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무중 첩첩산중 오늘 날짜 2025.2.4. 화
오늘의 날씨 분명 오늘의 날씨가 좋을 거라고 했거든?
근데 우리는 안개를 거쳐서 하루종일 추운 날씨에 시달렸어
오늘의 달 🌒
오늘 걸은 거리 25,9km
오늘 걸음 수 38,561걸음
Atapuerca ➡️ Burgos
남은 거리 493k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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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11.안개의 순례자
기부제 알베르게에서의 하룻밤과 함께 40km를 넘게 걸은 날들은 거쳐서 나를 포함한 8명의 순례자들은 이제 서로 함께 어울리는 파트너들이 생겼어.
각자의 속도에 맞는 사람들과 같이 걷다가, 헤어지기도 하면서, 다시 또 만났다가, 서로를 기다리기도 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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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또 처음으로 미국인 순례자 친구와 걷게 되었어.
부르고스는 앞으로 4시간만 걸으면 도착하는 거리에 있고, 우리는 전날에 너무 무리를 했으며, 나는 피로와 과식으로 저녁코스의 마지막이었던 푸딩을 먹자마자 토했거든.(스페인식 푸딩인 '플란'은 맛있었어!)
나 역시도 레터를 보내지 못한 채 끝내주는 잠을 잤고, 내가 전날에 장난스럽게 말한대로 모두들 내가 일어나는 대로 9시에 맞춰 출발할 예정이었대. 부르고스에서 점심을 먹을 생각으로 말이지.
하지만 좀처럼 일어나지 않던 나를 친구1이 깨웠고, 나는 짐을 싸고 커피를 마시러 주방에 올라갔어. 어제 함께 걸었던 스페인 순례자가 커피를 끓여주겠다고 했거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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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중년의 순례자들은 둘이서 커피타임을 가진 후 일찍 인사를 하더니 바로 출발하더라고?
어린 우리들은 남아 잠시 멍때리는 시간을 가지다가 친구2와 친구3이 오늘은 빨리 걸을 수 없다며 친구1과 나를 뒤로 하고 먼저 길을 나섰어.
그렇게 숙소에는 미국인과 스페인에서 자란 사람, 친구1과 내가 남겨졌고, 우리는 처음엔 셋이서, 나중엔 넷이서 안개 속을 헤매다가 도시 외곽의 오염된 공기와 도시 내의 번잡함에 어지러워 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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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셋이었다고 했지?
커피를 타주던 스페인 친구가 아직 짐을 안쌌다며 먼저 출발하라고 했거든.
그리고 산 정상을 내려오던 중 안개 속에서 그 친구가 다시 나타났어.
"나, 오늘 날씨 너무 맘에 들어! 덥지도 않고, 시원하고, 안개가 낀 것도 너무 좋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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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말은 내게 인상적이었어.
'안개가 좋다'니?
보통 우리는 갈피를 잡지 못할 때 '안개 속에서 헤매는 것 같다'는 말을 하곤 하잖아!
그런데 이 친구는 이게 너무나 시원했대.
그건 우리에게 가야 할 방향을 알려주는 이정표와, 가야할 목적지가 있기 때문이었을까?
그렇다면 당장 할 것이 보이지 않더라도, 원하는 것이라도 있다면, 적어도 무언가 되기를, 하기를 바라기만 한다면, 우리의 안개는 피곤하고 지친 우리에게, 감시자처럼 우리를 계속해서 따라오는 태양으로부터 피난처를 주는 것일까?
오히려 안개는 잠시간의 휴식이 될 수 있는 걸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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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이 길어졌어.
내 말은, 산업혁명으로 노동시간이 증가하고, 전구가 발명되면서 해가 없더라도 우리는 노동을 할 수 있게 되었어. 우리는 계속해서 자연이 막아놨던 경계들을 허물고 있잖아.
순례길을 걸을 때면 느껴.
정말로, 너무 어두워서 가지 못하고, 너무 더워서, 너무나 눈이 많이 내려서, 비가 내리고 홍수가 생겼을 때, 우리는 극복하지 못하는, 자연스로서의 삶을 되찾게 돼.
나는 안개를 긍정하는 마음에서 인간이 자연으로 회복됨을 보았어.
생산강박과 버닝에 시달리는 우리에게도 안개와 같은 시간이 시원함으로 찾아오길 바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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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ola!
우리는 팜플로나-로그로뇨를 거쳐 '카스티야 이 레온Castilla Y Leon'이라는 지역의 부르고스라는 아주 큰 도시에 도착했어. 11-12세기 경에 지어진 아름다운 성당으로 유명한 곳이야.
앞으로 걸어갈 곳들의 날씨를 확인해보니 점점 더 기온이 떨어지고, 산티아고가 있는 지역에 근접한 한 곳은 눈이 무릎까지 내렸더라고!
준비를 하려 순례자들과 부랴부랴 스포츠용품점까지 셔틀버스를 타고 다녀왔어!
내 발톱의 근황을 전하자면, 그래도 꽤 진정되고 있는 것 같아.
처음으로 물집을 터뜨릴 때만 하더라도 발톱 아래에 물집이 생겼을 거라는 생각을 못했는데,
일단 위를 들어 물집을 터뜨리고 피를 빼내니까 들렸던 발톱이 다시 살에 착 붙더라고?
내일은 또 새로운 모험을 떠나.
이제 나는 넓은 평야가 펼쳐진 고원에 드문드문 있는 마을들을 지날 거야.
며칠 동안은 30km가 넘는 거리들을, 때로는 몇 시간 동안 쉴 곳도, 먹을 곳도 없는 평원을 걷게 될 거야.
그때에, 내가 보내는 고민과 생각들이 당신이 가진 의문들과 겹쳐지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아.
우린 다른 곳에 있어도 같은 하늘을 바라 보고 있을 테니.
¡Buen Camin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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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 - 「안개 속에서」
기이하여라, 안개 속을 거니는 것은! 모든 나무 덤불과 돌이 외롭다 어떤 나무도 다른 나무를 보지 못한다 누구든 혼자이다.
나의 삶이 아직 환했을 때 내게 세상은 친구들로 가득했다 이제, 안개가 내려, 더는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어둠을, 떼어 놓을 수 없게 나직하게 모든 것으로부터 그를 갈라놓는 어둠을 모르는 자 정녕 그 누구도 현명치 않다.
기이하여라, 안개 속을 거니는 것은! 삶은 외로이 있는 것 어떤 사람도 다른 사람을 알지 못한다. 누구든 혼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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