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흐름을 느끼고 있어 오늘 날짜 2025.1.28. 화
오늘의 날씨 어제 밤부터 아침 내내 비가 내렸어.
오전 10시까지 비가 내린다고 하더니 정말로 11시가 되자마자 해가 쨍쨍해졌어.
오늘의 달 🌑
오늘 걸은 거리 25,6km
오늘 걸음 수 39,861걸음
Zubiri ➡️ Pamplona
프랑스길 중 내가 가장 아름다웠다고 느꼈던 도시 중 한 곳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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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3.상대의 순례자
이제 우리 세 친구에 한 친구를 더해 총 넷이 되었어.
언제 또 따로 걷게 될지 모르지만 오늘 우리는 함께 출발해서 목적지까지 함께 도착했어.
걷는 속도도, 쉬는 타이밍도 아주 제각각이고 심지어 라면이나 계란후라이의 익힘 정도도, 현재 아픈 곳도 다 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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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길의 세 번째 날이야.
이제 좀 적응이 되지 않았을까?
내 친구들은 오늘 나보다 이르게 일어났어.
친구들이 준비를 거의 다 했을 무렵 그제서야 나는 눈을 비비고 일어나서 씻고, 아침을 먹고 나갈 즌비를 했어.
그리고 오늘의 루트와 일정을 짧게 브리핑하고 회의(?)를 하는 시간을 가졌어.
또 오늘은 절대로 새로운 친구를 잊지 않고 데려가기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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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루트는 초반이어서 그런지 내 기억 속에 꽤나 각인되어 있는 길이었는데,
이틀을 내리 산 속을 헤매다가 처음으로 큰 도시에 도착한 날이자, 정말로, 아주, 꽤나, 진심으로 지루했던 구간이기도 했기 때문에 잊을 수가 없었어.
그리고 친구들한테 이 이야기를 할지 말지 고민도 많이 되었어.
나는 이 루틴도 익숙하고, 이 루트 중 어떤 지점이 어렵거나 지루했거나 재미있는지 잘 알고 있으니까. 하지만 내가 만약 이 이야기들을 먼저 해버린다면, 이 친구들의 순례길이 오염되는 건 아닐까 고민이 되었어.
하지만 이 고뇌가 무색할 정도로 우리는 각자의 순례길을 누리게 될 것 같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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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것에 재미를 느끼고, 어떤 것에 지루함을 느껴?
오늘의 길은 초반에 주욱 산을 내려오다가, 후반부에는 내내 도시를 가로지르는 코스였어.
아스팔트는 발도 아프고, 차에서 나오는 매연은 목과 코와 눈을 매캐하게 하고, 도시의 소음은 강과 나뭇잎이 만들어내는 소리에 비하면 듣기 어려울 정도로 형편없지.
순례길을 걷다보면 자연 속에서의 고요와 아름다운 소음을 느끼게 돼.
나는 순례길을 통해서 도시에 염증을 느끼게 되었어.
친구들에게는 그저 오늘의 길이 내게는 '지루했다' 정도로 이야기 했었고, 그저 가도가도 끝이 보이지 않아서 그랬다고만 이야기했거든.
그랬더니 다들 쉬면서 했던 이야기가, '도시를 걷는 게 오히려 힘이 든다'고 말하는 거 있지?
바로 내가 말하고 싶었지만 말하지 않았던 바로 그 말 말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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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산 길을 걷는데 이정표를 보니 갑자기 2km가 줄어 있었어. 그 거리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우리가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거겠지?
새로운 친구도 이 속도라면 팜플로나까지 금방 가겠다고 했어.
하지만 그 일은 실제로 일어나지 않았어. 아니 일어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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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길은 다분히 '상대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내가 즐거웠다고 생각하던 길 역시 누군가에게는 하루종일 가도가도 끝이 없는 길이 될 수 있는 것이고, 또 누군가와 실없는 이야기를 나누면서 올 때에는 수 킬로미터도 한 달음에 불과해져.
이 시간을 보내는 우리는 각자 저마다의 순례길을 걷고 있어.
옆에 누가 있다하더라도 우리는 타인의 깊은 생각을 공유하고, 그 사람의 마음을 존중하는 법을 배워가.
내게 온전히 맞는 상대는 없으니 그저 상대는 '상대적'일뿐이라는 걸, 그래서 이 세상이 슬프게도 다양하고, 그렇기에 아름다워질 수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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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la!
오늘은 네 명의 친구들이 서로 엎치락뒤치락을 하며 걸었어.
원래 내가 생각했던 순례길은, 어두운 시간대에는 함께 걷다가 날이 밝으면 개인플레이를 펼치는 것이었거든?
그런데 의외로 다른 사람과 함께, 그 사람의 속도에 맞춰서 걷는 일 또한 재밌는 것이더라고?
그리고 또 궁금했어.
'이 친구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까? 우리는 같은 것을 느끼고 있을까?'
순례길에서 다름을 느낄 때에는, 우리가 분명 같은 길을, 같은 시간에 같은 공간을 점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 다른 요소들을 바라보고 있을 때였어.
누군가는 나무를, 이끼를, 소와 말과 양을, 사람을, 구름을, 날씨를 살피곤해.
서로 다른, 즉 상대적인 재미를 찾는 이곳은 상대와 함께 걷는 길 위의 인생이야.
¡Buen Camin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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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민경 - 「이 동그라미에 대해」, 『온갖 열망이 온갖 실수가』
우리에게 꽉 막힌 결말이 있기는 할까요
저는 가끔 행방불명이 되고 싶습니다
짧게 써야겠지요 선생님
영원히 살아 있는 채로 있고만 싶어요
하지만 선생님 저는 선생님을 떠올리고 다정과 다정에 따른 가능성 같은 것을 생각합니다
저는 죽어도 선생이 되지 못할 모양이지만
선생님은 영원히 선생님 선생님이 원하지 않아도 선생님
저는 선생님을 스승으로 둔 제자로서
오늘 아침을 맞습니다
글은 어째서 자기 전에만 찾아오는지
선생님은 아십니까 늘 예언의 지점을 가져야 한다고 하셨는데
저는 너무 늦되고
게으르고
사랑을 모르고
헛된 소리만 늘어놓습니다
그 헛된 소리가 모여 피지 같은 죄의식을 만들지만
선생님 선생님
늘 일말의 다정함 무의식적인 친절들이
저에게 들어와 뼈와 살이 되고
이제는 없는 장기들 대신에 몸에 들러붙어 기능합니다
그러니까 가끔 내 장기가 뛰고 있는 걸 의식하는 것처럼
가끔 선생님을 떠올리고
친절에 답하지 못했던 것 같아 슬퍼집니다
내 몸은 내 마음대로 되지 않고 마음 또한 그러니까
짧게 써야겠지요 선생님
그걸 못해서 이 모양입니다 이상하게 결론 내려는 것 같 지만
저는 행방불명이 되고 싶습니다
애타는 가족들 뒤로한 채
이기적으로 영생하고 싶습니다
그 영생의 에너지원
비확정의 책임에 당신도 들어 있으므로
선생님은 선생님
그것은 얼마나 무서운 호칭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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