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라며? 어디에 있어? 오늘 날짜 2025.1.25. 토
오늘의 날씨 11시간 동안 버스를 타고 내리니 난류가 흐르는 바욘에 도착했어.
이곳은 순풍과 동백이 맞아주는 도시야.
오늘의 사진 생장피에드포르를 다녀온 사람이라면 바로 알아볼 수 있지!
오늘의 달 🌘
오늘 걸은 거리 4,6km
오늘 걸음 수 7,161걸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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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0.제로의 순례자
, 안녕?
드디어 진정한 카미노트를 보내.
3년 전과 같은 인사로 노트를 시작할 것 같아.
여기는 산티아고 순례길 프랑스 길의 시작점인 ‘생 장 피에 드 포르(Saint-Jean-Pied-de-Port)’라는 곳이야.
그리고 나는 당장 내일부터 25km를 걸어 스페인 나바라 (Navarra) 지역의 ‘론세스바예스(Roncesvalles)’라는 마을에 갈 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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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걷고 있는 길은 프랑스에서 시작해 ’프랑스길‘이라고 불리지만 사실 이 산티아고 순례길은 유럽 각지에 나 있는 길이야.
예수의 열두 제자 중 한 사람인 야고보가 예루살렘에서 순교하고, 그의 제자들이 야고보의 유해를 옮겨 스페인 서북쪽 갈리시아 지방에 묻었대. 이 지역의 토착민들이 기독교로 개종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해. 시간이 흘러 8세기에 그의 무덤이 다시금 발견되었고, 이 도시는 그의 이름을 따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라는 성지로 자리매김하게 되었어.
그리고 나는 2년 반의 시간을 보내고 이 순례길의 시작점으로 다시 돌아왔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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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연구했던 프랑스 작가인 ‘실비 제르맹’은 ‘무’로 돌아가는 글을 쓰는 사람이야.
그녀의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불쌍하고 연민을 느끼게 해. 그들은 모두 과거의 사건들로 인해 죄책감과 후회로 오랜 시간을 고통받고 있어. 그래서 이 인물들은 자신이 만나는 사람들에게, 자신에게 트라우마를 남긴 사건들과 반대되는 행동들을 보여. 과거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길 집착하며 그 시간에 여전히 영향을 받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어.
이 인물들은 다시금 회복하는, 자신이 태어나기 이전의 세상을 돌아보며 그들에게 일어났던 부조리를 용서하게 돼. 그리고 다시 살아갈 기회를 얻어. 이게 제르맹이 인물들에게 선사하는 구원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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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점을 두려워 해?
시간을 허투루 썼다는 생각을 들게 해?
이따금 우리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 무언가가 당장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뜻이지.
어쩌면 다시 돌아갈 수 있을 거야.
살아 있는 한은. 우리는 그 과오를 반복하지 않도록 노력하며, 이미 일어난 일들은 어쩔 수 없다고 흘려 보내면서. 그럼에도 용서를 구하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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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세 번째 순례길을 선택할 때, 거리낌이 없었어.
나는 그곳과 가까운 사람이고, 언제라도 그곳에 있는 게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 사람이니까.
하지만 아니야. 내가 이 길을 걷는 건 일상적인 행동이 아니야.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위해, 시작점으로 돌아왔을까?
두 친구를 기다리는 한 달이 넘는 시간 동안 내게는 이 질문이 찾아왔고 나는 골머리를 앓았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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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나는 다시 시작하고 싶었는지도 몰라.
이 길을 끝내고 논문을 완성했던 그때처럼, 미시령에 가야 한다는 『바람이 분다, 가라』에 나오는 인물처럼, ‘다시’ ‘시작’하고 싶은 마음일 거야. 삶을 말이지.
왠지 이 길이 끝나면 삶이 시작될 것 같아. 생명이.
갈피를 잡지 못하는 이 엉망진창,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은 인생이. 무언가를 하기엔 늦은 감이 없잖아 있는 생활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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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녕?
오늘의 0편은 ‘무‘에서 시작하고 싶은 기록을 보낼게.
완전한 0은 아니야. 과거에 빚지면서 다시 이곳을 찾게 되었으니까.
나는 이 길 위에서 무엇을 다시 만나고 무엇을 새롭게 느끼게 될까?
모조리 이곳에 쓰고 싶어.
함께 걸어줘서 고마워,
한달동안 잘 부탁해!
¡Buen Cam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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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니 - 「마지막은 왼손으로」, 『』
우리는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다. 사랑할수록 죄가 되는 날들. 시들 시간도 없이 재가 되는 꽃들. 말하지 않는 말 속에만 꽃이 피어 있었다. 천천히 죽어갈 시간이 필요하다. 천천히 울 수 있는 사각이 필요하다. 품이 큰 옷 속에 잠겨 숨이 막힐 때까지. 무한한 백지 위에서 말을 잃을 때까지. 한 줄 쓰면 한 줄 지워지는 날들. 지우고 오려내는 것에 익숙해졌다. 마지막은 왼손으로 쓴다. 왼손의 반대를 무릅쓰고 쓴다. 되풀이되는 날들이라 오해할 만한 날들 속에서. 너는 기억을 멈추기로 하였다. 우리의 입말은 모래 폭풍으로 사라져버린 작은 집 속에 있다. 갇혀 있는 것. 이를테면 숨겨온 마음 같은 것. 내가 나로 살기 원한다는 것. 너를 너로 바라보겠다는 것. 마지막은 왼손으로 쓴다. 왼손의 반대를 바라며 쓴다. 심장이 뛴다. 꽃잎이 흩어진다. 언젠가 타오르던 밤하늘의 불꽃. 터져 오르는 빛에 탄성을 내지르며. 나란히 함께 서서 각자의 생각에 골몰할 때. 아름다운 것은 슬픈 것. 슬픈 것은 아름다운 것. 내 속의 아름다움을 따라갔을 뿐인데. 나는 피를 흘리고 있구나. 어느새 나는 혼자가 되었구나. 되돌아보아도 되돌릴 수 없는 날들 속에서. 쉽게 찢어지고 짓무르는 피부. 멍든 뒤에야 아픔을 아픔이라 발음하는 입술. 모래 폭풍은 언젠가는 잠들게 되어 있다. 다시 거대한 모래 폭풍이 밀려오기 전까지. 너와 나라는 구분 없이 빛을 꽃이라고 썼다. 지천에 피어나는 꽃. 피어나면서 사라지는 꽃. 하나 둘. 하나 둘. 여기저기 꽃송이가 번질 때마다. 물든다는 말. 잠든다는 말. 나는 나로 살기 위해 이제 그만 죽기로 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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