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는 가능한 걸까? 오늘 날짜 2024.10.21 월
그르노블 날씨 금요일에는 분명 이제 추워진댔는데...일교차가 심해!
오늘의 그림 햇님이를 그리워 하는 사람이 있길래!
오늘의 달 🌖
오늘은 달 밑에 화성이 선명하게 보였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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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와 용서
요즘 『책 읽어주는 남자』라는 소설을 읽고 있어.
이전에 읽었지만 친구가 새로 읽어보길래 나도 따라 읽기 시작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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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2차세계대전이 끝난 후 1958년 나치 부역자들이 재판에 서기 시작할 때 만난 두 사람, 미하엘과 한나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 미하엘은 고등학생이고, 한나는 30대 후반으로 전차의 검표원이야.
두 사람은 빠르게 사랑에 빠지고, 두 사람 사이에는 ‘책 읽기’라는 아주 특별한 의식이 존재했어. 그리고 여름에 마이클은 자신이 모은 우표를 팔아 한나와 함께 여행을 떠나고, 여행에서 돌아온 한나는 갑작스럽게 자취를 감춰.
마이클은 영문도 모른채 남겨졌고, 시간이 흘러 로스쿨에 진학했어. 그리고 수업의 일환으로 나치 부역자들을 재판하는 자리에 참관했고, 그곳에서 한나와 재회하게 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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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한나를 향한 마이클의 사랑 이야기인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큰 나이차를 보이는 연인을 서로 다른 세대를 상징하는 것으로도 읽을 수도 있어. 두 사람은 각자 전쟁을 경험한 세대와 전후 세대로 나뉘고, 미하엘과 그의 대학 친구들은 자신의 부모, 선생을 포함한 기성 세대를 ‘수치’라고 여겨.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
내가 속한 공동체의 악행은, 어떻게 청산할 수 있는 것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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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독서모임에 가려는 친구와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나눴어.
'무지에서 비롯된 실수'.
한나 아렌트가 연구했던 것이지. ‘악의 평범성’ 말이야.
‘실수’라는 표현은 어쩌면 용서받기 쉬운 단어야.
‘몰랐다’는 말, 역시. 그것이 내 인식범위 안에 존재하지 않는데 내가 어찌 그것을 인식하고, 그것이 잘못되었다고 판단하고, 그것을 배제하려고 할 수 있었겠나요?
마치 우리가 물에 뜰 수 있는데, 사람이 물에 뜰 수 없다고, 아니 혹은 물에 들어가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떠올려 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면, 아무런 인식에 이를 수가 없는 것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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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수치’는 그것이 ‘죄’임을 아는 걸 넘어서, 인정하는 사람에게만 허락되는 감정이야.
법정에 선 한나는 수용자들의 죽음에 가담한 행위가 ‘죄’라는 자체를 이해하지 못했고, 한나와 같은 직무를 맡았던 다른 사람들은 그것이 죄임을 알고 있기에 한나에게 모든 것을 덮어씌웠지.
그것이 역겨운 행위임을 아는 전후세대들은 수 천명, 수 만명의 가담자들 중 일부만 심판대에 놓인 것이 역겨움을 느껴.
그렇다면 용서는, 가해자가 그것이 ‘악행’이라는 점을 인식하는 일이 전제되어야 할 텐데, 그리고 그것에서 수치를 느끼고, 그 수치를 피해자가 사면해주는 것일텐데.
우리가 뉴스에서, 혹은 일상에서 나에게 고통을 주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것이 가해라는 것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있지. 사회를 위한 것이라든가, 공동체를 위한 것, 혹은 피해자가 이 사회에 잘 물들도록 자신이 그것을 도와준다는 생각까지 갖고 있기도 하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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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정말로 궁금했어.
진짜 용서라는 게 존재할까?
‘실수’는 아마 ‘인정’을 수반하는 개념일 거야. 내가 한 행동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아야 해. 피해를 줄 의도가 없었다는 것은 물론이고.
우리는 대량학살을 과연 '실수'라고 말할 수 있을까? 아주 작은 개인의 실수가 모여 만들어 낸 수 천만명의 죽음을?
더 나아간다면, 사실 실수라는 것 자체가 존재할까,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그건 아직 밝혀지지 않은 미지의 영역이겠지? 오늘은 여기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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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바삭함도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되지만 그보다 질겅이는 게 더 좋더라고. 오징어나 쥐포 같은. 그런데 젤리나 카라멜은 싫고. 나의 최애 조합은 구운계란+포카칩양파맛+복분자음료+버터구이오징어야. 갑자기 행복해지고 고민이 멈추게 만들지. 아는 심리학자가 그렇게 말했어. 삶이 평탄하면 없는 스트레스도 만들어 내서 못살게 구는 게 인간이라고. 아..우린 왜 그럴까? 그냥 순탄하니 감사하고 기쁘다 하면 될 일을 ㅠ
💙다들 감칠맛이 엄청난 음식들이네! 스트레스를 만들어내는 것은…아마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스스로를 위험 상황에 놓이게 만들었다가 안도하게 하는, 일종의 놀이 같은 거! 진짜 그냥 아무 일 없이 평탄하게 지냈으면 좋겠는데 나도ㅠㅠ
🐙나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그걸 한쪽으로 치워두는 편이야. 어떻게 보면 회피지만, 결국엔 마주한다는 점에서는 회피와는 다른 것 같아. 우선 당장은 그걸 생각 안 하려고 하는 편이야. 예능을 보든, 책을 읽든, 친구를 만나든. 어쨌든 당장의 상황에서 벗어나려 하지. 그렇게 시간을 좀 보내서 내 마음이 조금 차분해질 때 다시 한 번 들여다 봐. 그러면 처음만큼의 흥분은 사라져 있더라고.
💙『책 읽어주는 남자』를 읽은 친구가, 분명 책은 미리미리 읽었는데 모임에 가기 위해 질문에 대한 답을 준비하는 건 너무나 오래걸렸다고, 이럴거면 왜 일찍부터 생각해서 마음만 어지럽냐는 말을 남겼지. 듣고 엄청 웃었고! 회피가 아니라 나를 진정시킬 시간을 주는 방법! 스스로를 잘 알고, 믿고 있기에 가능한 방식인 것 같아. 나는 엄청 걸어! 아니면 낯선 장소에 가거나, 혹은 극단적으로 좋아하는(그렇지만 어지러운)책을 읽고 일상으로 돌아와. 그러면 내가 서 있는 곳이 어디인지 확실히 실감이 나더라고!
‘인식의 부재’ 대해 생각하면서, 주말동안 내가 공부를 하는 이유에 대해서 반추했어.
나는 어릴 때 누군가에게 트집잡히는 게 너무나 싫었어. 사랑받고 싶은 마음에서 그랬던 것 같은데(누구나 그러니까), 그래서 내가 무언가를 잘 알고, 잘 대답하고, 누구와도 말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된다면, 혹은 누군가의 지식을 지적하면서 희열을 느꼈던 것 같기도 하고, 하여튼 그래서 내 인식의 범위가 확장된다면, 나는 어느 누구와도 잘 지낼 수 있지 않을까? 누구에게든지 받아들여질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던 것 같아.
지금은 조금 다르지. 내가 과거에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인식에 도달해버렸거든.
그래서 이제는 다가오는 사람에게 감사하고, 내가 더욱 먼저 다가가는 사람이 되려 노력하고 있어.
아직도 먼 길이지만!
월 요 일 파 이 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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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른하르트 슐링크 - 『책 읽어주는 남자』
"나는 갑자기 소스라치게 놀랐다. 나는 내가 한나의 체포를 당연하고도 잘된 일로 생각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것은 비난이나 고발된 내용의 무거움 혹은 혐의의 중대함 때문이 아니었다. 사실 이런 것에 대해서 나는 아직 자세한 것을 전혀 모르는 상태였다. 오히려 그것은 그녀가 나의 세계와 나의 삶으로부터 도망쳐 감방에 갇혀 있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녀를 나로부터 멀리 두고 싶었다. 아주 멀리. 그리하여 나는 그녀가 지난 몇 년 동안 내 가슴속에 만들어진 모습대로 단순한 추억으로 남게 되길 바랐다. 만약에 변호사가 승리를 하면, 나는 다시 그녀를 만날 것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녀를 만나고 싶은지, 그녀를 만나야 하는지 나 자신에게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나는 변호사가 승리하지 못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한나가 지금까지 도주를 시도하지 않았다면, 왜 지금에 와서 도주하려고 하겠는가? 그리고 그녀에게 숨길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그 당시에는 그 밖의 다른 법적인 체포 이유는 없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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