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 남을 장소에 가게 되었어 오늘 날짜 2025.2.2. 일
오늘의 날씨 그간 걸었던 날씨 중 최고였어!
어제는 그래도 비를 좀 맞긴 했는데, 하루종일 맑은 날씨 아래에서 걸었어.
벌써 이곳엔 봄이 온 것 같아.
오늘의 달 🌒
오늘 걸은 거리 29,5km
오늘 걸음 수 45,296걸음
Najéra ➡️ Grañon
남은 거리 558,6k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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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9.기부의 순례자
는 기부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해?
나는 이번에 또 새로운 것을 배웠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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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 같이 걷는 친구들과 함께 기부제 숙소에서 묵기로 했어.
며칠 전 로그로뇨라는 도시에서와 같이 자신이 낼 수 있는 만큼의 돈을 상자에 넣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숙소야. 주로 성당에서 운영하는 곳들이지.
이번에 알게 된 사실인데, 원래 예전에는 지금처럼 순례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숙박업소가 존재흐지 않았대. 그래서 순례자들은 주로 성당에 묵었었고 자신들이 받은 친절에 대한 감사로 기부금을 남겼었대. 그 돈 다시 다음에 찾아 온 순례자들을 위해 쓰였고.
하지만 지금은 숙박업체들이 세금도 내야하고, 시설관리에 필요한 돈도 있으니 돈을 받는 업체들의 금액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로그로뇨에서 만난 신부님께서 말씀해주셨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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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오늘 역시 외국인들 사이에서 소문이 자자한 그라뇬 기부 숙소에 묵기로 했어.
보통은 이전에 있는, 규모가 있는 마을인 '산토 도밍고 데 칼사다'에서 머물거든. 나도 이전 순례길을 걸을 때 그곳에서 하루를 보냈었고.
하지만 이번에는 그때보다 조금 더 걸어 '그라뇬'이라는 마을에 도착했어.
그리고 여지껏 받아 본 적 없는 환대를 경험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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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가자마자 차나 커피를 마실지 물었어.
그 다음에는 동네 베이커리에서 산 작은 머핀을 주고, 그 다음에는 갓 볶은 땅콩이, 그 다음에는 즉석에서 튀긴 팝콘이, 그 옆엔 사과와 오렌지와 바나나가, 그 뒤에는 직접 모카포트로 끓인 에스프레소가 나왔어.
배고팠던 나는 참지 못하고 주방에 있던 머핀을 더 먹어도 되냐고 물어보았고, 결국 떠나는 날 아침에 남은 머핀을 챙겨주셨어.
저녁 역시 융숭한 대접을 받았고, 다음날 40km를 넘게 걸어야 해서 아침을 먹지 않고 출발한다는 말에 시무룩해하는 두 호스트를 못 본 체 할 수 없어서 결국 아침식사까지 하고 다소 늦은 하루를 시작할 수밖에 없었어.
그럼에도 다시 돌아가고 싶은 곳이 되었어.
그 사람들이 기부에 대해 보여준 행동들에 아주 감동받았거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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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끊임없이 나오는 간식들에 감탄했어.
한 친구는 이런 말까지도 했어.
"전날에 묵었던 사람이 50유로(한화로 약 75,000원)라도 남겨놓은 거 아냐?"
그 말에 나는 다시금 기부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어.
내가 기존에 '기부'라는 단어를 떠올릴 때면, 아프리카에서 굶거나 병에 걸린 아이들이나 난민들, 불우이웃들을 떠올리곤 했었거든.
하지만 '기부'는 프랑스어로 ´don'이고, '주는 것'의 의미를 갖고 있어.
더 많은 사람이 적은 사람에게 '베푸는 것'이 아니라, 그저 '주는 것'이었던 거야.
먼저 걷는 사람이 나중에 걷는 사람을 위해 주는 것.
내가 누리는 것을 남들에게도 느끼게 해주고 싶기에 주는 것이었어.
그러니 어떤 베푸고 나누는 사람에게는, 일상이 기부인 셈인 거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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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에는 여러 사람의 힘이 필요했어.
한 사람이 아무리 자신의 넘치는 것들을 붓는다고 해도, 그 감사함을 깨닫고 다시 자신의 작은 것들을 조건 없이 나누는 사람이 생겨나지 않는다면, 그 이상과 신념은 이어질 수 없을 거야. 처음으로 기부를 한 사람이 무엇을 원하며 나눴던 간에.
돈이나 물질이 없다면 어쩔까?
우리에게는 시간이 있고, 감정이 있고, 사랑이 있어.
안녕, 스페인에서 나의 감정과, 걸으면서 생각했던 시간과, 자기 전 노트를 적으면서 떠올리는 감정들을 실어 보내.
우리가 나눔 속에서 살아가길 바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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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ola!
이번 순례길은 정말 특별해!
언제는 안그랬겠냐마는.
다른 사람들과 걷고 있다는 것 역시 순례길을 항상 다르게 느끼도록 만드는 요소가 되지만, 이 사람들에게 영향을 받아 바뀌어가는 나를 만나는 것 또한 좋은 일인 것 같아.
이전에는 산토도밍고데칼사다라는 마을에 머물렀다고 했지?
그때 오늘 묵은 그라뇬이라는 마을은 내게 그저 아침을 먹을 때 들렀던 마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어.
하지만 이곳에서 나는 함께 걷는 순례자들과 포옹과 식사를 하며 진정한 가족이 되었고,
세상에서 가장 따스하고 다정한 장소를 발견하게 되었어.
이 모든 게 내게 이곳으로 가자고 말해줬던 그들 덕분이겠지.
그래서 나는 내일 새로운 모험을 떠나. 그들 덕분에.
내일의 나에게 레터를 보낼 힘이 남아 있을지 모르겠어.
만약 오늘의 레터를 받아보지 못했다면,
그럴만한 사정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줘!
나는 이곳에서 정말 최선을 다하는 하루를 보내고 있거든.
카미노트가 절대 뒷전은 아니야.
오히려 난 이 노트를 쓰는 일이 너무나 즐거워. 더 잘쓰려고 해서 문제지!
¡Buen Camino!
🇪🇸
✨카미노트에 남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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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bby McFerrin - Don't Worry Be Happy
안녕!
내 발 상태는 아주 끔찍해졌어.
당장이라도 도시에 있는 병원에 가서 발톱 세 개를 뽑아야 할 것 같아.
진물과 피와 고름을 몇 시간동안 제거했지만 발가락은 이미 퉁퉁 부어버렸고 나아질 기미가 보이질 않아. 그나마 처방 받은 항생제와 항생연고들로 버티고 있어.
발가락 양말과 신발에 발이 들어가지도 않아서 결국 크록스를 신고 걸었어.
내가 생각해도 30km 가까이 되는 거리를 크록스를 신고 간다는 게, 어불성설인 것같지만, 어쩌겠어? 안갈 순 없잖아?
삶이 계속되는 한 희망은 있으니, 우리 너무 걱정말고, 대비를 하면서 행복하자!
오늘 아침 숙소에서 듣고 하루종일 흥얼거렸던 노래를 보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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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카미노트 구독✨
그리고, 받아보는 이름 바꾸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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