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떤 목소리를 가졌을까? 오늘 날짜 2025.2.12. 수
오늘의 날씨 햇살이 찬란했어!
예전에 지났던 라벤더 옆을, 꽃이 진 곳을 걸어갔어.
오늘의 달 🌕
오늘 걸은 거리 27,9km
오늘 걸음 수 38,128걸음
San Martín del Camino ➡️ Astorga
남은 거리 265,2k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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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19.에코의 순례자
같은 날에 목소리에 대한 칭찬을 두 번 들었어.
바르셀로나에서부터 걸어온, 연배가 지긋한 순례자는 내 목소리가 라디오 방송을 진행하는 앵커 같대.
또 오늘 숙소에서 처음으로 만난 캐나다 순례자는 내가 부른 'La vie en rose'가 너무 좋다며 계속 불러달라고 했어.
외국인이라 그런지 칭찬을 좀 후하게 듣는 것 같아!
우리나라에서도 외국인들이 한국어를 조금만 하더라도 잘한다며 칭찬하고는 하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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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나는 정작 나의 목소리가 어떻게 들리는지 모르는 걸?
그리고 내 목소리는, 도대체 어디서 온 걸까?
목소리도 유전인 걸까?
연습으로 교정이 가능한 걸까?
그럼 나는 내가 원하는 대로 목소리를 바꿀 수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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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를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그리스 신화의 '에코'가 생각나.
나르키소스를 사랑했던 님프인 에코는 입이 너무 가벼웠대.
그만 여신 헤라의 미움을 사서 남의 말을 따라하는 벌을 받았어.
그리고 역시나 저주에 걸린 나르키소스가 강가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며 사랑을 고백했을 때, 숨어서 그 말을 듣고 따라할 수밖에 없던 에코의 이야기가 생각이 났어.
우리가 결국 말을 배우는 것은, 메아리로 시작하니까, 우리의 목소리도 결국 누군가의 메아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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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찬가지로 나는 인간의 한계가 스스로의 모습을 보지 못하는 데에 있다고 생각했어.
자신이 누군지 모르는 사람인 거야, 우리는. 타인의 모습을 통해서야만 '나'를 인식하지.
탈무드에 나오는 일화처럼, 지붕을 청소하는 두 사람이 서로의 모습을 보며 반대의 결과를 보이는 것처럼.
우리는 우리의 외부에서 오는 것들에 의해 스스로가 누군지 알게 되고, 스스로의 것을 찾아가는 것 같아. 그러니 자신을 보려면 밖을 계속해서 관찰하는 일이 선행될 수밖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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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사진은 가우디가 초기에 설계한 궁전을 찍은 거야.
이전에 이 마을에 왔을 때에는 내부에 들어가진 않았는데, 이번엔 스테인드글라스도 볼 겸 나를 포함해 6명이 함께 방문했어.
그가 바르셀로나의 유명한 미완성 성당인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설계하기 전까지, 얼마나 수많은 연습과 습작과 모작이 스쳐갔을지, 돌아보게 되었어.
내 외국어와 노래들 역시.
누군가가 말하는 것을 듣고, 누군가의 노래를 그대로 따라 소리를 내면서 익힌 것들이야.
우리의 글씨체 역시도, 젓가락을 집는 습관도, 신발을 구겨신는 모양새와 가족 특유의 말투들도,
세상에 어느 것 하나 새로운 것이 없지만, 이 모든 구습들이 마구잡이로 섞일 때 새로운 사람이 만들어져.
이 엉망진창스러운 새로움을 만나.
그렇게 되기까지 오래도록 우리는 계속해서 존재하는 것들을 따라할 거야.
그렇게 메아리치면서 조금씩 바뀌어가는 하루를 만나고 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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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la!
레온을 지나니까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어.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온 세 명의 친구와,
론세스바예스에 살지만 순례길을 걷던 중 레온에서만 몇 달을 보냈다던 순례자와,
멕시코에서 온 순례자도 있어!
오늘 숙소에서는 캐나다에서 온 순례자도 만났고!
오늘의 숙소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관리하시던 분이 순례자들에게 그닥 친절하진 않았어.
우리가 저녁을 할 때에도 외부에서 묵는 한 친구가 잠시 방문을 했는데,
돈을 내야만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거든.
그래서 더욱 우리에게 가진 안좋은 감정이 커질까봐, 저녁메뉴로 준비한 음식을 나눠드렸어.
그랬더니 설거지를 해주겠다는 거 있지?
나에게는 스페인어로 '예쁜이'라고 불러주시기까지!
무례에 친절로 답하는 내가 신기했대.
하지만 우린 때로 한번 보고 말 사람들에게 친절할 때가 있잖아?
이 친절이 오래 볼 사람들에게도 남아있으면 좋으련만,
그러기엔 내가 속이 너무 좁아!
¡Buen Camin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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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 「에우로파」, 『노랑무늬영원』
휴일 오전에 직장인을 불러내는 건 범죄 행위란 거 알지? 네가 사는 거니까 알아서 시켜.
그런 게 어딨어, 하고 인아는 새치름해지는 듯하더니 곧 마음을 바꿔 간소한 아침 메뉴와 커피를 고른다
이렇게 시킬까?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인아는 손을 들어 종업원을 부른다. 또박또박 주문을 마치고 생긋 웃는다. 눈언저리에 장난기가 느껴지는 웃음이다. 그렇게 그녀가 누군가를 향해 웃을 때 내가 약간의 고통을 느낀다는 것을 그녀는 모른다. 그 누군가가 남자건 여자건, 얼마나 가까운 사람이건 상관없다. 고통과 거리를 두려고 나는 잠깐 창밖으로 고개를 돌린다.
왜 보자고 했어?
보고 싶어서.
이런 경우, 즉각적으로 나오는 인아의 대답은 대부분 농담이다.
진짜야. 못 믿겠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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