려하더라고?
이게 내가 오늘 알게 된 거거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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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오늘은 걸음을 내딛는데 꽤나 울적함을 느꼈어.
지난 저녁에 8인실에서 혼자 여자라 소외감을 느꼈거나 불편함 때문에 잠을 잘 이루지 못했던 탓일까? 설마!
아침부터 두 외국인 순례자들과 걸으면서 아무리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도, 계속해서 노래를 부르고 휘파람을 불러도 쳐지는 기분을 막을 수가 없었어.
그래서 이 기분이 들킬까봐, 전화를 받는다는 핑계로, 마을을 둘러보겠다는 변명을 대며 그들과 떨어지게 되었어.
가다가 슈퍼마켓을 한 군데 발견했고, 윗 마을에는 가게나 음식점이 연 곳이 없으니 마지막 마을에서 필요한 물품을 사오라던 당부가 떠올라 마실 것과 주전부리들을 약간 구매했어.
그러고는 가던 길을 갔지. 터벅터벅 혼자 산을 올랐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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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내가 이따금 같이 걷는 이 두 친구는 발이 참 빨라.
나보다 체력도, 덩치도 좋고, 걷는 속도도 무척이나 빨라서 사실 함께 가기 버겁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
그들과 걸을 수는 있지만 걷고 나면 꼭 만신창이가 되거든!
그러니까 나는 오늘 기운이 나지도 않는데, 이 빠른 친구들을 신경쓰게 하고 싶지 않아서, 내 감정과 이걸로 인해 영향 받을 내 카미노를 들키고 싶지 않아서, 혼자 산에, 느린 속도로 오르기 시작했어.
누군가 나를 빠른 속도로 잡아주길, 내심 바라면서.
그렇담 나는 못 이기는 척 다시 그들과 같은 속도로, 오늘의 나에게는 너무나 과하지만 또 그럼에도 필요한 속도로, 걸어갈 수 있을텐데.
그렇다면 조금 더 이르게, 목적지에 다다를 수 있을 거라는, 어처구니 없는 바람도 함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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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선택임에도 올라가는 내내 너무나 외로웠어. 우울하기도 했고, 방금 말했듯, 내 기분을 들키지는 않고 걷고 싶었어. 그럼에도 누군가 나를 알아채고 달래주길 바라기도 했어.
하지만 그럴 사람이 없다는 걸 알기에 또 외로워지고.
내 열병을 초래했던 게, 내 자신이었다는 걸 알게 된 것이지.
그건 더위가 아니었어.
그저 외롭고 쓸쓸한 내가, 스스로를 아프게 했던 날이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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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움을 사랑하고 끌어안자고 오래오래 생각하고 있어. 그런 사람들이 많아지면 좋겠다고도 생각하고 있어. 그렇게 행동하는 나라 같은 사람이 있어 참 다행이야.
💙사실 나는 누군가를 크게 미워하진 않아. 얄밉다는 생각은 종종하긴 하는데! 아니면 너무나 큰 미움이 이미 소수의 사람들에게 얹어져서 그런 건가? 언젠가 이 마음도 흘러가겠지 싶어! 너무나 미우니까 차라리 사랑해버리고 말자, 싶기도 해서 기분을 상하게 하는 사람들에게서는 좋은 점을, 아니 귀엽게 느껴지는 점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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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ola!
오늘은 마지막에 산만을 올라가야 하는 길이었어.
그 전에 만나는 마지막 마을은 정상까지 5km가 떨어진 곳이었고,
이 마을에서 쉬지 못하면 한 시간을 넘게 산을 올라야 하는 셈이었지.
처음엔 셋이서 가다가 앞서가던 벨기에 순례자를 만나 넷이서 걷고 있었어.
도착 전 마지막 마을에서 다들 쉬는데,
나는 뒤에 올 친구들이 이 마을에서 파는 '한국 라면' 식당이 열었는지 궁금해해서 미리 알아보러 갈겸 동네를 돌아다녔어.
그러다가 같이 걷던 무리와 떨어져 혼자서 유유히 산에 들어갔고,
아주 오랜만에 혼자서 목적지에 도착했어.
우리는 때로 같이 가기에 힘든 시간을 견디지만
모순적이게도 혼자만의 시간을 견뎌야 더욱 강해지는 것도 맞아.
모든 일에서 균형이 중요함을 느껴!
+카미노트가 다음주 중으로 6개월 간의 여정에 종지부를 찍을 것 같아.
그간 궁금했던 내용을 남겨주면 가능한 선에서 답변을 할게!
¡Buen Camino!
🇪🇸
✨카미노트에 남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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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받아보는 이름 바꾸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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