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인 기분이 들었어 오늘 날짜 2024.12.12. 목
오늘의 날씨 아직은 그래도 코트를 입을 수 있어
오전 시험을 보고 추운 곳에서 점심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다가 목이 아파오기 시작했어.
다들 감기 조심!
오늘의 달 🌓
요즘의 달은 밤이 되기 전에 떠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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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은 벼린 날
약간 슬펐어.
무언가 저절로 이뤄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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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가만히 있어도 생기는 것들이라,
나중에는 그렇게 되지 않을 거니까,
이건 내가 아직 비교적 어린 나이기에 가능한 거니까.
나는 나이 먹는 걸 굉장히 두려워했는데 갑자기 다시 겁이 나서,
나이를 먹을 수록 가만히 있어도 저절로 되는 것들이 점점 줄어들 것이라서 그 좋은 것들이 다 나를 떠날 거라고 느껴져서,
아니 그 좋은 것들이 더이상 내게 오지 않을 것이 무심하게 느껴져서 조금 슬펐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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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런 슬픔은 몸 곳곳으로 번지는데 그 중에서도 손이 가장 슬퍼.
자그마한 자극에도 파란 불꽃이 번지는 느낌이야.
저린 다리를 가만히 둘 땐 모르다가 어딘가에 닿기라도, 땅을 딛기라도 한다면 느껴지는, 혈관과 근육과 신경을 타고 그 슬픔이, 투명한 물에 번지는 먹물처럼 퍼져나가.
일순간에 풍덩,
그리고 이어지는 잔물결.
그 슬픔의 파동이 온몸 곳곳을 훑으면, 사실은 이 몸이 야트막한 웅덩이였음을 깨닫게 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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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감히 사람의 몸을 사원*이나 신전*에 빗댈 수 있나
*보들레르, "자연은 하나의 사원(신전)", 「교감(=만물조응) Correspondanc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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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우리의 육체는, 슬픔의 전도체야.
우리는 슬픔을 위해 기도할 수도, 슬픔에게 간절히 빌 수도 없어.
신은 바라는 것이지, 멀어지는 것이 아니다. 슬픔은 신이 될 수 없기에 나의 삶을 저지할 힘이 없다는 것 또한 주지하지만, 구름끼리 교차하고 부딪히듯, 이 파동 역시 서로를 쓸어가며 다른 파동을 만들어 내.
가혹한 얕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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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잇장에 손이 벤다든가, 얇은 무언가에 살갗이 몸과 분리되었을 때의 오싹함.
나한테는 슬픔이 그렇게 다가와.
체온이 나를 일순간에 떠나간듯한 느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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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에게 감정은 너무나 차갑고,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어.
그러니 느끼고 싶지 않고, 거부하고 싶은 것이 돼.
냉골에서 살아가는 기분을 느끼게 하니까.
한순간에 체온을 앗아갔다가 다시금 현실로 나를 돌려 놓는 거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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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도끼*라면, 감정은 벼린 날일 거야.
*카프카, “한 권의 책은 우리 안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여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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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병은 어때?
💙하루종일 고민해봤는데, 내가 생각하는 기준들과는 조금 다른 것 같아. 화병이 된다면, 술병도 가능할 것 같거든. ‘우산꽂이’가 내 흥미를 끌었던 건, ‘화+병’, ‘술+병’과는 다르게 ‘-꽂이’라는 게 붙은 단어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우산꽂이’ 자체가 하나의 명사가 된 거였어. 그리고 화병이나 술병은 고대의 벽화들을 보면 장식적인 용도로 사용하기도 했고. 반면 예쁘고 깔끔한 우산꽂이를 가게에서 구비하려고는 하지만, 일상적인 집에서까지 디자인을 따지면서 사나?, 하는 생각도 들었어! 이상한 질문 때문에 고생이 많아!
🧣정신력으로 버틸 수 있는 몸의 한계가 있는 것 같아. 나라의 몸이 회복되길 바랄게. 날이 점점 추워지고 있어. 혹독한 겨울이 될 것 같아.
💙나는 어릴 때부터 잔병치레를 정말 수없이 했어. 감기를 제외한 내 모든 질병의 원인은, 병원을 찾을 때마다 ‘스트레스’라는 이야기를 들었어. 그래서인지 내가 몸이 아픈 건 다 내가 예민하기 때문이라고, 나만 마음을 고쳐 먹으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게 된 것 같아. 그러다보니 더욱 몸의 문제라기보다는 정신력으로 극복하려고 했었고. 덕분에 내 몸이 지쳐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어! 혹독한 겨울이라니…그 말 그대로네. 입김과 차가운 손이 생각나. 그리고 나는 이따금 자동차에서 연기가 나오는 걸 유심히 들여다 봐. 마치 살아있는 것 같거든. 뜨거운 김을 내뿜으니까. 살아있는 겨울을 보내길 바라!
✏️연필깎이도 있다
💙흐흐 이건 좀 재미있다! 나는 여기서 과도로 연필을 깎고 있어! 하지만 연필깎이는 우산꽂이에 비해 너무나 정교한 물건인 것 같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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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이 얼추 마무리 되어가고 있어.
오늘은 30분짜리 말하기 시험에서 무려 50분 가까이 대화를 나누었어.
사실 나는 여기서 프랑스인과 깊게 대화를 한 적도, 그렇다고 프랑스인 친구가 있는 것도 아니고, 제대로 누군가의 말을 알아듣지도 못할 때가 잦았는데, 그리고 그게 나를 낙담시키곤 했는데.
이제 와서 보니 차츰차츰 물들면서 바뀌고 있더라고.
이제야 조금 재미를 알게 되었는데, 여기까지라는 게 아쉽기도 해.
한편으로는, 이게 다 내가 아직 젊어서 가능한 일이라는 걸 알게 되었어.
내가 만약 50대였다면, 몇 년을 살더라도 지금처럼 빨리 실력이 늘기는 어려웠겠지?
그래서 늙음이, 모두에게 찾아올 것이, 나에게도 영향을 미칠 그것이 너무 무서워졌어.
사람들이 어떤 상황에서 우는지 궁금해.
나는 주로 무서울 때 눈물이 나거든.(울음과 눈물은 좀 다르지만!)
그래서 오늘 갑자기, 대뜸, 늙는 게 무서워져서 눈물이 조금 났어.
그리고 이 일기를 써놨어.
나는 울 때마다 몸이 너무나 아파. 바늘로 전신을 찌르는 감각이야.
그래서 감정적으로 굴지 않으려고 하고.
는/은 어떤 상황에서 눈물이 나?
어떤 일들이 당신을 슬프게 만들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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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보선 - 「슬픔이 없는 십오 초」, 『슬픔이 없는 십오 초』
아득한 고층 아파트 위
태양이 가슴을 쥐어뜯으며
낮달 옆에서 어찌할 바를 모른다
치욕에 관한 한 세상은 멸망한 지 오래다
가끔 슬픔 없이 십오 초 정도가 지난다
가능한 모든 변명들을 대면서
길들이 사방에서 휘고 있다
그림자 거뭇한 길가에 쌓이는 침묵
거기서 초 단위로 조용히 늙고 싶다
늙어가는 모든 존재는 비가 샌다
비가 새는 모든 늙은 존재들이
새 지붕을 얹듯 사랑을 꿈꾼다
누구나 잘 안다 이렇게 된 것은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태양이 온 힘을 다해 빛을 쥐어짜내는 오후
과거가 뒷걸음질 치다 아파트 난간 아래로
떨어진다 미래도 곧이어 그 뒤를 따른다
현재는 다만 꽃의 나날 꽃의 나날은
꽃이 피고 지는 시간이어서 슬프다
고양이가 꽃잎을 냠냠 뜯어먹고 있다
여자가 카모밀 차를 홀짝거리고 있다
고요하고 평화로운 듯도 하다
나는 길 가운데 우두커니 서 있다
남자가 울면서 자전거를 타고 지난간다
궁극적으로 넘어질 운명의 인간이다
현기증이 만발하는 머릿속 꿈 동산
이제 막 슬픔 없이 십오 초 정도가 지났다
어디로든 발걸음을 옮겨야 하겠으나
어디로든 끝간에는 사라지는 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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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받아보는 이름 바꾸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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