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난다면? 오늘 날짜 2025.2.5. 수
오늘의 날씨 최고의 날씨를 만났어!
도착하자마자 빨래를 하고 밖에서 말릴 수 있었어.
오늘의 달 🌒
오늘 걸은 거리 32,7km
오늘 걸음 수 46,464걸음
Burgos ➡️ Hontanas
남은 거리 462k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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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12.분노의 순례자
에스키모인들은 화가 날 때면 화가 풀릴 때까지 걷는대.
그래서 나도 너무나 화가 난 나머지 전속력으로 걸어서 선두그룹에 있던 순례자들을 잡고도 마지막에는 달려서 오늘의 목적지에 도착했어.
31km나 떨어진 곳이었는데 마지막 10km에서는 거의 달리다시피 걸었어.
뒤따라오던 친구1,2,3이 내 보폭을 보고(크록스라 바로 알 수 있었대) 간격이 넓어서 의문을 갖다가 내 이야기를 듣더니 정말로 뛰어간 게 맞았다는 걸 확신했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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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고원지대인 '메세타'를 걷는 첫날이야.
한 시간 넘게 도시를 빠져나가 첫 마을에서 아침을 먹었어.
점심을 먹기로 한 마을은 음식을 파는 곳이 모두 문을 닫아서 벤치에 둘러 앉아 저마다 준비한 식량들을 꺼내 먹었어.
다 먹고 남은 11km를 가려고 짐을 챙기는데 갑자기 결제 알림이 떴어.
'통신사 75유로 선결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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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유로라니, 11만원에 해당하는 금액이야.
갑작스러운 결제에 당황하기도 했지만, 더욱 화를 부추겼던 건 이게 단순히 나의 '실수'였다는 점이지.
왜, 있잖아.
뉴균가 나에게 잘못을 했다면 억울하기는 해도 화는 나지 않아.
하지만 내가 스스로에게 바보 같은 짓을 했다면, 나는 이따금 분노에 휩싸여.
결과가 예상되는 일을 예방하지 못한 것 만큼 스스로를 게으른 사람이라고 만들 일은 없는 것 같다고 느껴지거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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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황당하기도 하고 단숨에 화가 머리 꼭대기까지 차오르는 게 느껴져서 친구1,2,3이 있는데도 앞에서 욕을 뱉어버렸어. 그것 역시 후회되고 화가 나는 부분이었고.
이대로 있다가는 그 친구들도 내 눈치를 보고, 스스로 화가 난 모습도 너무나 멍청하다고 생각해 보여주고 싶지가 않아서 걷던 속도를 올렸고, 빠르게 친구들을 떠나갔어.
걸으면서 문제를 해결하려고도 시도해봤지만, 지긋이 앉아서 해결해야 한다는 걸 알았거든.
그러려면 빠르게 숙소에 도착해야 했고.
그래서 엄청난 속도로 걷기 시작한 거지.
이 메세타라는 아주 지루한 길의 초입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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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화가 많은 편이래.
화를 내면 신체화 증상이 바로 나타나면서 근육에 경련이 일어나.
그걸 잘 아니까, 더욱 화가 오른다면 오늘의 걸음을 멈춰야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
몸이 굳으면, 발이 굳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걷지 못하게 될테니.
그래서 나는 살짝 뛰듯이 걷기를 선택했지.
몸이 굳기 전에 오히려 몸을 움직이고 열을 올려서 내 분노로부터 나의 주의를 돌리려고 했어.
이게 정말로 해도 괜찮은 방법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해 본 거지.
당연히 결과는 이미 도착한 앞 두 명을 빼고 나는 두 명의 친구를 따라잡았어.
그리고 그건 내 잘못이 아니고 회사들이 이상한 정책을 펴서 그런거라는 '편 들어주기 식 위로(내가 좋아하는!)'에 감동받으면서 분노가 가라앉았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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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오늘의 나는 분노를 원동력 삼아 단숨에 두 시간이 걸릴 길을 한 시간 반 만에 걸어갔고, 종래엔 분노조차 타인과의 이야기를 통해서 잊게 되었어.
내일은 더 멀리, 34km를 가야하는데, 어디 화날 만한 일 없나?
'분노는 나의 힘!'이라는 걸 느낀 하루였네?
다행히 도착하고도 힘이 남아서 빨래까지 할 수 있었거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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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안개를 좋아해. 그것만의 어떠한 매력이 있잖아. 어쩔 수 없는 자연 앞에서 숨이 턱 막힐 때가 (나는) 있지만, 그 또한 좋아할 수 있는 지점이 있을 거야.(재해는 아직 좋아할 수 없어)
💙‘재해는 아직 좋아할 수 없’다는 말이 참 인상적이야. 레터를 보내고 나서야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 이 생각났어! 안개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좋은 소식을 전할 수 있어서 기뻐🩵 마음이 통하는 사람을 만나는 일은 정말 즐거우니까! 당신에게도 오늘, 혹은 멀지 않은 미래에 나와 같은 경험이 있길!
🦶인스타의 스토리를 보며 너의 발과 몸의 상태,그리고 그곳의 풍경을 보고 카미노트를 읽으면 더 생생하게 다가오기도 해서 좋으면서도 때론 그냥 상상하는 것이 어떨까 싶기도 하고.(걱정이 되기도 하고 ㅠ) 그래도 기록으로 남겨주니 정신이 환기되고 좋다. 기부와 안개. 특히 오늘 헤르만 헤세의 시가 이상하게 위로가 되었어. 고마워.
💙하하 걱정을 바라고 올린 건 아니었는데, 걱정을 끼쳤네! 미안! 인스타 스토리와 일기들을 자주 올리고 싶은데, 나와 함께 걷는 친구들이 느끼기에도 내겐 절대적인 시간이 너무나 부족해. 스크린 타임이 아마 한 시간도 안나올지도 몰라…이젠 걷는 것에 익숙해져서 7시간을 걷고 오후에나마 도착할 수 있게 되었지만, 오래 걷는 만큼 휴식시간을 확보하기 어려워졌어. 모든 것에는 장단이 있는 것 같아! 시간이 될 때마다 자주 올릴게. 나와 함께 걷는 기분을 느끼게 해주고 싶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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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la!
, 화가 날 때 하는 행동이 있어?
아니면 어떤 식으로 화를 푸는 편이야?
나는 무언가에 집중하려고 노력해.
그러다보면 언젠가 그걸 잊게 되거든.
그래서 오늘은 '분노의 질주'를 통해 나쁜 기운과 감정들을 발산했어.
아참! 물집과 발톱의 근황을 전하자면, 나는 정말로 거의 다 회복했어!
들렸던 발톱 밑에 있는 물집들을 잠들기 전에 잘 터치고 핏물을 빼냈더니 날이 갈수록 붓는 정도가 줄어들어서, 내일이면 다시 운동화를 신고 걸을 수 있을 것 같아!
덧붙이자면 스페인 친구도 물집에 실을 통과시켜서 회복이 되더니, 미국 친구 역시 자신도 회보겠다며 나섰어. 덕분에 친구1은 거의 모든 순례자들의 발을 만져본 것 같아.
서로 도와가며, 즐거운 일상을 보내고 있어!
¡Buen Camino!
🇪🇸
✨카미노트에 남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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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갈피는 쉬어갈게요!
내일 걸으며 마음 속에 자리한 음악이나 시들로 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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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카미노트 구독✨
그리고, 받아보는 이름 바꾸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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