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의 가치! 오늘 날짜 2025.2.3. 월
오늘의 날씨 아침엔 춥다가, 오후엔 덥다가, 저녁에 다시 추워지는 곳은?
정답! 순례길!
오늘의 달 🌒
오늘 걸은 거리 41,5km
오늘 걸음 수 60,939걸음
Grañon ➡️ Atapuerca
남은 거리 513,1k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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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10.협공의 순례자
, 카미노트의 캐치프레이즈가 뭔지 기억나?
바로 '함께 가면 멀리 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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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아주 멋진 탐험을 떠난다고 했었지?
바로 43km를 넘게 걷는 날이야!
우리의 후반 일정 중에는 46km를 걷는 구간이 있었어.
사실 그건 내 실수에서 비롯한 것이라 새로 합류한 우리의 친구3 덕분에 이 구간을 이틀로 나누고, 대신 그 친구의 제안에 따라 9-12일차에 해당하는 코스를 3일짜리로 줄이기로 결정했지.
하지만 친구3이 설정했던 40km 떨어진 마을에는 겨울에 영업중인 숙소가 없었고, 우리는 내가 이전에 묵었던 마을이 있는, 원래 목적지보다 3km를 더 걸어야 하는 마을에 가기로 했어.
한국인 네 명이 43km라는 장대한 행군을 감행한다는 것에 우리를 제외한 외국인 순례자 다섯명은 경악을 금치 못했어.
그러나 이내 중년의 순례자 둘이 '모험'에 동참하고 싶다며 함께 가겠다고 말했고, 그들과 걷던 한명 역시 의사는 묻지도 않고 강제로 가게 되었어.
남은 두 친구는 무릎이 안좋았어.
한 명은 서두를 필요가 없어서 그 전까지만 가겠다고 말했고, 다른 한 명은 나에게 미쳤다면서 왜 굳이 그렇게 먼 거리를 가야 하냐고 물었어. 발이 그 지경인데 어디를 가려고 하는 거냐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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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결국 날이 밝았고, 숙소에서 준비해 준 아침을 먹느라 우리 모두 늦게 출발하게 되었지. 또, 누군가를 보내야 하니까 발도 잘 떨어지지 않더라고.
먼저 선두에 한 그룹이 출발했어.
'도전'을 즐긴다던 두 명과 그들과 함께 걷는 한 명, 총 세 명의 순례자가 앞서가며 문을 연 식당들이나 쉴 곳을 보내주었어.
그 다음은 한국인 네 명, 그리고 맨 뒤에 무릎이 안 좋다던 두 명이 따라왔지.
이내 그 친구들이 우리를 따라잡았다가 중간에 속도가 맞는 사람끼리 걷게 되면서,
나와 나에게 미쳤다고 말한 친구가 가운데 그룹이 되었고, 다른 한국인 세 명과 오늘 가까운 마을로 향하는(그래도 24km야!) 친구가 맨 뒤에서 걷게 되었어.
평소와 완전히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며 출발한지 장장 7시간만에 드디어 한 명을 떠나보내게 되었어.
나한테 미쳤다고 말한 친구는 어떻게 되었냐고?
나랑 결국 끝까지 걸어서는 내 대각선 침대에서 자고 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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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마을인 27km 지점에서 샌드위치와 콜라로 에너지를 보충하고, 오후 네 시가 조금 안되어서 우리는 다시 두 그룹으로 나뉘어 산을 올랐어.
이 산은 무려 12km나 이어졌는데 나는 이걸 대수롭지 않게 넘겼어.
이전에 이 산을 지날 때 공짜 수박을 먹어서인지 산 속에서 이 거리가 얼마나 긴 건지 잊은 나머지 쉽게 이 산을 내려올 거라 생각했거든.
하지만 며칠 전 크게 내렸던 비로 산은 진흙투성이였고, 설상가상으로 하늘이 무너지는 소식을 듣게 되었어.
변경된 오늘의 목적지였던 아헤스Agés라는 마을에 있는 숙소에 도착한 선두 그룹이, 이 숙소가 영업을 하지 않는다는 말을 전한거야.
한 순례자가 마을을 뛰어다녔지만 개미 한 마리도 안보이더래.
나와 친구는 자리에 멈춰 서서 그 마을에 있는 숙소들에 연락을 돌렸어. 이내 그 마을은 겨울에 아무도 없다는 대답과 그 숙소가 2월 한 달동안 휴가라는 소식을 듣게 되었어.
우리는 바로 다음 마을에 있는 숙소를 찾았고, 나와 함께 걸었던 친구는 스페인에서 나고 자라서 그 친구가 숙소들 간에 연락을 맡았어. 나는 세 그룹 사이를 연결했고, 우리는 선두그룹에게 2km를 약간 넘게 걸으면 새로운 마을이 있을 거라고 전달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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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잘 해결된 것 같지만 우리에게는 정말로 큰 일이었어.
해가 거의 지고 있었고, 우리는 예상시각보다 뒤쳐졌으며, 설상가상으로 내가 있는 두 번째와 세 번째 그룹의 순례자들이 신체적 고통을 호소했거든.
누구라도 열 시간 넘게 10kg이 넘거나 자신에게 부담이 되는 배낭을 이고 산길을 걷는다면 무릎과 발목이 남아나질 않을 거야.
그래서 결국 우리 두 그룹은 숲이 끝나는 대로 닿는 마을에 연락해 택시를 불러 최종적으로 변경된 목적지에 가기로 했어.
그런데 마침! 이미 도착한 선두그룹의 순례자에게서 연락이 왔어.
"이제 해가 지고 있는데, 너네가 도착한다면 너무 늦을 것 같아서 걱정이야. 혹시 너희만 괜찮다면 이쪽에다가 택시를 불러달라고 요청해볼까?"
나는 그 통화를 끊자마자 소리를 지르고 점프를 했어.
그리고 다시 전화가 와서는 자신은 스페인어를 할 수 없으니 내 옆 친구에게 말을좀 해달라며 부탁했어.
그렇게 서로가 서로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며 우리는 모두 무사히 숙소에 도착했어.
저녁을 먹으며 차를 보내준 순례자는 이렇게 말했어.
"나라, 도전을 하게 해줘서 고마워. 몸은 너무나 힘들고, 음식도 제대로 먹을 수 없었지만, 정말 귀한 경험이었어. 같이 걷던 이 친구가 갖고 있던 과자 덕분에 살았다니깐? 그리고 오늘 나와 걸어준 또 한 명의 친구, 너와 걷는 모든 날이 내게는 나쁠 수가 없는 날들이야."
나도 그와 같은 생각이었거든.
우리에게는 스페인어를 유창하게 하는 친구와 스페인에서 나고 자라 우리에게 문화를 알려주는 친구, 타인에게 먹을 것을 나눠주는 친구, 적절한 준비와 대처로 귀감이 되는 친구, 군말없이 따라와주는 친구들, 아플 때에도 남을 걱정하며 찡그리지 않는 친구들...그들의 좋은 점을 나열하자면 끝이 없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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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함께 걷는 순례자들이 너무나 사랑스러워.
국적과 나이와 성별을 불문하고, 우리는 서로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을 해주려 해.
부담이나 피해는 주지 않으려 하지만 그렇다고 부탁을 망설이지도 않아.
타인의 선함과 그것에 기반한 호의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아.
남들의 도움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좋은 말들을 남기면서 서로를 응원해.
목적이 같아서 그런 걸까? 전우애라는 게 이런 걸까?
그래서 나는 항상 이곳에서 타인을 발견해.
타인을 통해 나를 보고, 남을 당연하게 돕게 되고, 그들을 알아가고, 다름을 존중하는 법을 배우게 돼.
사람의 마음을 녹이는 다정을 배우고 있어.
이곳이 내가 말하는 것처럼 따뜻한 사람만 있는 곳은 아니지만, 적어도 내가 유독 사랑해주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더욱 자주 만날 수 있는 곳인 것 같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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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끄러울 수도 있는 너의 생각을 공유해줘서 고마워
💙나는 계속해서 부끄러움을 잊지 않고 기억하며 살아가고 싶어. 어릴 때를 잊지 않는 사람처럼, 부끄러웠던 과거를 어린시절이라고 생각한다면 타인을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고 믿고 있어.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기보단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고, 부끄러운 과거를 정당하게 부끄러워하며 과거의 기억으로 끌어안고 싶어. 그렇게 성장하는 게 내 목표 중 하나야! 부끄러움은 우리를 더욱 성숙하게 할 거라 굳게 믿어. 자주 부끄러워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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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la!
안녕!
하루동안 무소식이었던 카미노트야!
무소식이 희소식이라지만, 사실 카미노트는 그렇지 못하지.
늦는 일이 있더라도 레터를 보내거나 최소한 공지라도 올리는 내가 일기를 보내지 못했다는 건, 무슨 일이 생겼다는 걸 의미하니까.
위에서도 말했지만 오늘은 무리해서 40km를 걷게 되었어.
결국 원래 예정했던 마을에서는 묵지도 못했고, 끝까지 걸어서 도착하지도 못했지만.
해가 지고도 한참를 우리는 멀뚱히 앉아 차를 기다렸어.
차를 타고 숙소에 도착한 후에는 언 몸을 녹이느라 정신이 없었고, 9시가 넘어 식당이 문을 열고 그제서야 저녁을 먹었지. 숙소에 돌아와 씻고 나는 노트를 남기지 못한채로, 핸드폰을 충전하지도 않은 채 잠에 들었더라고.
평소라면 자주 깼을 텐데 그러지도 않고 8시가 넘도록 곤히 잠들어 있었대.
노트를 보내지 못한 것과 공지를 하지 않는 것은 정말 미안하게 생각해.
하지만 순례길을 걸으면 이런 일이 가끔 생길 수밖에 없는 것 같아!
날씨나 인터넷 상태에 영향을 받기도 하고, 오늘처럼 물리적인 시간이 아예 생기지 않을 수도 있어.
그럴 때면, 여유를 갖고 기다려줄 수 있을까?
그러면 나는 편안한 마음으로, 내 생각과 마음과 순례길에서 있던 일들을 가지런히 기록해서 보낼게. 이 기록들을 적을 때에 조급하지 않고 싶어. 가장 좋았던 순간들을 남겨서 보내주고 싶어.
그럼에도 빨리 휴재했던 하루를 따라잡고 싶은 마음!
그 역시도 우리가 함께 걷고 있기 때문일까?
¡Buen Camino!
🇪🇸
✨카미노트에 남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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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een - Don't Stop Me Now
아침을 먹는데 이 노래가 나왔어.
나를 미쳤다고 한 친구는 둘이 함께 숲속을 걸을 때 내게 고맙다고 했어.
사실 은근 지쳐있었대. 가방도 무겁고 하루하루 힘들기만 하고 무릎은 아프고.
사실 내가 이 친구에게 같이 아헤스까지 가자고 말하는데 무릎 상태를 보고 가겠다더니 갑자기 "근데 너 테이핑 하는 거 효과 좋아?"라고 묻는 거 있지?
그래서 나는 냉큼 너도 해보라고 권했고, 바로 나온 식당에서 점심을 먹으며 그 친구는 테이핑의 세계에 들어오게 되었어. 그게 꽤나 인상적이었나봐.
계속해서 자신을 포기하지 않고 함께 가자고 해준 게 고마웠대.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가끔씩 쳐져 있는 타인을 고무시키기도 하나 봐.
그러니 모두들 발 닿는 데까지 가보자고!
앗 그리고 내가 전편에서 노래만 추천하고 링크는 빠트렸더라고!
오늘의 음악과 함께 보낼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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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카미노트 구독✨
그리고, 받아보는 이름 바꾸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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