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떤 중간을 만나게 될까? 오늘 날짜 2025.1.31. 금
오늘의 날씨 결국 새벽부터 오후까지 비를 맞았어.
더 무서웠던 건 바람이야.
햇님과 바람이 나그네의 옷을 벗기는 내기에서 바람이 패배한 이유를 알 수 있었어.
오늘의 달 🌒
오늘 걸은 거리 29,5km
오늘 걸음 수 47,129걸음
Estella ➡️ Sansol
남은 거리 615,7km
나를 포함한 친구들의 사진을 보내.
저 멀리서 벨기에 순례자가 찍어준 사진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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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6.균형의 순례자
어떤 일들은 시작하고 적응하기까지 시간이 꽤 걸려.
오늘은(이걸 보는 기준시점 어제는) 강한 비바람과 홍수들, 진흙을 마주하면서 걸었어.
단숨에 진정한 순례자가 된 기분이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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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도 이야기했듯 오늘은 단숨에 거리를 늘려 28km를 걸었어.
무릎이 아픈 친구도 있고, 발목이 아픈 친구도 있어.
나는 발에 큰 물집이 세 개가 잡혀서 친구가 실을 통과시켜 줬는데 아직 다 낫진 않아서 초반에 걸을 때 절뚝거리고 있어.
하지만 우리는 7시간을 넘게 걸어야 했어.
그러자니 너무 걱정이 되는 거야.
이 비바람을 맞으며, 우리가 정말로 걸어갈 수 있을까?
중간에 버스든 택시든 타야하는 게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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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걸은지 7일이 되는 날이고, 슬슬 걷는 것에 익숙해질 때가 된 것 같아.
모두들 자신이 걷는 속도와 쉬어야 하는 타이밍이 언젠지 깨달아가고 있어.
28km를 걷는다고 하면, 아침에 해가 뜨기 전에는 속도가 조금 느리고, 또 비가 와서 판초를 쓴다든가, 오르막이나 내리막의 경사가 심하다든가 한다면 좀 어렵지.
일반적으로는 한 시간에 5km를 가는 걸로 계산을 했어.
그리고 2시간, 그러니까 10km 지점에서 쉬면서 가는 것에 익숙해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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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계획했던 'Los Arcos'라는 마을에 가기 직전, 12,2km 동안 아무것도 없는 밭 한가운데를 가로질러야 했어.
핸드폰에서는 오늘의 풍속이 시속 47km까지 도달할 거라며 경고를 했었고, 나무도 없이 풀만 가득한 해바라기 밭을 지나면서 마치 자동차가 직접 바람을 맞는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어.
가벼운 친구와 나는 함께 걸으며 바람에 휘청일 수밖에 없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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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친구의 입에서 나온 말은 아주 뜻밖이었어.
"이게 진짜 카미노지!"
나는 두 명의 친구들에게 알게 모르게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거든?
그래서 아픈 데는 없는지, 잠은 잘 잤는지, 먹고 싶은 음식이 있거나 쉬고 싶은데 눈치를 보느라 말하지 못하는 건 아닌지 계속해서 확인하게 되더라고.
그리고 어딘가 아프다고 하면 계속해서 신경이 쓰이고, 내가 부족한 탓인 것 같고.
내가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님에도 날씨가 안좋을 때에도 자연스레 미안한 마음이 생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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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이런 생각이 들어.
이제야 적응하게 된, 균형을 찾게 된 나의 친구들은 언젠가, 중반을 지나면서 이 길에 지루함을 느끼지 않을까?
새로운 것은 언제나 두렵고 또 금세 시간이 지나면 재미있다가, 또 어느샌가 지루함을 느끼게 될 거니까.
그러면 나는 또 미안함을 느끼게 될까?
어쩌면 나는 그 감정에, 또 균형점을 찾아서, 더는 미안한 마음을 느끼게 되지 않으려나?
같이 길을 가면서 복합적인 감정들을 느끼고 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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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ola!
금요일 저녁, 잘 보내고 있어?
나는 '로그로뇨'라는 도시에 도착해서 늦게나마 레터를 보내.
지금은 '데카트론'이라는 스포츠 용품 샵에 가는 버스를 기다리는 정류장에 있어.
아직 숙소 체크인도 못하고, 배낭을 풀지도, 신발을 벗지도 않은채 서둘러서 어제의 약속을 지키고 싶었어.
오늘의 날씨는 무척이나 맑거든.
한국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드디어 맑게 갠 날을 본 우리들의 기쁜 마음을 함께 담아서 보내고 싶었어. 지금 어둡고 추운 겨울을 지나고 있다면, 해가 내리쬘 이곳의 풍경을 보낼게.
우리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걷고 있을 것이고, 언젠가는 또 오늘처럼 맑은 햇살이 반길테니까.
¡Buen Camin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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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정 - 「사랑은 야채 같은 것」, 『사랑은 야채 같은 것』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씨앗을 품고 공들여 보살피면
언젠가 싹이 돋는 사랑은 야채 같은 것
그래서 그녀는 그도 야채를 먹길 원했다
식탁 가득 야채를 차렸다
그러나 그는 언제나 오이만 먹었다
그래 사랑은 야채 중에서도 오이 같은 것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는 야채뿐인 식탁에 불만을 가졌다
그녀는 할 수 없이 고기를 올렸다
그래 사랑은 오이 같기도 고기 같기도 한 것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녀의 식탁엔 점점 많은 종류의 음식이 올라왔고
그는 그 모든 걸 맛있게 먹었다
결국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 사랑은 그가 먹는 모든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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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받아보는 이름 바꾸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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