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데는 없지? 나는 아주 건강해! 오늘 날짜 2025.2.6. 목
오늘의 날씨 사진에 보이는 언덕을 올랐어.
벤치에 앉아 쉬려는데 너무 더워서 옷을 다 벗었거든?
근데 기온이 2도래!
오늘의 달 🌓
오늘 걸은 거리 35,6km
오늘 걸음 수 48,712걸음
Hontanas ➡️ Frómista
남은 거리 428k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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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13.권태의 순례자
순례길 여정이 벌써 중반을 향해 접어들고 있어.
2주차가 지나가면서 다들 걷는 거리와 속도가 늘었어.
그리고 우리는 가장 지루해서 누군가는 건너뛰기도 한다는 메세타(고원)를 지나고 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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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길을 갔다왔다고 하면 그곳에서 대체 무엇을 하냐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아.
식사는 어떻게 해결하고, 잠은 어디서 자고, 불편하진 않냐 등등.
그래서 오늘은 순례자로서의 내 일상을 톺아보면서 작은 삶으로 여겨지는 순례길을 같이 설명할까 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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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자들은 우선 아침에 눈을 뜨고 각자 끼니를 해결해. 아침식사가 될 수도, 그저 약간이나마 걷을 때 도움이 되기 위한 간식일 수도 있어. 그러고나서는 각자 목표한 만큼을 걷는 거야. 중간에 쉴 수 있는 바나 식당, 카페테리아가 있다면 간단한 식사를 하거나 커피를 마시며 휴식을 취하고 더 걸어갈 에너지를 보충해.
나는 한여름과 한겨울을 모두 경험했는데, 보통 25-30km사이를 간다고 하면, 걷는 게 익숙해졌을 무렵에는 시간 당 5km를 가는 것 같고, 순수하게 걷는 시간만 6시간(시속 4km가 일반적이거든!)이라고 할 때, 새벽부터 출발하는 여름 기준 오후12시에서 1시 사이, 7-8시에 출발하는 겨울 기준 2-3시 사이에 목적지 마을에 도착하게 돼.
그리고 오늘은 34km 떨어진 마을에 가느라 꽤나 일찍 일어나야 했어.
길은 대부분 평지라서 걷기엔 쉬운 구간이지만 그렇기에 더욱 따분하기 쉬워지거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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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을 한 뒤에는(숙소는 보통 이전에 예약을 하거나, 선착순으로 받는 경우로 나뉘어. 성당에서 운영하는 곳은 예약을 받지 않고 선착순으로 사람을 받아. 대신 금액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그러니 사람이 많이 몰리는 여름에는 자리를 얻기 위해 새벽부터 길을 나서기도 한대) 고된 몸을 씻고, 땀이 묻은 옷을 빨고, 식사를 하고, 때로는 숙소에서 준비한 활동에 참여하고 다음 날을 준비한 뒤 잠자리에 들어. 이때가 보통 밤 열시 무렵이야. 내가 카미노트를 쓰기 시작하는 시각이지.
그리고 나에게도 어느 정도 권태가 찾아왔다는 이야기를 꺼내려던 참이었어.
(카미노트말고 카미노! 레터 좀 제발 따라잡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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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롤러코스터 같다가도 때로는 견딜 수 없을 만큼 무료해.
첫 시작은 항상 설레고, 두근거리고, 긴장되고, 걱정이 돼. 어떤 사람들은 자신감에 넘치기도 하고.
순례길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
나는 이곳에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랐지만 그럼에도 때로는 걷는 것이 질리고, 맨날 해야 하는 빨래가 지겹고, 다리는 아프고, 물집과 발 또한 성하지 않고 몸도 너무나 고되. 쉽게 말해 배가 부른 거지. 누군가에게는 꿈이기도 한 이 길인데.
그래서 그럴 때면 지지도 않을 책임감을 상기시키곤 해.
내가 하는 일에 진정성을 담으면, 내가 대신 누군가의 꿈이라면, 내 마음가짐이 이럴 수 있을까?
스스로를 되돌아보았을 때 부끄럽지 않을 수 있을까?
그저 걷는 행위에 그치지 않고 나는 정말 모든 마음을 다 해서 이 길을, 이 삶을 살아내고 있는 걸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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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내 인생이 평탄했으면 하고 바랐어.
가까운 나의 지인들은 아는 이야기인데, 나에게는 정말 말도 안되는 기이한 일들과, 기이한 인간관계와 더불어 정말 말도 안되는 좋은 일들이 꼭 균형을 유지하듯이 일어나거든.
그래서 때로는 좋은 일이 일어나도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어딘가에서 그 대가를 치를까봐 불안하기도 해. 그러느니 차라리 아무 굴곡이 없이 평화로웠으면 하는 거지.
하지만 걸으면서 다시 느꼈어. 그런 삶은 또 나를 권태로 이끌 것이란 걸. 물론 그게 내게 필요한 것임에도. 내 발에 좋은 것일지라도, 나는 이걸 권태라고 여기는 사람이고, 그럼에도 그것은 내게 찾아올 것이고, 때로는 나에게 이로운 것일지라도 나는 또 이걸 시련처럼 이겨내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나 혼자의 힘으로는 어렵다는 것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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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la!
요즘 새롭게 친해진 친구와 속도를 맞춰 걷고 있어.
워낙 발이 빠른 친구라 사실 그 친구가 내 속도에 맞춰 주곤 했어.
새로운 사람과 새로운 이야기들, 이미 2주를 넘게 보고 몇 시간을, 다 합쳐 수십 수백 시간을 함께 이야기를 나눈 사람에게서도 새로운 에피소드들이 터져나와.
말은 글보다 같은 시간 대비 전달하는 정보의 양이 월등하게 많음에도 우리는 계속해서 자신의 삶에 대해 이야기를 꺼낼 수 있어.
이렇게 보면 자서전의 영역은, 얼마나 단편적인지.
한 사람의 일생은 절대 한 권의 책으로 일축될 수 없으니 때로는 그저 일화를 읽는 일에 그치기도 해서 아쉬울 따름이야.
안녕, 지금 나는 사람이라는 책을 읽고, 느끼고 있어.
부디 이걸 받아보는 당신이 권태로움마저도 적응하고 조금씩, 새로운 삶들을 발견해나가길 바라.
이 인생은 너무나도 새롭거든.
편견이 많은 나이기에 항상 새로운 걸 경험하고 있어.
+카미노트가 늦어지고 있지?
글을 쓰는 데에 지장이 있는 건 아니고, 모바일 환경에서는 수정페이지와 호환이 잘 안되는 것 같아. 지금도 유투브 링크 다는 걸로 한 시간을 넘게 씨름하고 있거든🥲
오늘 꼭 두 편을 보내고 싶었는데...
내 이번 주 목표는 다음 주가 오기 전까지 카미노트의 기록을 함께 걷기로 맞추는 것!
++결국 포기하고 평소랑 다른 포맷으로 링크를 남겨 놓을게!
좋은 주말!
¡Buen Camino!
🇪🇸
✨카미노트에 남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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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치마 - Hollywood
오늘 긴 거리를 걸으며 미국 친구에게 한국 노래를 들려줬어.
그 중에서 그 친구가 맘에 든다고 했던 곡이야!
이렇게 우리들은 서로의 것을 나누며 친구가 되어가고 있어.
세계 곳곳에 나의 친구들이 살고 있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따스해져.
그 나라를 떠올리면 그 친구들이 떠오르고 자연스레 그들과 함께 걷거나 좋은 날씨를 즐겼던 일들이 함께 따라와. 그런 일이 다시 생길거라는 희망과 믿음을 품게 해. 이게 우리를 내일로 나아가게 할 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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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카미노트 구독✨
그리고, 받아보는 이름 바꾸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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