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그리워하는 곳이 있어? 오늘 날짜 2025.1.9. 목
오늘의 사진 프라하에 있는 영어 서적을 취급하는 책방이야.
오늘의 날씨 아마 오늘은 우리가 여행하는 중에 가장 추운 날일 거야.
친구는 러시아 사람들이 쓸 법한 모자를 구매했어💂♂️
오늘의 달 🌓
프라하에서 마지막으로 보는 달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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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고향
이스탄불에 오면서 위탁수하물의 무게가 예상보다 초과되었다고 말했지?
그때 나는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했어.
“프라하까지만 가면 돼.”
왜였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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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향을 떠나 다른 곳, 혹은 다른 나라에 살고 있어?
나는 대전에서 태어나 고등학교까지 쭉 대전에서 살아왔어.
대학교부터 직장, 대학원을 수료하고 2022년 가을에 대전으로 돌아왔어.
이때 내가 느낀 감정은, 집으로 돌아왔다는 안도보다는 어색함이었어.
나는 집을 그리워한 적이 거의 없었거든.
내가 당장 살고 있는 곳만이 나의 집이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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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따금 과거에 살았던 곳들을 그리워 해.
그곳에 다시 가고 싶어하고, 그곳에서 산책했던 길들과 그날의 하늘을 떠올려.
해질 무렵 노을을 보기 위해 방문했던 언덕들을 떠올려.
프라하에서는 비셰흐라드라는 공동묘지가 있는 성에 자주 갔었어.
그곳에 갈 때에는 체코의 샌드위치 프랜차이즈에서 가장 기본인 참치 샌드위치를 사서 언덕을 오르곤 했어.
나한테는 하루를 열고, 하루를 닫는 기억들이 존재하는 곳이 고향처럼 느껴지게 되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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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를 속속들이 안다고 말할 때, 어머니들이 체취만으로 혹은 울음소리만으로 아이들의 상태를 아는 이야기를 하곤 하지.
나는 프라하만의 정사각형 포석을 밟으면서 그날의 습도와 날씨를 파악하고, 오늘 내가 길을 나서며 얼마만큼의 거리를 걸을 수 있을지 가늠할 수 있었어.
몇 분을 걸으면 어딘가에 도착하고, 지도를 보지 않고도, 발 닿는 데로 가더라도 내가 가고자 했던 곳에 다다를 수 있었고, 길을 헤매는 것은 어지러움이 아니라 새로운 발견을 안겨주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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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에 프라하에 돌아왔어.
제일 최근에 왔을 때는 산책 중에 카드를 잃어버렸어.
파리로 들어가 한국으로 돌아가는 일정을 며칠 앞두고 있었는데 말이지.
그리고 이번에 친구와 이곳에서 만나게 되며 깨달은 것은, 내가 프라하에 있을 때는 꼭 누군가와 함께 있었다는 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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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무말도 통하지 않는 곳에 가고 싶어서 체코를 선택한 거였어.
새로운 언어를 배우면, 내가 새로운 사람이 될 기회를 얻는 것과 같다고 여겼던 것 같아.
그래서 기존에 나를 알던 사람들을 떠나 새로운 관계들을 만들고 싶었어.
새로운 내가 되고 싶었어. 새롭게 시작하고 싶었어. 나에 대한 편견들을 마주하길 두려워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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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몇 시간 뒤면 나는 비행기를 타고 프라하를 떠나 로마로 갈 거야.
그리고 이제 프라하는 내 마음 속에서 아주 오랜 고향으로 묻어둘 수 있을 것 같아.
더이상 이곳을 그리워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
이곳에서 특별한 무슨 일이 생겼기 때문은 아니야. 오히려 너무도 평화로웠지.
그럼에도 내게 그저 고향이 있다는 걸 상기시키는 것만으로, 내가 이곳에 올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도피처를 인식하고 언제든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을 것 같아.
희망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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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인하게도, 기억을 지워서라도 상처주고 싶은 사람이 있어. 너무 사랑했어서 내가 미워할 순 없으니 그렇게라도. 그것이 그 사람에게 상처가 되지 않을지라도.
💙그러게, 우리의 복수는 누구를 향하고 있을까? '용서가 최고의 복수'라는 현수막이 붙은 교회를 지난 적이 있어. 가상의 작품들에서 복수를 끝낸 인물들은 쾌감보다는 허무함을 느껴. 서로가 남긴 상처(물론 먼저 가해한 쪽이 나쁘다고 생각하지만 표현상!)를 주고 받았다는 것에 의의가 있는 걸까? 이렇게라도 지독하게 얽히고 싶은걸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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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동창인 친구와 몇 년 전 고향에 대해 이야기를 한 적이 있어.
고향은 무엇일까, 대전은 우리의 고향일까, 우리는 언제쯤 서울을 집이라 느낄까?
고향은 나에게 무엇을 남겼을까?
고향은, 집은, 가족은,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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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젠 이오네스코 - 『외로운 남자』
창문을 닫고 소파에 깊이 파묻혔다. 확신은 서지 않지만, 혹시 나도 가봐야 할 차례가 된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해야만 한다. 아!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나는 비겁하니...... 태양을 움직일 수도 없고 죽음을 늦추지도 못할진대 무슨 소용이 있을지 생각했다. 나는 그들이 죽음을 극복할 수 없어서 서로 죽인다고 믿는다. 그래서 그들이 서로 죽인다고 믿는다. 그래서 그들은 서로 달려들어 밀어붙인다. 그 결과 미친 듯 들끓었다. 그들은 설명 불가능한 것을 설명할 수 없기 때문에 들끓었다. 전쟁, 여명, 평화, 권태, 쾌락, 질병, 건강, 사랑, 마누라, 빽빽 울고 있는 아이들. 그리고 이 길고 긴 여정, 이 긴 여정. 가슴속에 떠오른 사랑이라는 단어가 불현듯 노스탤지어를 일으킨다. 사랑이 나를 구원하여 설명을 대신할 수도 있었음을 깨달았다. 미친 듯 사랑에 빠지는 것. 사실 이것은 너무도, 이 모든 것은 너무도 불가능해서 매력적으로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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