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어떤 감정 상태를 지나고 있어? 오늘 날짜 2025.1.24. 금
오늘의 날씨 바람이 꽤나 불었던 날이었어.
저녁에 기온이 8도였는데 바람 때문에 체감기온은 1도로 나오더라고!
오늘의 사진 몽마르트에서 내려다 본 파리의 전경이야.
파리는 평평한 곳이고, 몽마르트는 유일하게 파리에서 언덕인 곳이야.
저기 네모난 탑 두 개가 바로 얼마 전 재개장한 노트르담!
오늘의 달 🌘
오늘 걸은 거리 10,6km
오늘 걸음 수 16,743걸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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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슬픈지 몰랐어"
어제 레터에서 출발지인 생장피에드포르에 가려면 우선 '바욘'이라는 도시로 가는 버스를 타야한다고 말했지?
나는 아침부터 우당탕탕 바쁜 하루를 보내고, 파리에서 바욘으로 넘어가는 버스 안에서 이 노트를 쓰고 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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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터미널에 오기 전 파리에서 일을 하고 있는 친구를 만나 저녁을 먹었어.
내가 아는 사람 중 가장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잘 이뤄내는 친구야.
나 역시도 그 친구를 만날 때면 스스럼 없이 솔직하고 진솔한 태도로 그 친구를 사랑하고 존경하는 마음을 내보여.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고 그 친구가 이렇게 말했어.
"너가 이렇게 슬픔을 안고 살고 있는지 몰랐어. 몇 달 전에 봤을 때만 해도 이런 이야기 안했었잖아. 짧은 시간 동안 무슨 일이 너를 이렇게나 바뀌게 한 거야?"
그리고 또 다른 질문도 있었어.
"또 순례길에 가고 싶을 것 같아?"
이 질문에 대한 나의 대답은, '아니'였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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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지,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는 사람을 사랑하지만 동시에 매우 무관심하기도 해.
내가 느끼게 되는 인류애는 항상 내 주변과 일상이 아닌 비일상과 여행의 시간들이고,
내가 끌어안고자 했던 것은 인류 전체지, 나와 관계하는 특정한 인물은 아니야.
나는 소설 속의 인물을 동정하고 그들에게 연민을 느끼지만 내 지인들에게는 불쌍함과 안타까움을 느끼지 않아.
그럴 때가 아예 없다는 건 아니고, 드물다는 거지.
그리고 이 무관심의 대상에는 '나' 역시도 포함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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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감정을 일상에서 가장 크게 느껴?
어떤 감정이 당신의 일상에서 주를 이뤄?
나는 되게 행복한 사람이야.
주변 사람들과 즐겁게 어울리고 그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나의 행복이야.
그러니 내가 행복해보이면 덩달아 주변사람들도 행복해지고, 그런 그들을 보는 나는 다시금 행복해졌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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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최근 몇 달, 콕 집어 말하자면 12월부터 나에게는 슬픈 감정이 찾아왔어.
친구는 내게 어떤 일들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는지 물었고, 우리는 차근차근 되짚어 가기 시작했어. 그리고 두 가지의 결론이 나왔어.
먼저는 내가 사람들을 너무 사랑하게 되어서 누군가가 희생당하는 사건사고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게 되었다는 것과, 둘째로는 내 몸이 약한 것에서 죽음에 대한 공포를 느낀다는 것이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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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이유에 대한 이야기는 자주 했었지?
겨울만 되면 몸이 너무나 아프다고.
친구도 너무나 안타깝대.
분명 내가 건강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분명히 보인대.
직접 음식을 해먹고, 운동을 하고, 먹을 수 있는 양보다 더 많이 먹으려는 게 기특하대. 하지만 그럼에도 살이 빠지는 것 같고, 계속해서 면역력이 떨어지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안좋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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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는 슬픔을 잘 모르겠다고 했어. 무엇으로부터 슬픔을 느끼는지, 슬픔을 표현하는 데에도 수 없이 많은 단어들이 있을텐데 적절한 말을 고르지 못하겠대.
나는 그게 친구의 몸이 건강하기 때문이라고 말했어.
몸이 아프면, 자연스럽게 그 고통을 표현하게 되고, 아무도 쓰지 않는 나만의 고통을 써내려 가는 사람이 시를 쓰게 되는 거라고. 그건 유일무이한 것이 될테니까.
(친구와 나눈 이야기는 아니지만 덧붙이자면, 나는 그래서 사랑과 기쁨을 노래하는 시가 더욱 쓰기 어렵다고 생각해)
그러자 친구는 '슬픔도 고통'이라고 말했고.
나는 몸의 고통이 정신마저 지배할까봐 항상 전전긍긍해왔거든.
나의 일상이 멈춰지는 날이 올까봐. 내가 살아있음에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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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이야기로 돌아갈까?
한달전까지만 해도 정말 믿을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났지.
나는 이럴 때면 '허무'를 느껴. 그 일들에서 내가 원인이 된 것이 없음에도 나는 죄책감을 느껴.
내가, 이렇게 어지러운 세상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누군가를 지키지도 못하면서, 살아있어도 되는 걸까? 맛있는 음식을 먹고, 깨끗하고 따뜻한 잠자리를 바라고, 죽지 못해 살아가는 사람들의 의지와 나의 어쩔 수 없이 살아가는 의지를 비교했을 때, 내가 살아있음은 정당한가?
나는 생산성과 쓸모를 중시하는 사람이라, 무관심하게 대하는 스스로에게마저도 타인에게 같은 기준을 적용하려 들어. 때로는 예외로 자신을 내쳐야, 그 모순이어야만 살아갈 수 있을텐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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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는 '인간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그들을 잃는 슬픔을 이겨낼 수는 없겠냐'고 말했고, 나는 갑자기 너무 큰 감정이 닥쳐와서 이걸 주체하기가 어렵다고 말했어.
그래서 이번 순례길에서 나는, 감정을 돌아볼 것 같아.
내가 여태껏 하지 않은 것이지.
친구에게는 다음에 순례길을 오지 않을 거라고 말했지만, 노트를 쓰면서 깨달았어.
나는 평생 같은 일을 반복하면서도, 그 어떤 순간도 이전과 같은 적은 없을 거라는 걸.
언제나 새로움의 도래만이 반복될 것이라는 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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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
나와 104편의 글을 함께 해줘서 고마워.
사실 오늘은 카미노트2가 시작하기 전 마지막 일상레터였어.
내일부터는 카미노트2의 0편이 연재될 거야.
내용은 지금까지와 비슷할 수도, 사뭇 달라질 수도.
어제에 이어서 이야기를 하자면, 나는 결국 아이패드와 키보드를 파리에 있는 친구에게 맡기고 스마트폰으로 이렇게 노트를 남기고 있어.
더 많은 시간이 걸리고, 수정도 어려워지고, 쓰다가 새로고침이 되며 글을 처음부터 써야 할 때도 생기겠지만, 순례길을 처음 걷는 두 친구처럼 나에게도 무언가 도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
오늘 내가 만났던 친구 덕에 나는 내가 슬프고 우울한 상태라는 걸 알게 되었어.
그저 분에 넘치는 행복을 누리고 있다고 어렴풋이 생각하고만 있었는데, 놀랐지.
그래서 볼장 다 본 순례길이 이제는 나를 돌아보기 위한 여정으로 한순간에 그 의미를 갖게 되었어.
여기까지 온 건 다 함께 나를 읽어주고 같이 걸어준 여러분 덕분이야.
우리 건강하고 더많이 사랑하자.
내일부터는 카미노트2 순례길 일기로 만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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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철규 - 「슬픔의 자전」, 『지구만큼 슬펐다고 한다』
지구 속은 눈물로 가득차 있다
타워팰리스 근처 빈민촌에 사는 아이들의 인터뷰
반에서 유일하게 생일잔치에 초대받지 못한 아이는
지구만큼 슬펐다고 한다
타워팰리스 근처를 둘러싸고 있는 낮은 무허가 건물들
초대받지 못한 자들의 식탁
그녀는 사과를 매만지며 오래된 추방을 떠올린다
그녀는 조심조심 사과를 깎는다
자전의 기울기만큼 사과를 기울인다 칼을 잡은 손에 힘을 준다
속살을 파고드는 칼날
아이는 텅 빈 접시에 먹고 싶은 음식의 이름을 손가락에 물을 묻혀 하나씩 적는다
사과를 한 바퀴 돌릴 때마다
끊어질 듯 말 듯 떨리는 사과 껍질
그녀의 눈동자는 우물처럼 검고 맑고 깊다
혀끝에 눈물이 매달려 있다
그녀 속에서 얼마나 오래 굴렀기에 저렇게
둥글게 툭툭,
사과 속살은 누렇게 변해가고
식탁의 모서리에 앉아 우리는 서로의 입속에
사과 조각을 넣어준다
한입 베어 물자 입안에 짠맛이 돈다
처음 자전을 시작한 행성처럼 우리는 먹먹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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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받아보는 이름 바꾸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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