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날짜 2024.12.25. 수 오늘의 날씨 점심을 먹으러 일본친구와 KFC에 갔어. 일본의 문화를 체험하러! 방심했다가 식당 안이 너무 추워서 저녁에 외출할 때는 꽁꽁 싸매고 나갔지! 오늘의 달 🌘 도시에서 조금 벗어난 프랑스 할아버지 댁에 놀러갔어. 별이 정말 많이 보이더라고! 보여주고 싶어서 넣어 놨는데 잘 보이려나 모르겠네? 저장해서 봐야 하나? |
인간으로 살기
연말을 맞이해서 올해 인기 있었던 여러 영화들이 재개봉을 했대. 그중에서 내가 주목했던 영화는 「존 오브 인터레스트」! |
2014년에 발표된 Martin Amis의 동명의 소설 『The Zone of Interest』를 원작으로 한 홀로코스트 영화야.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소장이었던 루돌프 회스와 그의 가족들이 유대인들에겐 지옥이었던 곳을 낙원이라 칭하는, 그곳에서 평범하고 애틋한 가족처럼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며 인간의 잔혹성을 극대화하고, 관객으로하여금 악행에 가담하지 않더라도 관망하는 것을 선이 아닌 것으로 여기며 역사의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방지해야 한다는 경각심을 일깨워 주고 있어. |
‘홀로코스트’는 한때 유럽에서의 보증 수표 같은 주제였어. 하지만 그저 동정심만을 불러 일으킨다는 비판을 피할 수는 없었지. 피해자의 모습만을 비추고 우리에게 연민을 일으키는 게 전부인, 극적인 상황에서 느끼는 비극과 그에 대한 분노는 언제나 성공할 수밖에 없는 소재였으니까.
하지만 이 영화는 달라. 기존 홀로코스트 작품의 틀에서 벗어나는 것으로 시작해. 먼저 검은 화면이 깔리고, 불안감을 조성하는 듯한 소리가 몇 분간 진행돼. 이후에 새소리와 함께 나타나는 강가에는, 한 가정의 단란한 소풍이 그려져.
그 다음 화면이 전환되며 그들이 사는 집이 나와. 그리고 계속해서 기계가 돌아가는 소리와 사람들의 신음소리로 추정되는 것이 들려. 카메라가 집의 다른 곳을 비추고, 담벼락 너머 어렴풋하게 아우슈비츠의 소각장이 보여. 이때 관객들은 그들이 아우슈비츠를 관리하는 독일장교의 가족이었다는 걸 알게 돼. |
이 영화는 얼핏 보면 가족영화처럼 보일 거야. 아내인 헤트비히는 관사로 제공된 집과 정원을 열심히 가꾸며 자신이 선망했던 삶을 영위하거든.
남편인 루돌프 회스 또한 그의 아이들이 강가에서 놀다가 오염된 물에 접촉했을 때 서둘러 아이들을 물 밖으로 대피시켜. 또 전출명령을 받게 되었을 때도 아우슈비츠 관사에 남고 싶어하는 아내를 위하여 홀로 타지에서 생활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해. 또 딸들의 잠자리를 지키며 다정하게 동화책을 읽어주는 아버지이기도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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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초반에 아내인 헤트비히는 수용소에 실려온 유대인들에게서 뺏어온 모피코트를 입어보거나 남편에게 초콜릿을 얻게 된다면 가져다 달라는 등, 유대인들을 어떤 이익이 떨어지는 존재로 여기는 듯해. 그녀는 집에서 하녀로 부리는 유대인에게도 ‘자신이 아니었으면 진작 죽었을 것’이라며 폭언을 하는 장면이 나와.
하지만 직접적으로 유대인 살육에 가담한 남편인 루돌프는 이와 대비되는 것 같아. 그는 밤에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자기 전에 집안을 구석구석 점검하는 등 불안한 모습이 수차례 비춰져. 하지만 영화의 말미에서, 파티장에 모인 장교들을 위층에서 내려다보는 루돌프에게는 어떻게 하면 그들을 효율적으로 죽일 수 있을지 생각하기만 해. 그가 살육광에 불과하다는 게 드러나는 거지. |
아이들은 어떨까? 회스 부부의 아이들은 어른들과 마찬가지로 시체를 태우는 소각장의 냄새와 불꽃, 수용소에서 들려오는 비명과 신음소리, 총소리에 익숙한 듯 보여.
그러나 어린 딸은 잠에 들지 못하고 밤마다 집안을 배회하고, 갓 태어난 막내딸은 죽음의 기운을 느끼는 듯 울음을 그치지 않아.
남편을 통해 출세한 딸을 칭찬하던 헤트비히의 어머니 역시 실제로 관사를 방문하고 밤까지 이어지는 참혹한 살육을 간접적으로 느끼고, 말도 없이 그곳을 떠나게 돼. |
영화를 보며 현재 다른 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전쟁들이 자연스럽게 떠올랐어.
이 영화를 단지 전쟁 이야기라고만 볼 수 있을까? 나는 나의 것만을 지키려 하는 ‘인간성’, 그리고 실패하거나 비극이 될 수 있더라도 실행하는 ‘선의’를 보았어. 피수용자들을 위해 사과를 주워 몰래 그들의 노역장에 가져다 주었던 소녀로 인해, 몇 유대인들이 살해 돼. 선의의 아이러니인 것이지. 그러나, 그럼에도 멈추어선 안 돼.
뉴스에서 누군가는 불에 타 죽고, 내가 읽던 소설 속 인물들도 갖가지 이유로 죽고, 누군가는 차에 받혀 죽기도 해. 어린 나이에도, 병으로도, 장기가 멈추어서 죽기도 해. 방금 전까지 살아있던 사람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되기도 해. |
그러니까 우리는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을 최대한 해야겠지.
인간으로서 인간에 대항할 수 있는 것은 인간뿐일 거야. 인간의 잔혹성을 덮을 수 있는 것은 선의뿐일 거야. 그것의 결과가 어쨌든, 당장 그것이 나쁜 결과를 보이는 것 같더라도 우리는 계속해서 선의를 보이겠지.
그것이 우리가 인간이라는 이기적인 종족을 보존하고 더욱 선한 방향으로 돌려놓는 방법일 거야. |
🎅이처럼 사소한 것들 영화 벌써 봤어? 킬리안 머피가 영화 한다고 했을 때부터 기대했는데 너무 바빠서 아직 못 봤어ㅠ 책의 내용을 어떻게 영화화 했을지 궁금한데! 💙이 코멘트를 보자마자 그르노블에 있는 모든 영화관을 다 뒤졌거든? 여기서는 상영을 안해🥲 프랑스에서는 개봉을 한 건지, 그냥 그르노블에서만 안하는 건지, 아니면 아예 개봉 자체를 안한 건지는 모르겠어ㅠ 나도 영화화 된다고 하기 전에 책을 읽었더니 도대체 어떤 연기를 보여줄지 가늠이 가질 않더라고! 하지만 기대는 엄청 되었어! 만약 본다면 알려줘! 너어어어어무 궁금해!
🎄메리크리스마스! 기록하는 정성, 그리고 전달하려는 메세지에 대한 깊은 고민과 노력. 그리고 인내. 기다림. 이 모든 것이 어떤 식으로든 열매 맺기를. 보고파요:-) 💙가끔은 기록하는 게 너무 번거로울 때도 있어. 그냥 머릿 속에 생각나는 모든 것들이 메모장에 적혀있기를 바랄 때가 많아. 한편으로는 나의 사고가 이대로 멈출까봐 불안한 마음이 들기도 해. 한때 나랑 가까웠던 친구는, 그렇게 생각하는 게 오만이 아니냐고 물었어. 하지만 나는 내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그 생각의 끝이 금방 찾아올까 항상 걱정이었거든. 새로운 해에는 새로운 생각들과 함께 기존의 생각들이 더욱 논리를 찾길 바라! 그런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과 나에게 영감과 끈기를 안겨주는 것들을 찾으러 순례길을 걸으러 가려고! |
💙
메리 크리스마스! 다들 잘 보내고 있어?
나는 오늘 프랑스 할아버지 댁에서 할아버지의 가족들과 함께 크리스마스를\[ 보냈어. 요즘 세대들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가, 작금의 세대는 독일이 점령했던 시기를 잊었다고 하더라고. 독일의 젊은 세대들 역시 더이상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대.
베트남의 경우도 마찬가지랬어. 미국이 그렇게 끔찍한 일을 저질렀는데도 불구하고 미국인이 관광객들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대.
이것은 용서일까, 그저 어쩔 수 없는 경제적 굴복일까? 우리는 이것에 계속해서 저항해야 할까? 어쨌든 사람을 살려야 한다는 건 알겠어. 하지만 어떤 방법으로?
세상에는 너무도 다양한 의견들이 존재하고 이따금 선한 의견은 하나로 모이기 어려워. 오히려 누군가를 해치려는 야욕이 당장 한 점으로 모이기 더욱 쉬운 것 같아.
오늘의 이야기는 이런 사소한 대화에서 시작되었어. 우리의 미움과 증오는 계속해서 정당한 것일까? 우리는 이런 것에 복수하고, 피해자들과 연대해야 하는 것일까? 어떤 것이 우리의 인간성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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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 『소년이 온다』 군중의 도덕성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인이 무엇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흥미로운 사실은, 군중을 이루는 개개인의 도덕적 수준과 별개로 특정한 윤리적 파동이 현장에서 발생된다는 것이다. 어떤 군중은 상점의 약탈과 살인, 강간을 서슴지 않으며, 어떤 군중은 개인이었다면 다다르기 어려웠을 이타성과 요기를 획득한다. 후자의 개인들이 특별히 숭고했다기보다는 인간이 근본적으로 지닌 숭고함이 군중의 힘을 빌려 발현된 것이며, 전자의 개인들이 특별히 야만적이었던 것이 아니라 인간의 근원적인 야만이 군중의 힘을 빌려 극대화된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다음 문단은 검열 때문에 온전히 책에 실리지 못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남는 질문은 이것이다. 인간은 무엇인가. 인간이 무엇이지 않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어서 먹선으로 지워진 넉줄의 문장들을 그녀는 기억했다. 번역자의 살찐 턱과 허름한 감색 점퍼, 핏기 없이 노릇노릇하던 낯빛을 기억했다. 물잔을 만지작거리던 길고 거무스름한 손톱들을 기억했다. 그러나 정확한 이목구비만은 끝내 떠오르지 않았다.
그녀는 책을 덮고 기다렸다. 창밖이 더 어두워지기를 기다렸다.
그녀는 인간을 믿지 않았다. 어떤 표정, 어떤 진실, 어떤 유려한 문장도 완전하게 신뢰하지 않았다. 오로지 끈질긴 의심과 차가운 질문들 속에서 살아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 성인이 되고 처음 읽은 책이 한강의 『소년이 온다』였어. 이게 내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게 되었다면 믿어질까? 한순간에 바뀌는 게 있을까 싶어. 나는 이 이후로 서서히 물들어 갔거든.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구체적으로 설정되기까지는 더욱 시간이 걸렸지만, 일단 첫번째 방아쇠는 이 책이었던 것 같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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