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1“순례자들 다 미쳤어” 오늘 날짜 2025.2.1. 월
오늘의 날씨 비가 내렸어. 다행히 도시에 잘 도착한 후에?
그리고 비를 쫄딱 맞으며 아시안 마트에 가서 고추가루를 구했어!
오늘의 달 🌕
오늘 걸은 거리 24,2km
오늘 걸음 수 35,972걸음
Maillas de las Mulas ➡️ León
남은 거리 314,8k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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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17.광기의 순례자
어제 물었지?
끝까지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이 있냐고?
오늘은 '그들'에 대한 이야기야.
과거의 나와 같은 사람들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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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나를 포함해 총 8명이 각자 역할을 찾아서 그룹으로 다닌다고 했던 말, 기억해?
사실 우리가 처음 프랑스에서 잘 때에는 지금과 다른 8명이었어.
먼저 두 명의 미국인 순례자와는 체력이슈로 9일차에 헤어지게 되었어.
대부분의 순례자들(그래봤자 9명)이 다음날 일정을 위해 더 멀리 가고 싶어했거든.
그리고 바로 다음날 또 한 명의 아일랜드 순례자와 작별하게 되었어.
10일차에 43km를 가고자 했던 나와 친구들, 그리고 우리에게 설득당한 사람들과 다르게 그 친구는 급할 게 없다며 그 구간을 천천히 가고 싶다고 말했거든.
그렇게 우리는 8명이 되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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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유혹적인 곳이야.
우리는 도시에 진입하기 위해 공단을 걷는 거나 도시를 가로지르는 것은 피로하다고 느끼지만,
도시 자체가 주는 문명의 혜택들은 누리고 싶거든.
늦게까지 문을 여는 상점들과 맛있는 것과 편리함이 넘쳐나는 도시에서 순례자들은 며칠을 더 쉬면서 회복의 시간을 가질까, 하는 생각을 해. 그리고 나 역시도 매일의 손빨래와 영양실조와도 같은 식단에 지칠 때면 도시에 더 머무르고 싶기도 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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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와중 결국 함께 걷던 두 사람이 이번에 나오는, 프랑스길에서 가장 큰 도시인 레온에서 며칠 쉬다가고 싶대. 하지만 둘을 제외한 여섯의 의견은 확고했어.
그래서 편히 쉬고 싶던 한 사람은 호텔에, 이틀은 쉬고 싶다던 두 사람은 또 각자 다른 숙소에, 그리고 그들을 제외한 우리 다섯은 에어비앤비에서 각기 다른 시간을 보내다가 우연히 한 성당에서 만나 같이 츄로스를 먹으러 갔어.
쉴 시간을 갖고 싶어하던 그 둘에게 물었지. 상태는 좀 어떻냐고.
지금 다들 발목이나 무릎, 정강이 근육들이 아파서 평소처럼 빠르게 걸을 수가 없었거든.
둘 다 잘 모르겠대. 하지만 나는 느꼈어. 그들이 함께 할 것이라는 걸.
둘 중 신체적 고통보다는 심리적 피로를 더욱 크게 느꼈던 순례자에게, "한국인 순례자들이 당신을 존경해요. 당신이 가진 신념과 보여주는 실천들은 우리를 자극해요."라고 말했거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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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순례자는, 함께 에어비앤비에 머물자는 제안을 거절했어. 우리는 다음날 체크아웃을 할 거지만 자신은 하루 더 이곳에 머무를 예정이니 굳이 숙소를 옮기는 수고를 하고 싶지 않다는 이유에서였지.
그래서 성당에서 우연히 만난 그 두 친구에게 포옹을 했고, 이번에는 신체적 피로가 큰 친구를 저녁식사에 초대해 밥을 먹였어. 그러고나서 다시 물었지. 어떡할 건지. 츄러스 집에서는 가지 못할 것 같다고 했거든.
대답은, '가겠다'는 거였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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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던 친구1은 '모든 순례자들은 미쳤다'고 말했어.
"아니, 순례길 좋아. 진짜 정신적으로 좋아. 사람들한테 긍정적으로 에너지 얻는 것도 좋고, 서로 챙기고 보듬어주는 것도 좋아. 동시에 너무 나빠. 육체적으로 힘들어 하는 사람들이 무리해서, 자신이 그들과 함께 하고 싶다는 이유로 쫓아가게 만들어. 진짜 미친 것 같아. 같이 가자고 하는 너나 그걸 수락하는 사람들이나."
나 역시도 무리해서 누군가와 함께 걷고 싶었던 적이 있었기에, 둘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어.
다른 점이라면 나는 신체적 불편함으로 멈추려고 했던 건 아니었다는 것이고, 무리해서라도 쫓아가고 싶은 그 마음을 느꼈다는 거지.
그래서 어제와 같은 질문을 하고 싶었어. 이내 내 질문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알게 되었지만.
그래도 나는 가끔 우리가 스스로를 필요이상으로 피로하게 만들고 당장은 우리를 갉아먹는다고 느끼는 순간에, 우리가 그것을 대가로 지불하더라도 얻고 싶은 것이 있다고 믿어.
당신에게도 그런 게 있어?
나를 주어서라도 얻고 싶은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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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갈피의 시, 최근에 읽은 시가 생각나 반가웠어. 반과 반. 끝까지 가고 싶은 사람이라.. 그럴 수 없을거라고 생각하니까 떠오르지가 않아..
💙이 코멘트를 보고 내 질문이 얼마나 우매하였는지 알게 되었어. 나는 지금 한달간의 짧은 길을 걷고 있고, 이 정도는 지치지 않고 갈 수 있는 기간이지. 더군다나 나와 함께 걷는 친구들은 젊고. 우리는 이것을 위해, 같은 목적을 갖고 처음부터 함께 길에 올랐으니 말이야. 하지만 걷다가 우연찮게 만나는 사람들은 달라. 언제든 헤어질 수 있어. 누구에게나 같은 시간이 주어지지 않고, 같은 생이 주어지지 않았으니. 떠오르지 않아도 괜찮아. 고민을 해줘서 고마워! 어쩌면 나는 분에 넘치는 호사를 누리고 있나 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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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ola!
마지막 레터를 위한 기록을 남기기 시작했어.
레온은 프랑스 길에서 가장 큰 도시이고, 이 레온이 속한 '카스티야 이 레온'이라는 지역을 지나면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가 있는 '갈리시아'라는 지역이 나와.
그러다보니 벌써 끝을 준비하게 되네?
레온 이후의 걷는 구간들은 거리가 적어서 노트를 쓸 여유가 생겼으면 해.
분명 저번 카미노트는 이렇게까지 자주 밀리지 않았는데, 확실히 겨울이라 늦게 출발하고 늦게 도착하고, 걸음도 더뎌서 그런지 가용시간을 확보하는 게 쉽진 않네?
그래도 감사해.
저번 카미노트는 다른 사람과 함께 이야기를 하며 걸을 때면 그날 혼자 생각한 것이 없어 레터를 보낼 때 난감할 때가 있었는데, 이번에는 이마저도 다르네.
새로운 생각들과 일화들을 자연스레 기록하게 돼.
오늘 하루도 잘 마무리하고 좋은 주말 보내!
¡Buen Camino!
🇪🇸
✨카미노트에 남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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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의섭 - 「암막」
네 어둠을 지켜줄게 이런 마음은 눈 내리는 장면을 닮은 것이다 나는 바닥까지 드리운 결심을 걷어내지 않는다 몇 년을 자다 깬 듯한 아침 이사 온 지 한참 됐어도 낯선 거리 버스기사에게 인사를 건네면서도 식당 주인과 얘기를 나누면서도 나는 나로부터 동떨어져 있다 눈은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창가에 앉은 나는 거대한 눈물이었다 네 어둠은 새어나가지 못할 것이다 이런 저주를 나는 거둬들일 생각이 없다 내가 막고 있는 건 햇빛 별빛 가로등 빛 무수한 종류의 빛 반대편으로 내몰린 모든 곳으로부터의 끝에 사는 생물 나는 풀려날 때를 기억하고 싶지 않다 두려운 것일까 눈처럼 마침내 사라져 버리는 일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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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카미노트 구독✨
그리고, 받아보는 이름 바꾸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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