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고 싶은 사람이 생겼어! 오늘 날짜 2025.2.7. 금
오늘의 날씨 오후에 비가 그친다는 예보와 곧 비가 그칠 거라는 예보로 출발하기를 망설였어.
우리는 오늘 다 함께 준비한 아침식사로 평소보다 늦은 하루를 시작했어.
결국 걷다가 다시 비를 만났지만, 금세 그쳤고, 다시 또 비가 내리기 전에 숙소에 도착했어.
오늘의 달 🌔
오늘 걸은 거리 24,3km
오늘 걸음 수 33,428걸음
Frómista ➡️ Carrión de los Condes
남은 거리 409,3k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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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14.긍정의 순례자
우리는 거의 8명의 순례자가 한 그룹이 되어 걷는 중이야.
그중 핀란드 순례자는 마라톤이 취미고, 낙관적이고 긍정적이면서 준비가 철저한 아주 멋진 어른이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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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길을 걸으면 응당 같이 걷거나, 같은 숙소에 머무는 그룹이 생기기 마련이야.
때로는 비슷한 나이대나 같은 국적의 사람들과 가까워져서 그나마 고된 이 한 달을 전우애로 이겨내려고 노력하게 되더라고.
그러다보면 꼭 모이는 사람들마다, 그 그룹마다 저마다의 분위기를 갖는 것 같아. 나 역시도 총 세 번 순례길을 걸으며 그때마다 다른 분위기를 느끼고 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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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순례자와 또, 비슷한 나이대의 벨기에 순례자가 있어.
가장 나이도 많거니와 가장 에너지도 넘치고 긍정적인 분들이라 우리 그룹의 분위기를 전반적으로 끌어올리는 데에 가장 기여하는 분들이셔.
두 분의 케미는 엄청난데,
우리가 43km를 걷기로 한 날 나를 포함한 몇은 40km를 걷고 차를 탔고, 저 두 분과 미국인 순례자는 3km를 더 걸어서 총 46km를 걷고 내가 또 기절했던 그 다음날, 아주 재미있는 광경이 펼쳐졌지.
그럼에도 다음날 20km를 걸어서 도시에 가는 데도, "오늘 기분은 어때?"라는 질문에, "너와 함께 한다면 언제든지 좋은 날이지!"라는 대답을 내놓았다니까?
"이런 말은 내 여자친구에게 해줘야 하는데..."라는 말까지 덧붙여서 잠에서 덜 깬 나를 일어나자마자 웃게 만들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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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날은 아저씨에게 '나이스'한 날이야.
비가 올 때면 도전을 할 수 있고, 날이 더우면 옷차림을 가볍게 할 수 있고, 날이 춥고 궂다면 준비해온 무거운 옷을 입을 수 있어.
마라톤을 해서 걷기도 정말 잘 걷는 아저씨는 항상 가장 먼저 숙소에 도착해 계셔.
그리고 샤워를 마치신 뒤 하나씩 들어오는 우리를 반겨주셔.
때로는 포옹으로, 주먹을 맞대는 것으로.
그리고는 "오늘도 해냈구나!"하고 기뻐하고 칭찬해주셔!
언젠가 나는, "언제나 아저씨가 일등을 하니까, 아저씨는 순례길의 왕이에요!"라고 말한 적이 있었고, 아저씨는 "'내'가 아니라 '우리' 모두 왕이자 여왕인 거지!"라고 말했어.
그때 나의 세상에 다시 금이 갔어. 그리고 점차 붙어가고 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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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점차 애정을 느껴. 사람에게 더 깊은.
예전에는 미워하면 차라리 사랑하려고 했는데, 그래서 어쩌면 인류애라는 것도 진짜 사랑이 아닌 타인을 미워하기도 전에 사랑하려는 마음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젠 정말로 점차 내 곁에 나와 함께 걷는 사람들에게 애정을 느끼고 있어.
안녕, 소중한 사람들을 만들어 가고 있는 곳이야.
왜 이 길은 걸어도 걸어도 새로울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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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람들의 유형이 꽤나 정해져 있다고 생각했고, 나이가 들수록 그것들이 더욱 바뀌지 않을 거라고 믿었어.
고착화되는 것이 나이가 들어가는 과정일 것이라고, 그리고 나 역시도 느끼지 못하는 순간에 이미 바뀌어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어.
이곳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다른 삶을 배워가.
열려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
즐거운 월요일 보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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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la!
좋은 주말 보냈어?
나의 순례길은 이제 2주차를 마치고 3주차에 접어들 거야.
3주차는 정말 시험에 드는 구간이야.
익숙해졌다는 권태와 그럼에도 가야 한다는 압박감과 부담감,
그리고 끝나지 않는 것 같다는 조급한 마음이 함께 자리할 거거든.
심지어 나는 이 길을 알고 있음에도 그래.
내일은 대망의 40km를 걷는 날이야.
아마 내일에 대한 이야기는 며칠이 지나서야 당신에게 다다를 거야.
그렇게까지 걷는 날의 나는 분명 글은 커녕, 밥도 안 먹고 잠에 들테니.
그렇지만, 오늘도, 내일도, 그리고 다음주와 다음달과 내년 역시 좋은 날일 거야.
내게 선택할 수 있는, 아주 작은 자유가 주어질 때마다 나는 긍정적일 거야.
새로운 세상을 배우는 곳에서 레터를 보내.
¡Buen Camin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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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연 - 「우리의 생애가 발각되지를 않기를」
사랑이 끓어넘치던 어느 시절을 이제는 복원하지 못하지. 그 어떤 불편과 불안도 견디게 하던 육체의 날들을 되살리지 못하지. 적도 잊어버리게 하고, 보물도 버리게 하고, 행운도 걷어차던 나날을 복원하지 못하지. 그래도 약속한 일은 해야 해서 재회라는 게 어색하기는 했지만. 때맞춰 들어온 햇살에 절반쯤 어두워진 너. 수다스러워진 너. 여전히 내 마음에 포개지던 너. 누가 더 많이 그리워했었지. 오늘의 경건함도 지하철 끊어질 무렵이면 다 수포로 돌아가겠지만 서로 들고 왔던 기억. 그것들이 하나도 사라지지 않았음을. 그것이 저주였음을. 재회는 슬플 일도 기쁠 일도 아니었음을. 오래전 노래가 여전히 반복되고 있음을. 그리움 같은 건 들키지 않기를. 처음으로 돌아가려 하지 않기를. 지금 이 진공관 안에서 끝끝내 중심 잡기를. 당신, 가지도 말고 오지도 말 것이며 어디에도 속하지 말기를. 그래서 우리의 생애가 발각되지 않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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