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월요일! 이곳은 비가 내려 오늘 날짜 2024.09.09 일
그르노블 날씨 마지막 실외수영을 했어. 이제 추워진대!
오늘의 간식 사과맛이 나는 사블레
오늘의 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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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사랑은 죄악이야."
수업에서 그룹을 나눠서 가정법을 사용하는 연습을 했어.
‘만약 내가 ~~라면, —했을 것이다.’ 따위의 문장을 말하는 것이었는데, 내가 뽑은 카드는 ”만약 내가 약간의 시간이 더 주어진다면,“이었고 나는 주저없이 "책을 더 읽을 것이다."라고 말했지.
그렇지만 그날 집에 돌아와서는 줄곧 유투브를 보았어. 그러다 갑자기 그날 수업에서 했던 뱉은 말이 떠오르면서 내가 좋아하는,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을 읽기 시작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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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주인공인 ‘나’가 대학생이 되며 만난 부부의 이야기를 회상하며 서술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어.
‘나’는 부부 중 남편을 '선생님'이라 부르며 따르지. '선생님'은 세속적인 일에 관여하지 않으며 직업을 갖지 않고 집에 틀어박혀 공부만 하는 인물이야. 도쿄제국대학을 나온 엘리트이고 '나' 역시 ‘선생님’을 ‘사상가’로 여길 정도로 사유가 깊은 사람으로 그려져. ‘나’는 그런 ‘선생님’에게 특별한 과거가 있음을 짐작해. 그의 말에는 경험을 바탕으로 한 후회와 자책, 자신을 향한 비난들이 느껴지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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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은 ‘선생님’이 ‘나’에게 사랑을 해보았냐고 질문을 해.
그리고 ’나‘가 자신을 계속해서 찾아오는 것은 마음에 안정이 없이 일렁임이 있기 때문이고, 이성을 만나기 전에 동성인 자신에게 의탁하며 안정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하지. 그러면서 ‘선생님’은 과거를 회상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며 ‘사랑은 죄악’이라고 덧붙여. 그러나 ‘신성한 것’이라는 말이 이어져. 마치 자신이 이전에 사랑으로 인해 죄악을 저지르고 신성한 사랑을 더럽혀 인간으로서의 자격을 상실했다는 것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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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사람을 사랑해?
지금 누구를 사랑하고 있는지 물어보는 게 아니야.
어떤 사람들을 사랑하게 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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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음』을 읽으면서, 또 최근에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을 보면서 자신에게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는 사람을 사랑하게 된 인물들을 접했어. 거기서 내 모습을 보았어.
나는 나의 세계를 넓혀주는 사람들을 사랑해.
마침 내 이상형 역시 배울점이 있는 사람이기도 하고. 나는 내가 더이상 배울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때가 올까봐, 엄청나게 자만하는 때가 올까봐, 다른 어떤 것을 돌아보지 않으려고, 나의 부족함을 보지 않으려고 할까봐 그것이 걱정될 정도거든.
그래, 마치 사랑으로 망가진 인생처럼, 나는 새롭고 싶고, 배우는 것에 미쳐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해. 어딘가에 정착하길 겁내는 것 같다고 스스로 느끼기도 해. 그래서 항상 나를 새롭게 느끼게 하는 사람들을, 아니면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느끼게 하고, 그렇게 되게 하는 사람들을 사랑하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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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행복에 사랑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이 사랑은 죄악일지도. 그럼에도 나를 사랑하는 당신의 사랑은 얼마나 숭고한지. 그렇기에 사랑은 더욱 신성시되고 나는 더욱 죄인이 되고, 계속해서 죄를 거듭하겠지.
그럼 나도 누군가에게 사랑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생각했어. 나만의 숭고로 이전의 죄를 덮을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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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자신의 세계를 넓혀준 사람을 잊지 못하고 사랑하게 되는 것 같아.
, 어떤 사람을 사랑하게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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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쓰메 소세키 『마음』 중
"아무튼 날 너무 믿지 말게. 곧 후회할 테니까. 그리고 자신이 기만당했다는 것에 대한 보복으로 끔찍한 복수를 하게 될 테니까."
"그건 무슨 말씀입니까?"
"과거에 그 사람 앞에 무릎 꿇었다는 기억이 이번엔 그 사람 머리 위에 발을 얹게 만드는 법이네. 나는 훗날 그런 모욕을 당하지 않기 위해 지금의 존경을 물리고 싶네. 나는 지금보다 더 지독한 외로움을 참기보다 차라리 외로운 지금의 상태로 버텨가고 싶네. 자유, 독립 그리고 나 자신으로 가득 찬 현대에 태어난 우리는 그 대가로 모두가 이 외로움을 맛봐야겠지."
나는 이런 생각을 신앙처럼 품고 계신 선생님에게 뭐라 말씀드려야 할지 몰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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