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저녁에 받아보는 카미노트! 오늘 날짜 2024.12.13. 금
오늘의 날씨 이제는 창문을 열어 환기 하기가 약간은 망설여지는 추위!
오늘의 달 🌓
어제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한 친구가, "달빛 아래서 춤을 추고 싶어?"라고 물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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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하게 만드는 사람
학기가 마무리 되었고, 이젠 틈이 나면 책을 읽으려고 하고 있어.
저번 달에 소개했던 책 중에 최진영 작가의 『해가 지는 곳으로』라는 아포칼립스 소설이 있었지?
이번엔 같은 작가의 가장 유명한 책을 읽어봤어.
『구의 증명』이라고, 사람들에게는 ‘식인’이 나오는 테마로 잘 알려져 있는 소설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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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구’와 ‘담’.
소설의 첫 장면은 길거리에서 죽은 '구'를 오랜 친구이자 연인인 '담'이 시체를 거두고, 힘없이 빠져버리는 그의 머리카락을 한 웅큼 먹으면서 시작해.
진정해, 나도 여기서 바로 화면을 꺼버릴 뻔 했거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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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와 담은 어려운 가정 환경을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어.
초등학생 때부터 항상 서로가 곁에 있었던 구와 담은, 모종의 사건으로 멀어지게 돼.
그동안 한 인물은 새로운 상대를 만나며 이런 생각을 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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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00에게 들을 과거가 없었다. 함께 겪었으니까. 겪을 때마다 감정을 공유했으니까. 그때 우리 열한 살 여름에 개천에서 같이 피라미 잡다가, 라고 00이 얘기를 꺼내면, 너 신발 한 짝 떠내려가서 그거 잡는다고 우리 둘 다 죽을 뻔했을 때? 라고 다음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었다. 설명 없이도 대화는 성큼성큼 나아갔고 감정은 절로 드러나 꾸밀 필요 없었다. 침묵이 어색하거나 불편하지도 않았다. XX가 열다섯 살 생일에 남자애랑 맥주를 마시고 놀이터에서 토하다 졸다를 반복하다가 옆집 아줌마한테 걸려서 집에서 쫓겨날 뻔했다는 얘기를 했을 때는, 생일마다 00과 만들어 먹던 팬케이크와 공장에서 퇴근하던 길에 00과 같이 강변에서 처음 마셔본 맥주와 미끄럼틀 밑에 우리만의 집을 지어놓고 부부 놀이를 하던 날들을 동시에 떠올렸다. 떠올릴 수 있는 기억이 있어 좋았고, 그게 참 소중했다. 그런 생각을 하다가 눈앞의 XX를 보면, 그 사이 세월이 삼십 년쯤 흘러버린 것만 같았다. 산을 수십 개 넘고 강을 수백 개 건너도 도무지 돌아갈 수 없는 곳에 00을 두고 온 것 같았다.”
(00는 둘 중 한 명의 이름이고, XX는 다른 한 명이 만난 새로운 사람의 이름이야.
스포방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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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했지, 나는.
우리는 새로운 것에 이끌렸다가 익숙해지고 권태로워지면서 또 새로운 것을 찾기를 반복하니까.
그런데, 이 인물은 이미 다른 사람과 ‘하나’가 되었던 것 같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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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가 된다는 것’은 무엇일까?
나에게는, 같은 시간을 공유했다는 의미로 다가와.
우리의 시간이 함께 나란히 지나간 것에 지나지 않고, 그 선이 정말 하나가 되었던 것이지.
함께 존재하는 동안 상대의 내면마저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
겉으로 드러나는 것과 속에 품고 있는 무언가가 자연스럽게 스며나와 상대에게 가닿고, 그 두 명의 시간이 하나로 합쳐지는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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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어느 순간 우리는 그 시간에 갇히는 것 같아.
왜, 있잖아?
시간이 한참 흘러도 어린 시절의 친구를 만나면 유치하게 놀듯이.
하나의 시간축을 공유한, 아니 하나의 시간축을 만들어 낸 사람들과의 재회는 언제나 우리를 그 시간으로 데려가지.
어린 시절의 친구들을 만날 때, 그때의 시절로 돌아간 것 같다는 느낌은,
우리의 시간들이 하나가 되었기 때문이라고,
서로 과거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설명이 필요가 없었던,
그 자리에 있는 것 자체로도 우리는 충만했으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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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영의 소설은, 전반적으로 아주 끔찍한 사랑에 대해 이야기해.
끔찍하다는 게 징그럽다는 건 아니야.
그의 작품 속 인물들은 저마다 절절한 사랑을 하거든.
어려운 상황에서, 재난 속에서 인물들이 사랑으로 삶을 버텨나가는 이야기를 읽다보면, 눈물을 흘리거나 삶의 의지를 얻는 사람도 생겨나는 것 같아.
그 절절한 사랑의 글들에서, 원치 않았지만 찾아온 재난에서, 최진영의 글은 공유된 시간과 공유된 운명, 공감을 통해 독자를 자극하는 것 같아.
그리고 내가 항상 발견하는 인물들의 모습은, 그 가운데서 유치해지더라고.
사랑을 하고 있으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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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종강 기념으로 같은 반 친구들과 밤 늦게 크리스마스 마켓에 갔다가, 바에서 게임도 하고 한참 수다를 떨다가 왔어.
몰랐던 서로의 이야기들도 물어보면서 궁금했던 점들도 해소하고.
(그 덕분에 집에 오자마자 잠이 들었고 레터를 이제야 보내게 되었지만…)
우리는 모두가 이방인이니까.
이곳에서 우리는 프랑스어가 모국어가 아니고, 이 지역의 주민들과 교류가 많지도 않은 그런 사람들이었어.
사람 사는 곳이 다 똑같지만, 그렇기에 항상 어렵기도 해.
외국이나 한국이나 어려운 게 마찬가지라고 생각해보면, 한국마저도 쉴 수 없는 공간처럼 여겨질 것 같아.
『구의 증명』에는 희망을 꿈꾸는 게 가당키나 할까, 고민하는 인물이 있어.
그 숱한 많은 절망을 견디며 그들은 끝내 하나가 되기로 결정해.
, 이런 사랑 이야기, 어떻게 생각해?
그리고 좋은 주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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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영 - 『구의 증명』
사람이란 뭘까.
구를 먹으며 생각했다. 나는 흉악범인가. 나는 사이코인가. 나는 변태성욕자인가. 마귀인가. 야만인인가. 식인종인가. 그 어떤 범주에도 나를 완전히 집어넣을 수 없었다. 그렇다면 나는 사람인가. 아이는 물건에도 인격을 부여하지만 어른은 인간도 물건 취급한다. 아이에서 어른으로 무럭무럭 자라면서 우리는 이 세계를 유지시키고 있다. 사람은 돈으로 사고팔 수 있다. 사람은 뭐든 죽일 수 있고 먹을 수 있다. 사람은 거짓말을 하고 사기를 친다. 누군가의 인생을 망치고 작살낼 수 있다. 그리고 구원할 수도 있다. 사람은 신을 믿는다. 그리고 신을 이용한다. 사람은 수술을 하고 약을 먹어서 죽음을 미룰 수 있다. 불을 다루고 요리해서 먹는다. 불을 다루기 전에는 생고기 생풀을 그냥 먹었을 것이다. 아주 오래전 인간은 동족을 먹었을지도 모른다. 배가 고프면. 배만 부르면. 허기 때문이 아니라도 먹었을 것이다. 그의 손이 탐나서. 그의 발이 탐나서. 그의 머리, 그의 얼굴, 그의 성기가 탐나서. 지극히 존경해도 먹었을 것이고 위대해도 먹었을 것이다. 사랑해도, 먹었을 것이다. 그들은 미개한가. 야만적인가. 지금의 인간은 미개하지 않은가. 돈으로 목숨을 사고팔며 계급을 짓는 지금은. 돈은 힘인가. 약육강식의 강에 해당하는가. 그렇다면 인간이 동물보다 낫다고 할 수 있는가. 세련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가. 동물의 힘은 유전된다. 유전된 힘으로 강한 놈이 약한 놈을 잡아먹는다. 불과 도구 없이도, 다리와 턱뼈와 이빨만으로. 인간의 돈도 유전된다. 유전된 돈으로 돈 없는 자를 잡아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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