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환경에 놓여 있어? 오늘 날짜 2025.2.9. 일
오늘의 날씨 비가 내릴듯 말듯 우중충한 날씨였어.
하지만 이럴 때가 걷기엔 가장 좋다는 말씀!
오늘의 달 🌔
오늘 걸은 거리 37,8km
이제 30km를 넘게 걷는 일은 없을 거야!
어제 누적된 피로로 다들 피곤해 하더라고.
오늘 걸음 수 56,441걸음
Sahagún ➡️ Maillas de las Mulas
남은 거리 333,5km |
|
|
Day16.풍경의 순례자
어떠한 풍경을 좋아해?
계절에 따라 다르려나? |
|
|
스페인 북쪽을 가로지르며 느끼는 것은, 비가 오지 않고 해가 뜨는 날이면 아주 강하고 찬란한 햇살이 내리쬔다는 거야.
나그네의 옷을 벗길 정도로 말이지.
그리고 나는 이 파란 하늘에 뜬 구름을 보는 게 너무 행복해.
이전의 나는 여름보다는 겨울을 좋아했는데,
첫 순례길을 걷기 전 10월, 스페인 남부의 도시 세비야에서 한참 햇빛을 받고,
또 첫 순례길을 마치고 12월에 갔던 모로코에서도 또 강렬한 해의 기운을 맞으며,
햇빛이 내리쬐는 날을 사랑하게 되었어. |
|
|
그러고나니 자연스럽게 수반되는 풍경들이 있었지.
가령 나무라든가, 비 온 뒤 무지개라든가, 과실이 탐스럽게 열린 나무라든가, 건조한 기후대에서 자라는 나무의 모양새나 붉고 건조한 땅의 기운들.
그리고 아주 높고 푸른 하늘까지.
다 내가 이 길을 걸으며 사랑하게 된 풍경이야. |
|
|
나에게 풍경은 어쩌면 대상을 아우르는 무언가야.
나는 과연 순례길에서 걷는 것 자체를 좋아하는 걸까, 아니면 이 풍경에서 걷는 걸 좋아하는 걸까?
한 가지 확실한 건, 나는 눈 앞에 펼쳐지는 광경을 하나하나 다 기록해두고 싶다는 거야.
그것이 개인마다 다르고, 때로는 헛것으로 보일지라도. |
|
|
오늘은 친구와 미친듯이 빠른 속도로 걸었어.
중간에 둘이 세 시간 가까이 쉬지 않고 걷고 있었는데, 저기 멀리 붉은 벽돌로 된 담장이 보였어.
친구에게 "저거 혹시 벽이야?"라고 물었더니 그냥 멀리 있는 밭이라고 하더라고.
내가 눈이 나빠서 잘못 본 거였어.
풍경마저도, 그저 눈 앞에 보이는 것도, 그저 '보고 있다고 믿는 것'에 불과할 때가 있는 것 같아.
그러니 우리는 세상이 아름답지 않을 때라도, 그것이 아름답다고 믿으며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
|
|
같이 걷는 멤버 중에 채식을 하는 순례자가 있어.
새롭게 길을 걷는 사람이 '이 세상은 망했다'고 말하자, 바로 이어서 반박을 하더라고.
"그렇게 보일 수 있지만, 일부가 그런 거야. 모든 게 그런 건 아니야."
그래, 우리는 결국 우리가 원하는 만큼을 풍경으로 보고 있을 거야.
우리에게 보여지는 광경은 우리가 선택한 게 아니지만, 기억과 추가적인 정보를 입력하는 것은, 우리의 선택에 달린 일이겠지.
그러니 더욱 아름다운 걸, 아름다움이 둘러싸고 있는 그 대상과 함께 기억하며, 더욱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자. |
|
|
💙
¡Hola!
이번 주는 잘 보내고 있었어?
우린 드디어 절반 지점을 통과하고 다음날이면 프랑스 길 중 가장 큰 도시인 '레온'이라는 곳에 도착해.
그리고 아마도 몇 사람을 떠나 보낼 것 같아.
이게 첫 이별은 아니지만, 이미 힘든 구간을 같이 지나와서 그런지 마음이 편치 않네.
자신에게 맞는 속도와 쉼이 있다는 것을 주지하면서도 뜻대로 되지 않아.
그저 모두가 건강하길 바랄뿐이야.
은/는 끝까지 함께 가고 싶은 사람이 있어?
그 사람은 어떤 사람이야?
¡Buen Camino!
🇪🇸
✨카미노트에 남기기✨
⬇ |
|
|
신이인 - 「작명소가 없는 마을의 밤에」
오리너구리를 아십니까?
오리너구리, 한 번도 본 적 없는
고아에게 아무렇게나 이름을 짓듯
강의 동쪽을 강동이라 부르고 누에 치던 방을 잠실이라 부르는 것처럼
나를 위하여 내가 하는 일은
밖과 안을 기우는 것, 몸을 실낱으로 풀어, 헤어지려는 세계를 엮어,
붙들고 있는 것
그러면 사람들은 나를 안팎이라고 부르고
어떻게 이름이 안팎일 수 있냐며 웃었는데요
손아귀에 쥔 것 그대로
보이는 대로
요괴는 그런 식으로 탄생하는 겁니다
부리가 있는데 날개가 없대
알을 낳지만 젖을 먹인대
반만 여자고 반은 남자래
강물 속에서도 밖에서도 쫓겨난 누군가
서울의 모든 불이 꺼질 때를 기다리는 중입니다
알고 계셨나요?
기슭에 떠내려오는 나방 유충을 주워 먹는 게 꽤 맛있다는 거
잊을 수 없다
모두가 내 무릎에 올려두었던 수많은 오리너구리
오리가 아니고 너구리도 아니나
진짜도 될 수 없었던 봉제 인형들
안에도 밖에도 속하지 못한
실오라기
끊어낼 수 없는
주렁주렁
전구 없는 필라멘트들
불을 켜세요
외쳐보는 겁니다
아, 이상해. |
|
|
✨2월 카미노트 구독✨
그리고, 받아보는 이름 바꾸기!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