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길은 인생을 비추는 거울이래 오늘 날짜 2025.2.1. 토
오늘의 날씨 순례길을 걷기 시작한 이래로, 또 세 차례의 순례길 중 가장 좋았던 날씨를 맞았어.
겨울이라 추운 건 어쩔 수 없지만 하루종일 해를 봤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날이었어.
오늘의 달 🌒
오늘 걸은 거리 27km
오늘 걸음 수 40,460걸음
Sansol ➡️ Logroño
남은 거리 615,7k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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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7.반영의 순례자
Ultreira et Suseia. 멈추지 말고 전진하라, 그리고 위를 바라봐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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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에서 운영하는 숙소에서 묵고 있어.
이곳은 정해진 가격을 지불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원하는 만큼, 혹은 감사함을 느낀 만큼, 또는 다음에 올 다른 사람의 몫을 내가 먼저 지불한다는 마음으로 내는 '기부제 알베르게'였어.
이곳에서는 저녁 식사를 위해 모두가 한 자리에 모이고, 신부님께서 '순례자의 노래'를 선창하면 다른 순례자들이 따라 부르는 활동을 했어.
그때 불렀던 가사가 바로 저거야.
'앞으로 전진하라, 그리고 위를 바라봐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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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정말 거센 비가 내렸어.
뒤늦게 가던 나와 친구 역시 조금만 더 늦었더라면 징검다리가 물에 잠겨 마을에 도착하지 못할뻔 했거든. 바람에 날아가려던 적은 수도 없이 많고.
하지만 오늘은 걷는 거리도 짧고, 날도 갤테니 각자 원하는 속도로, 원하는 시각에 출발해 목적지에서 만나자는 제안을 했어.
그러다 결국 둘씩, 엇비슷하게 출발하게 되었고, 중간지점에서 다시 넷이 되면서 끝내 목적지인 로그로뇨에는 넷이 같이 다리를 건너 도착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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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로 향하는 다리를 건너며 친구와 불어난 물 구경을 했어.
날이 너무나 맑아서 창에는 파란 하늘들이 반사되었고, 물 웅덩이에도 마치 우유니 사막처럼 하늘니 한가득 담겨 있었어.
그 웅덩이의 반영 때문에 나는 길을 헷갈리기 일쑤였고.
일찍 도시에 도착해서, 점심을 먹고, 필요한 용품들을 구비하러 가는 길에 부랴부랴 늦어버린 노트를 보냈어.
그리고 나는 반영에 대해서, 완전히 잊고 있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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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서 모두가 한 자리에 모였어.
파리 성당에 있는 신부님께서 축사를 하시고 다 함께, 위에서 얘기했던 노래를 배우고, 따라 불렀어.
그 의미는 이런 거래.
"여러분의 나라에서는 어떤지 모르지만, 요즘 스페인은 정말 많은 사람들이 삶을 포기하고 있어요. 여러분, 순례길은 인생의 작은 반영입니다. 길을 걸은 사람들은 계속해서 다쳐요. 처음 생장피에드포르에서 출발할 때는 아주 커다랬던 짐이, 그 무게가 주는 무거움을 깨닫고 시간이 지날수록 배낭들이 작아지더군요. 처음엔 자신에게 쓸모있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실은 필요한 것이 아님을 깨달아요. 무거운 배낭이 만들어낸 상처들, 물집, 무릎통증, 근육통들은 당연히 있을 수밖에 없지만 또 이내 없어지는 것들입니다. 그러니 멈추지 말고 나아가세요.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요. 여러분들은 한 달 내지 두 달을 걸을 겁니다. 목표를 만들고, 포기하지 마십쇼. 천천히, 자신에게 맞는 속도로, 시간이 걸리더라도 완수하십쇼.
두 번째 표현은 '위를 바라보라'입니다. 순례자들을 보면 짐의 무게에 눌려 다 아래만 보고 있어요. 하지만 아래를 보면서 걸을 때, 그 피로에 잠식당할 때 우리가 보는 건 우리를 둘러싼, 우리를 괴롭게 하는 문제들뿐입니다. 그러니 위를 보십쇼. 하늘을 보고, 허리를 펴고, 고개를 드십쇼. 우리의 밝은 미래를 상상해보세요. 이 하늘이 가진 아름다움을 느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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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를 마친 뒤 원하는 사람들에 한해 닫힌 성당에 들어가 성당에서 준비한 기도문을 읽는 시간을 가졌어.
우리는 한국인, 프랑스인, 스페인인, 핀란드인, 아일랜드인으로 구성이 되어 있었고 각자의 언어로 각 파트들을 나누어 읽었어.
이 모임 역시 끝나고 호스트 분의 말씀이 이어졌어.
"순례길은 작은 인생입니다. 나는 지금 80이 넘었고, 내 마지막 순례길은 30년도 더 전이었어요. 그리고 내 첫 순례길에서 나는 인생이 달라짐을 느꼈습니다.
저는 큰 도시들에서만 생활했어요. 항상 번잡하고 바쁜 곳이었죠. 이런 곳에서 '나'를 발견하기란 어려운 일이에요. 전 순례길에서 세계 각지에서 온 사람들을 만났어요. 그리고 수 많은 다른 사람들을 보면서 처음으로, '나'를 알아볼 수 있었어요. '나'에 대해 생각해보고, 내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어요. 여기 모인 여러분들도 그런 사람이겠죠. '나'에 대해 생각하는 사람들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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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la!
드디어 카미노트의 마지막 달인 2월이 찾아왔어.
그리고 나는 벌써 1/4 지점을 거의 지난 것 같아.
내일이면 500km대로 진입할 예정이거든.
오늘은 해와 나무와 풀과 설산을 바라보면서 걸어왔어.
많은 개들과 그들의 주인과, 또 따스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한편으로는 평소처럼 불편에 투덜대기도 하면서.
친구는 이 길이 너무 재밌대.
나 역시도 내가 좋아하고 나를 잘 이해해주는 사람과 함께 이 길을 걷는다는 게, 얼마나 벅차오르는 일인지,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어.
안녕, 타인의 얼굴에서 나를 발견할 수 있는 길에서 이 레터를 보내.
¡Buen Camino!
🇪🇸
✨카미노트에 남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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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선경 - 「샤워젤과 소다수」, 『샤워젤과 소다수』
너에게서는 멸종된 과일 향기가 난다
투룸 신축 빌라 보증금 이천에 월세 구십, 어떻게 해야 너를 웃길 수 있을까 하는 생각, 두 시간 동안의 폭우, 일주일 동안의 아침, 유리병 속 무한히 터지는 기포
현관에 놓인 신발의 구겨진 뒤축이 웃는 표정을 닮았어 너는 침대에 누워 있고 바람이 많이 부는 청보리밭에 가고 싶다 멸종된 기억을 가지고 싶다 너의 머리카락이 가볍게 흩날릴 때 나는 사라진 언어를 이해하게 된다
아침의 어둠이 이젠 익숙해
그래도 같이 씻을까
산책을 갈까
세상에서 가장 느린 산책로
쓰러진 풍경을 사랑하는 게 우리의 재능이지
네 손의 아이스크림과 내 손의 소다수는 맛이 다르다 너의 마음은 무성하고 청보리밭의 청보리가 바람의 방향을 읽는 것처럼 쉬워
무한히 터지는 기포
나는 너의 숨을 만져보고 싶다
너는 머나먼 생각처럼 슬프거나 황홀한 곳까지 나를 데려갈 수 있다 이렇게 차가운 빛의 입자는 처음이야 아이스크림 속에도 휴양지가 있는 것 같다 매일 집에서 너를 보는데도
놀랍지
세상에 없는 농담 같아
마른 손 위에서 거품을 일으키며 녹는
이상한 열매가 사랑이라면
세상에서 가장 느린 목욕 시간
투명해지는 몸들이 자국을 가르치지
사라지지 않는 생각이 나를 쓰다듬고 있어
생활이라는 건 감각일까 노력일까
너와는 어디에서도 쉴 수 없어 미리 장소를 지워두었지 날짜를 오려두었지 향기만 남겨두었지 욕실용 슬리퍼가 바닥을 끄는 소리 어둠 속에 잠겨가고 우리는 우리의 미끄러운 윤곽을 읽는데 몰두한다
시간이 잼처럼 졸고 나는 불붙은 기억이 되려 한다
세상에서 가장 빠른 숨
뼈와 살이 좁혀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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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카미노트 구독✨
그리고, 받아보는 이름 바꾸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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