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를 돌아보게 만드는! 오늘 날짜 2025.1.26. 일
오늘의 날씨 강풍+폭우+우박이 함께한 첫날이었어!
오늘의 달 🌘
오늘 걸은 거리 26,6km
오늘 걸음 수 38,450걸음
🇫🇷St.Jean-Pied-de-Port ➡️ 🇪🇸Roncesvall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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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1.후방의 순례자
순례길의 첫날이 밝았어.
아니 사실은 해가 뜨기 전부터 걷기 시작했지.
왜냐면 이곳은 아침 8:30에 해가 뜨거든!
모자에 랜턴를 끼우고 길을 나섰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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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셋이 함께였어.
프랑스길에는 첫날에 두 가지 루트가 존재하는데, 날씨가 괜찮을 때 피레네 산맥을 넘는 ‘나폴레옹 루트‘와 날씨가 궂거나 산에 눈이 쌓인 겨울에 걷는 ’발 카를로스 루트‘로 나뉘어.
지금은 겨울이지만 출발지가 워낙 온화했던지라 나는 내심 나폴레옹 루트를 이전처럼 걸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역시나 산에 눈이 내려서 우리도 발 카를로스 루트를 거쳐 첫날에 론세스바예스로 가야 한다네?
나는 나폴레옹 길에서 경이로운 풍경의 자연을 만났는데!
아쉬움을 뒤로 한채 걸을 수밖에 없었지.
그리고 두 가지 갈림길 때문에, 그리고 동이 트지 않아서 혹여라도 처음 온 친구들이 길을 잃을까봐 출발 후 10분 정도, 길이 나뉠 때까지 우리는 함께 걸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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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한지 한 시간이 지나고, 해가 아주 강렬한 핑크빛으로 떠올랐어.
이미 셋 중 천천히 오던 친구는 뒤쳐져 있었고 걷는 속도가 맞는 나와 다른 한 친구는 서둘러 가고 있었어. 그러다가 이 친구가 슬리퍼를 떨어뜨렸대. 그래서 친구 역시 다시 뒤로 걸어갔고, 나 혼자서 길을 걷게 되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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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부슬부슬 내리더니 이내 빗줄기가 거세졌어.
25km 길을 중간쯤 지나며 마을이 나타났어.
그 말은 즉슨, 바르Bar가 있다는 뜻이고, 따뜻한 음료와 화장실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지.
그때 나와 함께 걷던 벨기에 순례자와 먼저 바르에 들어갔고 친구들한테 나의 현재 위치를 공유했지.
그리고 우리는 다시 만났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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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순례자 숙소인 알베르게에서 만난 순례자를 포함해 총 네 명의 한국인과 한 명의 벨기에인이 함께 길을 나섰어.
벨기에 순례자는 걸음이 엄청 빨라. 아마 키가 큰 탓도 있겠지? 나도 열심히, 가랑이가 찢어질듯 그 사람을 쫓아갔어.
그리고 계속해서 뒤를 돌아봤어. 내 친구들이 잘 오고 있는지 아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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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를 돌아본다는 건, 내가 그들보다 앞에서 걸어가고 있다는 뜻이겠지?
처음에 벨기에 순례자를 따라갈 때엔 그 사람만 보고 걷기만 하면 되었어. 뒤를 돌아볼 생각을 하지 않았지.
내게 뒤를 돌아보는 일은, 여유가 아니라 불안에서 기인한 것이었거든. 내가 따라잡히진 않을까 했던 마음 말이야.
하지만 오늘은 드디어 친구들을 걱정하며 뒤를 돌아보았어. 이것이 여러 번의 순례길이 가져다 준 나의 변화인걸까?
누군가를 챙기는 마음은 뒤를 돌아볼 수 있는 능력인 것 같아. 내가 걸어온 길을 되돌아가도 괜찮은 것.
그 사람을 더욱 앞으로 이끌어주기 위하여.
그러니 다들 뒤를 보는 게 두렵지 않았으면 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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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
드디어 스페인에서 레터를 보내.
오늘 나는 같은 곳에서 출발한 사람들 중에 가장 먼저 론세스바예스에 도착했어!
언덕이 계속 될 때에는 오르막길의 중턱에서 갑자기 우뚝 멈춰서기도 하면서, 바람막이 주머니에는 빵과 사과를, 가방의 사이드 주머니에는 바스크 지역의 콜라와 물을 가득 채우고 중간중간 꺼내 먹으며 길을 걸었지.
두번째 순례길의 첫날을 생생하게 기억해.
혼자 걷는 그 길 내내 웃음이 사라진 적이 없었거든.
이번 순례길의 첫날은 말을 하지 않은 순간을 손에 꼽을 수 있을 것 같아.
드디어 혼자라고 여겼던 순간에도 어김없이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지고 이윽고 발을 맞춰 함께 걸으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곤 했거든.
한라산보다 쉬운 순례길!
언젠가 한 번 어때?
¡Buen Camin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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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안다 - 『숲의 소실점을 향해』 시인의 말
꿈에서 맨발로 꽃밭을 걸었다. 걸음마다 발가락이 따가
워 견딜 수 없었다. 그리고 악취. 주위를 둘러보면 꽃밭은 전부 시들어 있었고 나는 슬퍼하지 않았다.
아직도 손발이 차갑지 않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이제 그만 깨어나고 싶었지만.
나의 미래이자 낙하산이 되어 준 친구들에게. 고마워.
우리는 여전히 부러질 것 같고 우스꽝스러워.
2020년 5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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