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 뭘 좀 아시네요? 오늘 날짜 2024.12.24. 화
크리스마스 이브야! 멋진 계획이 있을까?
나는 친구와 함께 프랑스 할아버지 집에 놀러가!
오늘의 날씨 아침에 일어나서 블라인드를 올렸어. 요새 잠이 부족해서 가능할 때 오랫동안 자고 싶었거든. 블라인드를 걷히자마자 놀랐어. 그르노블에 첫 눈이 내린 거야! 물론 내 기준이지만!
오늘의 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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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의 얼짱 각도
은/는 사진을 찍을 때 어떤 쪽의 얼굴을 보여줘?
나는 주로 왼쪽을 선호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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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에 있던 일이야.
나는 마드리드에 갔었고, 이번에 방문했던 ‘티센 보르네미사 미술관’에 처음 방문했을 때였어.
이 미술관은 2층이 중세시대를 다루고, 1층은 20세기 이후의 현대미술로 이뤄져 있어.
티센 보르네미사가 소장하고 있는 중세의 회화들은 크기가 작고 아담해서 한 눈에 전체적인 그림을 볼 수 있어. 너무 많은 내용을 담고 있지는 않아서 한 가지 사건에만 집중할 수 있었어.
그럼에도 빼곡히 많은 방들에 걸린 작품을 하나하나 세세하게 살펴보기란 너무도 어려워서 거의 모노레일을 탄듯 빠르게 그림들을 훑고 지나갔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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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내 눈에 밟힌 것은, 성화에 그려진 예수님의 얼굴이었어.
“왜 십자가에 달린 예수님은 왼쪽 얼굴?”
이라는 메모를 6년 전에 남겼더라고.
여간 강렬했던 게 아니었나보지?
안타깝게도 그런 회화들이 너무 많아서 오히려 정면을 향하는 그림만 찍어놨었나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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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여태까지 봐왔던 미술품들을 토대로 추측하자면,
르네상스 이전의 기독교 미술들은 금색으로 바탕을 칠해왔어.
뭐 나무라든가, 산이라든가, 건물들은 보이지 않고 그저 금색으로 여백들을 채워놨더라고.
이 말인 즉슨, 전체적인 ‘배경’을 그리기보다는 인물과 피사체에만 중점을 둔다는 뜻이야. 그림들은 선이 대체로 부드럽고, 명암이 두드러지지 않았어.
시간이 지나고, 드디어 우리가 생각하는 ‘배경’이라는 게 등장해. 상상 속의 배경을 그리는 게 아니라, 진짜 사진과 같은 현실의 배경 말이야.
하지만 이때 배경을 갖는 피사체는 사람보다는 사물인 경우가 더 많았어. 그리고 화가들은 외부에 자리한 사물을 풍경과 함께 그리기보다는 실내에 놓여 있는 사물들을, 실내의 모습과 함께 그리는 경우가 잦았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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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배경의 부재’는 관람자로 하여금 예수의 모습에 더욱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들거야.
그런데 정말로, 거의 모든 작품에서 예수님이 오른쪽 얼굴을 하고 있더라니까?
궁금해서 구글에 검색을 해봤어.
당시나 지금이나 비슷한 답변들이 나오더라고.
“오른쪽은 그 단어의 그리스어 유래부터 ‘옳은 것’을 의미하고, 왼쪽은 ‘그르다’는 것을 상징하기 때문에 오른쪽 모습을 부각시킨 것으로 유추해 볼 수 있다.”
어때, 설득력이 있는 것 같아?
우리가 사진을 찍을 때 왼쪽 얼굴을 보여주는 것(오른쪽을 향해 얼굴을 돌리는 것) 또한 이것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을까?
사람의 얼굴은 왜 왼쪽이 더 예쁘다고 인식하게 될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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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기록을 남기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봤어.
그리고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같은 장소들을 방문하는 이유들도.
나는 시간이 흘렀을 때 내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를 보고 싶었어.
이건 참 어려운 일인게, 나는 나의 객관성을 확보하기가 어렵잖아.
그나마 나의 기록들을 보면, 내가 어떤 것에 집중하고 있었고, 어떤 것들에 유독 신경을 쓰고 있었는지 알 수가 있는 것 같아.
예를 들어, 나는 내가 올해 처음으로 로스코의 작품을 보았다고 생각했어. 그것도 일본에서 말이야.
그런데 이번에 티센 보르네미사 미술관을 방문해서 로스코의 그림을 보게 되었을 때, 기시감이 들었고, 오늘 내가 찍어놓은 사진들과 6년 전의 메모를 들여다보니, 이미 나는 그때 당시에 로스코를 본 적이 있더라고. 심지어 런던에서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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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을 비롯한 예술이, 때로는 사사로운 것들임에도 그 가치를 인정받는 이유가 무엇일까?
나는 그것들이 ‘기록’하고 ‘기억’한다는 점에서 그 가치와 의의를 지닌다고 믿어.
예를 들어, 2022년에 노벨문학상을 받은 ‘아니 에르노’라는 프랑스 여성작가는 노동자 계층의 집안에서 사립 학교를 거쳐 명문대에 진학하고, 엘리트 계층으로 이동을 하며 자신이 느낀 사회의 계급과 그 차이를 작품 속에서 드러내고 있어.
그러다보니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 대학생 때 낙태를 한 경험과 러시아 외교관과의 불륜 이야기를 다루기도 해. 정말 지극히 사소하고, 요새 말하자면 TMI 같은 내용들이 주를 이뤄. 그럼에도 그녀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했지. 그녀의 기록과 기억이 시대적 가치를 지니기 때문이야.
나의 사소한 기록과 나에게 남겨놓은 코멘트들, 나의 레터와 누군가의 답장은 이렇게 기록으로 남아서 ‘나’를 만들어 가고 변화시키고 있어. 이전에 카미노트에 남겨준 답장들도 몇 개는 아직도 내 기억에 남아 계속해서 기록을 남기는 데에 도움을 주기도 해.
앞으로 어떤 것들이 내게 새롭게 다가올 지 또 기대가 되네!
이미 봤던 것들도 계속 있고 새롭게 느껴지는 것도 좋아.
하지만 이렇게 기억 속의 무언가를 다시 발견하는 것도 정말 재밌어!
이럴 때면 우리의 기억은 유한한 게 아닐까, 느끼곤 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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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레터는 ‘예수님의 왼쪽 얼굴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해서, ’기록의 의의’까지 이어졌어.
이렇게 엉뚱한 글을 읽어줘서 고마워. 나의 글들은 대부분 나의 생각을 풀어가느라 내가 봐도 가닥이 잘 잡히지 않을 때가 더러 있어.
친구 말에 따르면 내가 중간에 각 단락을 이어주는 매개체를 생략하는 버릇이 있는 것 같다고 하더라고.
그럼에도 끈기 있게 몇달 째 나의 이상한 생각들과 러프한 말들을 읽어줘서 고마워!
나에게는 이게 가장 큰 크리스마스 선물이야!
, 어떤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있어?
😎
+1월의 카미노트 구독이 시작되었어!
그거 알아?
1월 중순이 지나면 진짜 카미노트를 받아볼 수 있어!
빨리 그날이 오길 기다리고 있어.
그전에 올해가 가기를 먼저 기다려야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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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어 키건 - 『이처럼 사소한 것들』
저 문 너머에서 기다리고 있는 고생길이 느껴졌다. 하지만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일은 이미 지나갔다. 하지 않은 일, 할 수 있었는데 하지 않은 일 - 평생 지고 살아야 했을 일은 지나갔다. 지금부터 마주하게 될 고통은 어떤 것이든 지금 옆에 있는 이 아이가 이미 겪은 것, 어쩌면 앞으로도 겪어야 할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자기 집으로 가는 길을 맨발인 아이를 데리고 구두 상자를 들고 걸어 올라가는 펄롱의 가슴속에서는 두려움이 다른 모든 감정을 압도했으나, 그럼에도 펄롱은 순진한 마음으로 자기들은 어떻게든 해나가리라 기대했고 진심으로 그렇게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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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상영 중인 『이처럼 사소한 것들』의 원작 소설이야.
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하고, 내가 좋아하는 킬리언 머피가 나오기도 해서 오늘의 추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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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받아보는 이름 바꾸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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