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중독으로 이끈 바로, 그것! 오늘 날짜 2024.10.17 목
그르노블 날씨 맑은 하늘에 비가 내렸어!
요즘 기온은 한국와 정말 비슷해. 원래 이렇게 따뜻한 곳이 아니래.
오늘의 점저 요새 푹빠진 알리오올리오🍝+🧄
오늘의 사진 장마철의 대청댐
오늘의 달 🌕
달이 너무 밝아서 구름으로 가려졌는데도 무지개빛 고리가 보였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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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적인 감자칩
지금까지 나의 최애 간식은 바로 ‘감자칩’이야.
22살, 처음 순례길을 걸을 때에도 탄수화물과 지방이라는 명목으로 칼로리를 채운답시고 끼니로 감자칩을 자주 먹기도 했어.
그 바삭하고 짭짤한 맛이 계속해서 생각나는 거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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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와서는 감자칩을 유독 떨어지지 않게 계속해서 사뒀던 것 같아.
한국에서도 자주 먹고, 외국에 나간다면 그 나라에만 있는 맛들을 시도해보고는 하는데 프랑스에 온 뒤로는 항상 선반에 놓여있었지.
그런데 알다시피 내가 저번주까지 두드러기로 거의 한달여간을 고생했잖아?
자기 전 유투브와 네이버와 구글에서 서치를 해가며 이곳저곳 둘러본 결과, ‘감자칩’이 소화기관과 면역계에 좋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고, 너무나 슬펐어.
프랑스 의사가 나오는 영상에서도, '탄산음료를 마시지 마라', '그리고 제로음료도 마시지 마라'라는 이야기를 들었거든. 뜨끔했지. 감자칩에 꼭 제로콜라를 곁들여 마셨거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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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바삭한 감자칩이나 튀김을 좋아하는 걸까?
기름의 맛도 분명 작지 않은 역할을 하겠지만, 나는 가장 큰 이유가 식감에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야.
이런 생각을 했었거든?
우리가 이걸 씹을 때 느끼는 바삭함!을 일종의 파괴행위로 보고, 우리는 이렇게 입안에서 작은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지. 그리고 쾌감을 느끼는 거야.
어느 정도 비약인 걸까?
그래서 실제로 몇년 전에 서칭을 해봤을 때, 우리가 채집과 수렵을 하던 시절에 먹었던 벌레의 식감과 감자칩의 바삭함이 비슷해서 우리 안에 그 기억이 남아있다는 연구를 발견한 적이 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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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탄산은? 우리는 왜 청량감을 찾을까?
난 꼭 탄산을 마시면 ‘캬아‘하는 소리를 내는데, 이게 아저씨처럼 만족스러워서 그런게 아니라 목이 따가워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소리였거든? 그런데 보통은 이렇게까지 탄산감을 느끼지 않는다고 하더라고?
주변에 가끔 누가 목이 따가워서 탄산을 못마신다고 하긴 했었는데, 나는 내 목이 아픈 줄도 모르고 그것이 청량감이라고 생각하며 계속 마셨던 것이지. 이렇게 바보 같을 수가!
정말 놀라운 점은 탄산음료와 감자, 이 두 가지를 계속 먹을 때에는 주로 내가 불만이 많은 상황들이었어. 아니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다든가.
그래서 바삭!하는 소리와 부서뜨리는 식감을 통해서, 어쩌면 작은 폭력적인 행위를 통해서 이 억압을 일시적으로나마 해소하고 있다고 생각했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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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산도 비슷한 경우인데, 이건 사실 내 몸을 아프게 하는 행위였지!
나를 공격해서 자극을 주는 움직임인데, 이건 조금 신기했던게, 보통 스트레스를 받으면 예민해져서 작은 감각도 크게 느껴지기 마련이잖아?
그런 상황에 놓였는데도 오히려 이런 접촉적인 자극을 필요로 했던 것을 보면, 나는 사실 극도로 예민해진 게 아니라 조금 둔해져 있었나 봐.
삶이 단조롭다든가, 큰 물결이 없다든가, 좋게 말하면 안정적인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무료하게 느껴질 수 있고, 우리는 계속해서 새로운 자극을 찾아 나가고, 또 과한 자극에 노출되면 새로운 자극을 받기 위해선 더 강도 높은 무언가가 필요하니까, 다른 말로는 중독상태에 이르는 것이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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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상 타고 인스타 들어가니까 오천만 인문대생 다 울고 있더라. 진짜 감격적인 일이야.
💙오천만 인문대생이라고 말하는 거 너무 재밌다!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인문대생이 되었던 역사적인 날이야. 오늘 마지막 시험을 치고 나오는데 친한 캐나다 아주머니를 만났거든. "우리가 9월초에 한강 얘기를 했었는데, 저번 주에 그녀가 노벨상을 탔어. 말이 된다고 생각하지만 동시에 믿기지 않았어. 이제 전세계가 그녀의 글의 가치를 알아볼 수 있게 되다니...너무 기쁘다!" 생각해보니 어제 수업시간에 한강에 대해 발표하고, 같은 반 중국 친구도 『채식주의자』를 읽었대. 문체가 너무 아름다웠다고 했어. 다들 꼭 읽어보길! 그런데 동시에 또 『채식주의자』만 읽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문학에 벽을 느끼게 될까, 걱정이 앞서기도 하더라고. 쓸데없는 걱정이길!
오늘은 감자칩을 먹진 않았지만, 자연스럽게 탄산음료는 마셨어.
날씨가 차라리 엄청 추워진다면 따뜻한 차만 마실텐데!
이렇게나마 나의 중독의 원인을 다른 곳으로 돌려봐!
이번 주는 시험도 있었고, 건강에 소홀해지기 쉬워서 고기보다는 속을 편하게 하는 채소나 생식들, 부담되지 않는 빵들로 식사를 주로 했었어.
나는 먹는 걸 엄청 좋아하진 않지만, 먹는 음식들이나 재료들에 즉각적으로 반응을 받아서 꽤나 신경쓰면서 식단을 구성해.
이제 감자칩을 줄이고 과일을 조금씩 먹어보려고!
마침 여기에도 귤이 나오고 있거든!
, 스트레스를 받을 때 찾게 되는 무언가가 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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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나 렘키 - 『도파미네이션』
신경과학자들은 도파민의 발견과 더불어, 쾌락과 고통이 뇌의 같은 영역7에서 처리되며 대립의 메커니즘을 통해 기능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쉽게 말해 쾌락과 고통은 저울의 서로 맞은편에 놓인 추처럼 작동한다. 우리의 뇌에 저울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중간에 지렛대 받침이 있는 저울이다. 평소에는 저울 위에 아무것도 없으면 지면과 수평을 이룬다. 우리가 쾌락을 경험할 때, 도파민은 우리의 보상 경로에 분비되고 저울은 쾌락 쪽으로 기울어진다. 우리의 저울이 더 많이, 더 빨리 기울어질수록, 우리는 더 많은 쾌락을 느낀다.
하지만 저울에 관한 중요한 속성이 하나 있다. 저울은 수평 상태, 즉 평형equilibrium을 유지하려고 한다. 한쪽이나 다른 한쪽으로 오랫동안 기울어져 있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래서 저울이 쾌락 쪽으로 기울어질 때마다, 저울을 다시 수평 상태로 돌리려는 강력한 자기 조정 메커니즘self-regulating mechanism이 작동한다. 이러한 자기 조정 메커니즘은 의식적 사고나 별도의 의지력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저 반사 작용처럼 균형을 잡으려 한다.
나는 이러한 자기 조절 시스템을 그렘린gremlin*들이 쾌락 쪽의 무게를 상쇄하기 위해 저울의 고통 쪽에 올라타는 모습으로 상상하곤 한다. 그렘린들은 어떤 생물체가 생리적 평형을 유지하려는 경향, 다시 말해 항상성homeostasis을 대변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이 있다. 쾌락 쪽으로 기울었던 저울이 반작용으로 수평이 되고 나면 거기서 멈추지 않고 쾌락으로 얻은 만큼의 무게가 반대쪽으로 실려 저울이 고통 쪽으로 기울어지게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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