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신이 쑤셔! 오늘 날짜 2025.1.27. 월
오늘의 날씨 바람이 아아아아주 강하게 부는 날이었어.
기온이 그리 낮지 않았는데도 추위를 느끼는 사람들이 많았어.
오늘의 달 🌑
오늘 걸은 거리 22,6km
오늘 걸음 수 36,230걸음
Roncesvalles ➡️ Zubiri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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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2.근육의 순례자
둘째날의 첫 코스는 도로를 따라 걷는 숲길이야.
나는 3년 전 이 길을 낮에 한 번, 밤에 한 번 걸은 적이 있어.
그래서 이 숲길이 얼마나 어려운지 익히 알고 있지.
우리는 잠에서 덜 깬채로, 말도 없이, 그리고 발자국 소리도 들리지 않는 젖은 나뭇잎을 밟으며 두 개의 헤드랜턴에 의지해 함께 걸어갔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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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km를 지나고 첫 마을에 도착했어.
나는 랜턴을 갖고 맨 앞에서 걷고 있어서 뒤를 돌아볼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마을에 들어오고 가로등이 있으니 드디어 친구들의 인기척을 느끼고 뒤를 돌아볼 수 있었지.
그때 알게 되었어.
이곳에서 만난 한국인 순례자 한 명이 누락되었다는 걸.
나는 그 새 친구가 잘 따라오고 있다고 생각했거든?
그런데 웬걸! 마지막에 걸어오던 친구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고, 두 번째로 걷는 친구도 숲길에서 우리가 셋이라는 사실을 알았고, 나는 30분을 넘게 걸으면서도 누군가 없는 사실을 몰랐던 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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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회가 많은 편이야?
나는 후회도 많지만, 미안한 마음을 상당히 오래 갖고 있는 사람이야.
사과를 하든, 대화를 하든지 풀어보거나 털어내면 될 일들인데, 아마 과거에 그랬던 시도들이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던 적이 있어서 겁을 먹고 아무 말도 못하고 속으로만 연신 사과를 해대고 있는 거겠지.
그래도 곧바로 '내가 심했나?'라는 생각이 들면 어쨌든 바로 사과를 하려고 해.
(내가 의식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한 부주의나 부족으로 일어난 잘못은 바로잡기 어렵겠지만, 그래도 된다면 그러고 싶어! 잠시간은 불편할지언정 그것이 종래엔 나와 다른 사람에게 더욱 좋은 관계를 안겨줄 거라고 생각하거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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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이 약간 지난 시간에, 아주 가파르고 위험했던 내리막길의 연속을 지나 다친 사람 없이, 우리 셋이 함께 숙소에 도착했고 우리가 바르에서 쉬는 동안 우리를 앞질러갔던 그 새 친구를 다시 만났어.
그리고 바로 사과를 했지.
"제가 정말 미안했어요. 저는 줄곧 따라오고 있는 줄 알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알았거든요. 정말로 세 시간 동안 미안해서 어쩔 줄 몰랐어요."
그러고나서는 함께 저녁을 먹기 위해 식료품점에 들렀어.
스페인은 일요일에 특히나 작은 마을들의 상점들은 대부분 문을 닫고, 우리가 도착한 수비리 역시 3시에 식료품점이 닫는다기에 씻지도 못하고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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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를 마친 뒤 넷이 모여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눴어.
그러던 와중에 20대 후반인 우리 셋은 다들 각자 다리를 주무르고 있었고, 20대 중반인 그 친구는 아무렇지도 않게 앉아 있는 거 있지?
우리는 너무 놀라서 계속해서 어디 아픈 곳은 없냐, 근육통도 없는 거냐면서 질문을 했어.
근데 정말 마른 내 친구 한 명이 대뜸 "나도 엄청 근육통이 심한 건 아닌데?"라고 말했고, 그 새 친구는 "(너무 말라서)아플 근육도 없어서 근육통이 없는 것 아니에요?"라고 되물었지. 그 말이 얼마나 웃기던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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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이나 굳은살이 있다는 건, 특정한 일을 단련이 될 만큼 반복했다는 걸 의미하잖아?
그래서 근육이 잘 붙지 않는 내 주변 사람들은 때때로 '운동을 꾸준히 하지 않냐'는 식의 질문을 받기도 한다고 하더라고. 그리고 이 질문을 들을 때면 다소 속상할 것 같기는 했어.
나 역시도 누군가 내가 열심히 했음에도 나의 노력을 몰라준다면, 그것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면 조금 아쉬울 것 같거든.
(근데 나는 근육도 많고 어깨도 넓어서 운동했다는 건 다들 잘 알더라!)
근육과 노력, 굳은살이 쉽게 얻어지는 것들이 아니기에, 때로는 겉으로 드렁
나지도 않기에 나의 노력들이 무산되는 것 같다면, 그렇지 않다고 말해주고 싶어. 어쨌거나 그 근육들은 안에서부터 천천히 자리해나가고 있을테니, 중간에 포기하지 않길 바라.
평소 운동을 하던 친구 역시 순례길에서 쓰이는 근육은 다르다며 힘겨워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어.
하나를 잘 한다고 모든 걸 잘 할 수는 없지만 그 친구는 운동을 안했던 사람보다는 또 금세 적응할 거야.
설날을 맞아 새해에는 득근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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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ola!
오늘은 처음으로 셋이 나란히 걸었던 날이야.
겨우 이틀차에 웬 호들갑이냐고?
사실 우리는 파리에서 처음 모였던 순간부터 셋이 함께 무언가를 한 적이 거의 없었거든.
나는 파리에 있는 명소들을 거의 다 가봤고, 친구들은 모든 게 새로웠으니까,
나는 내가 가고 싶은 곳들을 가고, 친구들은 처음 파리에 왔다면 가 봐야 할 곳들을 부지런히 다녀왔어. 그래서 셋이 나란히, 정말로 일렬로 걷는 일이 실제로 닥치니까 어색함을 참지 못하겠네?
내일 우리는 중세도시가 있던 '팜플로나'까지 걸어가.
이틀차라고 다른 순례자들도 오늘 길이 첫날보다 어렵지는 않았대.
내일은 거리가 더 짧으니 오늘보다 나을 거라고 이야기를 해.
아마도 우리가, 지금 당장은 근육통에 시달리지만 점점 더 괜찮아질 거라는 희망과, 현재 느끼는 재미와, 또 함께 계속해서 만나는 사람들 덕분에 힘이 생기는 게 아닐까?
가까운 사람들과 즐거운 명절 보내고 오늘도,
¡Buen Camin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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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주 - 「몽상가」
불가피하게 오늘은 내가 너를 사랑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없으니 오늘은 내가 너를 사랑한다
내 눈이 너로 인해 번식하고 있으니
불가피하게 오늘은 내가 너를 사랑한다
오늘은 불가피하게 너를 사랑해서
내 뒤편엔 무시무시한 침묵이 놓일 테지만
너를 사랑해서 오늘은 불가피하다
불가피하게 오늘은 내가 너를 사랑해서 이 영혼에 처벌 받을지 모르지만
시체를 사랑해서 묻지 못하는 사제처럼 불가능한 영혼을 꿈꾼다
환영에 습격 받은 자로서 나는 사랑하는 사람이 없으니
불가피하게 오늘은 너를 사랑한다
오늘은 몇천 년 전부터 살았던 바람이
내 머리칼을 멀리 데리고 날아갈 것이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없으니
불가피하게 오늘은 내가 너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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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받아보는 이름 바꾸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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