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의 마지막 카미노트! 오늘 날짜 2024.10.18 금
그르노블 날씨 이제 따뜻한 날은 다 끝!
오늘의 저녁 대파처리용 파전
오늘의 달 🌕
어제의 달은 수퍼문이었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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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브로 이상
학교에서 그간 다뤘던 주제들을 돌아봤더니, 정치, 투표, 도박, 환경, 문화 등 어느 정도 쟁점이 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배웠던 것 같아. 그래서인지 여러 의견들이 오가고, 각자의 나라에서 경험한 것들을 선생님이 가르쳐주시는 프랑스의 상황에 적용시키는 등 다양한 이야기들을 나누고 있어.
그러다가 문득 든 오늘의 생각은, “이상이란 존재할 수 있는 것일까?”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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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이라는 게, 이를 수 없지만 지향하는, 완벽한 무언가라고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
모든 삶은 어느 것 하나 같은 게 없고, 그로 인해 자신만의 이상과 신념이 생겨나기 마련인데, 이런 다원적인 시대에서 애초에 무언가를 ’지향‘하는 것 자체가 가능한 일이긴 한 걸까? 그건 또 다른 이상과 삶을 무너뜨리는 행위가 되지는 않을까?
예전에 페미니즘에 앞장섰던 지인으로부터 래디컬한 운동가들의 퍼포먼스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어. 나는 비단 페미니즘에 국한되지 않고, 이따금 어떠한 운동들은 왜 사람들에게 질색을 받을만한 일을 하는지 궁금했었거든. 그랬더니 그 사람의 대답은 이랬어.
“이렇게 극단을 더 멀리 뻗게 해놓으면 중간에 몰리는 사람들의 정도가 조금 더 여성주의쪽으로 기울기 마련이야.”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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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를 페미니즘에만 국한시킬 수는 없지.
최근 몇 년 사이에 유럽의 유명 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그림에 환경단체들이 페인트 테러를 했어. 다행히 작품들 위의 유리가 보호하고 있어서 페인트에 직접적으로 젖거나 훼손되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어.
테러를 한 환경보호단체들은 접착제를 손에 바르고, 다시 그 손을 벽에 붙여 접착제가 제거될 동안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고조시키려고 했지. 그러나 돌아온 것은 더 큰 비난이었어. 이제 사람들은 환경에 무관심할 뿐더러, 환경운동을 하는 사람에게마저 적대심을 갖게 되었지.
극단적인 이상의 실현은, 그러한 노력은 존중받을 수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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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어디 광화문에서 시위하는 사람들도 보면 그래.
지금 여기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의 국가들이 난민을 마구잡이로 받다가, 이제와서는 난민들을 제한하는 정책이나 외국인들의 관광에 쿼터를 부여하겠다는 등 외국인들로 경제가 돌아가는 나라들인데도 그들을 거부하고 빗장을 걸어잠그려고 하지.
그럴수록 당연히 소수자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목소리를 높이려고 하고.
그러면 또 보수적인 사람들은 져주는 척 하면서 다시금 자신의 이상의 극단이라는 선을 조금 더 자신들의 쪽으로 가져오려는 생각을 하고 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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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얼마 전, 그때의 그 지인이 하나만 알고 둘은 몰랐다는 생각이 들었어.
당신이 극단을 더 먼 곳에 위치하려 할 수록, 상대편도 손 놓고 가만히 있지 않고 극단을 당기고 있다는 걸.
그렇기에 우리는 평생 이상을 이룰 수 없을 거고, 아니 정확하게는 ‘나만의 이상’이라는 건 ‘허상’임을 깨달아야 하는 것이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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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도 이상이 있었어.
이상은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다’라는 마음보다는 ‘사회가 어떠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더 크니까,
나는 사람들이 조금 더 다정하길 바라.
그래서 극단적으로 다정하게 굴지는 않을래.
모르는 새에, 비에 젖어가듯이, 차가 따뜻한 물에 번져나가듯이, 아무도 모르게 이 이상을 실천하고자 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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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가지고 싶은 재능은 유창하게 외국어를 많이 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살고 싶은 나라는 프랑스와 일본! 그들만의 문화를 태어나면서부터 체험하고 싶어:-)
💙지금 나에게도 정말 필요한 능력이네🥲 만약 프랑스에서 태어난다면 백인으로 살아가고 싶은 거야? 일본은 서양인들이 정착하는 경우가 드문데, 프랑스 뿐 아니라 유럽은 지금 이민 문제로 난리거든! 혹은 다른 인종이나 종교를 가진 이민자 출신 가정?
나는 한참 어릴 때 한국에서는 절대 살고 싶지 않았는데, 한국인으로 태어난 이상 한국이 가장 좋더라고. 나의 유년시절을 가장 오래 보낸 곳을 결국 제일 그리워하게 되는 것 같아!
🌚이제 잠꼬대도 술주정도 프랑스어만 나오는 지경에 이르렀는데.. 매일 아침 모국어 신경을 깨워주는 너의 글이 너무 소중해. 산문 같은 운문, 운문 같은 산문.. 임윤찬이 연주하는 피아노 건반 같은 단어들.. 너가 나에겐 한강이고 노벨상이다~!~!!
💙이 코멘트…정말 실을까 말까 고민 많이 했었어^^…하지만 동시에 내 글이 누군가의 삶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니까 더욱 열심히 쓰고 싶어지네! 사실 나는 내 글들이 너무 모호하고, 나만의 이상한 개똥철학 같아서 입밖(손밖?)으로 내기가 민망할 때가 있어. 이 얘기를 십년 넘게 듣고 있을 너는 괜찮은 걸까? 그래서 동시에 두려워. 내가 할 이야기들이 다 떨어져서 내가 더는 재밌는 사람이 아니게 되면 어떡하지?
이번 주는 정말 바쁘게 보낸 것 같아.
아직 일주일이 다 끝나지 않았고, 주말에도 하루종일 스케줄이 있어서 틈틈이 잘 회복할 수 있으려나 걱정이 살짝 들어!
이 바쁜 와중에도 나에게 정말 행복한 일이 있었어.
들으면 김이 샐 수도 있지만, 우리집에 라디에이터가 생겼어!
난 추위에 정말 약해서 손발과 코가 시려우면 잠만 자게 되거든. 바로 방전이 돼, 아이폰처럼.
지금은 반팔에 반바지 입고 따뜻하게 카미노트 쓰는 중!
건조할까봐 푹 젖은 빨래를 올려놨어!
, 나누고 싶은 행복이 있을까?
주말동안 잘 회복하고!
😎
✨카미노트에 남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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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안다 - 「목련 경전」, 『몽상과 거울』
견과류는 비슷한 맛이 납니다.
그렇지 않나요? 혓바닥에 나무 냄새……
물론 나무를 맛본 적은 없습니다. 편지지가 된 나무를 자주 씹었지만.
편지의 내용은 혀로 기억되지 않습니다.
나뭇잎? 내가 그걸 삼켰었다고요?
몰라요, 나는 나의 과거를 헤매는 사람입니다.
살점은 어떻습니까.
나는 인간 살점을 먹어본 적 없어요. 당신도?
당신도, 혹은 언젠가는.
짐승 살점이라면 좋습니다.
식물 살점은 괜찮은가요.
건강이니 그런 건 몰라요. 나는 모르는 게 많지.
알려주세요, 꿈에 대해. 짐승은 어떤 심정으로
밤에 잠들지 않는 것인지. 빛과 물 속에서
식물은 불안을 떨쳐낼 수 있는지.
나는 몰라요, 그저 뇌 모양 호두의 맛을 느낍니다.
폭발을 사랑하나요? 나의 믿음: 모든 생물체는 죽기 전에 폭발하기 마련이다. 육체거나 영혼이거나.
개화하는 꽃을 보며 폭탄을 떠올립니다.
꽃잎이 떨어지는 걸 보며 오발탄을 떠올립니다.
니트로글리세린, 그러나
땅콩은 입에서 폭발하지 않습니다.
다음 생에 태어난다면 무슨 동물로 태어나고 싶나요?
왜요, 식물은 허락되지 않는 것입니까.
식물, 이라고 발음하면 어쩐지 꽃보다 나무가 먼저 떠오르고
목련잎은 어떻습니까.
그곳에 편지를 적어주어요.
내가 그걸 읽을게요.
답장은 기대하지 말아요, 폭발 직전의 마음처럼.
폭발을 꿈꾸는 땅콩처럼.
다발로 묶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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