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치킨을 제일 좋아하지 오늘 날짜 2024.10.16 수
그르노블 날씨 26도까지 올라갔지만 우리집에는 라디에이터가 생겼다!
오늘의 저녁 김치볶음밥🌶️+🥬+🍳+🍚
오늘의 사진 장마철의 대청댐
오늘의 달 🌕
10월의 보름달은 2024년 중 가장 큰 수퍼문이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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쫓겨난 채식주의자
일전에 내가 한동안 고기를 못먹었다고 한 적이 있었지?
오늘은 그 얘기를 해보려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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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릴 때부터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갖고 있었어.
인간의 폭력성과 세계와의 부조리 가운데서 ‘인간됨’을 생각하기도 했어.
그래서 ‘무엇이 인간을 인간으로 만드는가?’가 내 삶을 관통하는 주된 관심사였지.
이십대 초반에 고양이와 가까이 지내면서, 우리의 인식체계는 어떻게 다 다른 종의 고양이를 ‘고양이’라는 포괄적인 개념으로 인식하는지 궁금했었거든.
사람도 마찬가지였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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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나는 과학적 지식들을 쌓는 걸 좋아했어.
그 중에서도 ‘인체’와 관련해서 장기라든가, 뇌, 심장, 혈관, 호르몬, 신경계 등은 내게 계속해서 흥미를 일으키는 주제였어.
어느 날은 사람의 판막을 대신해 ‘돼지의 판막’을 이식해서 인공장기를 만든다는 류의 글을 보았어.(출판된지 지금으로부터 20여년은 족히 지나서 현대의학과는 다를 수도 있어!)
그때부터 궁금한 거야.
사람에게 돼지의 판막을 이식한다면, 나의 몸이 돼지로 인해 작동된다면, 나와 돼지는 도대체 무슨 차이가 있는 거지? 우리가 호환이 된다고?(수정하다보니 작년에 본 영화 『괴물』이 생각나기도 하네! 돼지 뇌를 이식한 아이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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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들어봐.
헌혈이라고 하니까 뭔가 되게 의미있고 숭고한 일인 것 같지만, 사실 나의 피를 다른 사람의 몸에 흐르게 한다고 생각하면…혹은 다른 사람의 피를 받아 내가 살아간다고 생각하면, 나는 내 피로 살아왔지, 앞으로 다른 사람의 피가 내게 섞여 있다고 생각하니 나는 뭔가 꺼림직한 느낌이 들었어. 다른 사람들은 그게 별 대수롭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근데 하물며 동물, 그것도 내가 잡아먹는 돼지의 장기를 내 몸에 집어넣겠다고?
나는 이제 사람일까, 아니면 돼지의 신체일부를 가진 0.1% 돼지, 99.9%의 사람으로 이뤄진 하이브리드?
나에겐 이게 정말 어려웠어.
받아들이기도 어려웠어. 인간의 고고함이나 도도함 같은 게 나에게 있었던가, 반추하기도 했어.
이렇게 생각해보니, 그렇다면 인간이 동물과 다를 건 무엇인가, 또 질문이 꼬리를 물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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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소고기와 돼지고기, 닭고기를 구분할 수 있어. 당장 오리만 하더라도 닭고기와는 다른 식감과 다른 냄새, 맛을 지녀.
좀 경악스러울수도 있지만, 나는 이런 생각이 들었어.
'내가 사람고기를 먹어본다면, 나는 이걸 구별할 수 있을까? 그저 고기로 받아들이지 않을까?' 하는.
그때부터 모든 고기가 역겨워졌어.
그저 모두 고기에 지나지 않는 것들이란 생각에, 우리는 장기도, 살(flesh)도, 그저 우리가 먹는 동물들과 다를 게 없다는 걸.
마치 평민과 귀족 모두 죽는다는 점에서 별 거 없다는 식으로 여기는 것처럼, 난 내가 동물과 어떻게 다른지 혼란스러워졌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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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어.
아는 사람이 전공 수업에서 시체해부를 갔었는데, 사람의 죽어 있는 몸을 갈라봤더니 정육점에 걸려있는 고기와 똑같이 보였다는 거야. 마침 이 이야기를 저 혼란스러움이 깊어지는 와중에 들었고, 나의 상태는 더욱 악화되었어.
고기를 먹을 때 나오는 육즙이 불쾌했고, 그 액체에서 풍기는 향이 역겨웠어. 씹을수록 움직이는 턱이 야속해서 씹는 속도가 느려지고 종래에는 턱이 무겁게 느껴졌어.
그 이후에 어떤 영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고기를 먹는 것에 큰 주저함은 없어졌어.
그래도 그 물컹하고 따뜻한, 기름 덩어리를 씹는게 아직도 썩 유쾌한 느낌은 아닌지 이후로는 무언가를 시원하게 갈아먹는 걸 더 선호하게 된 것 같아.
물론 겨울에는 뜨끈한 고기국물만한 게 없다고 생각하긴 하면서도!
나는 인도적이고 윤리적인 차원에서 채식을 선택했다기보다는, 육식에서 배제된 사람이었겠지.
사실 채소도 잘 못먹으면서 말이야!
, 채소가 좋아, 고기가 좋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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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며칠간 중간고사를 보고 있어!
남겨준 것들을 계속 읽고는 있었지만 답장을 못해서 미안하다는 말을 꼭 하고 싶었어😿
코멘트 답장은 아마 이번주 목요일이나 금요일, 더 늦어지면 다음주부터 남길 수 있을 것 같아.
코멘트에 답장을 남길 때엔 정말 내 마음을 한자한자 눌러담으려고 해. 코멘트가 오면 하루종일 그것들에 대해 생각하고, 이 코멘트를 남긴 사람은 지금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 걸까, 궁금해지기도 해! 많은 힘을 받고 있어. 정말 고마워!
오늘 수업에서 프랑스어권이나 각 나라의 아티스트에 대해 짧게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어.
나는 이때다 싶어 한국의 소설가 '한강'을 다뤘어.
(같은 반 칠레 친구가 올해 노벨문학상을 받은 건 '일본인이 아니었냐'고 말해서
중간에 살짝 흥분했었어😤)
책 이름을 나열하다가, 『채식주의자』가 나왔지 뭐야?
오늘 글은 이렇게 생겨났어.
드디어 내일 시험만 보면 중간고사가 끝나!
오늘 시험에서는 자잘한 실수들을 했었는데, 괜찮아.
기말이 남았거든!
어, 근데 이걸 좋아해도 되는 걸까…?
😎
✨카미노트에 남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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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둥 - 낙수
한강의 작품 중 『소년이 온다』는 5.18 광주에 대한 소설이야.
나는 이상하게 이 노래를 들으면 그 책이 떠올라.
근데 내 친구한테도 이 노래를 들려줬더니 똑같은 감상을 느끼더라고!
어제자 갈피에 적은 질문에 코멘트로 누군가 답을 남겨주었어.
그곳의 날씨가 어떻냐는 질문이었어.
"이곳의 날씨는 쓸쓸해."
난 이 문장을 보고 미소를 지었어.
'쌀쌀함'이 아닌 '쓸쓸함'은 사실 날씨와 관계가 없지.
나는 기분을 날씨에 투영하기보단 날씨에 기분이 영향을 받는 사람이라서 '날씨가 쓸쓸하게 느껴진다'는 감정을 가져본 적이 없던 것 같아. 새로운 감정이 다가왔어, 그래서 미소가 떠올랐어.
동시에 사람의 연약함이 느껴지기도 했고. 우리를 쓸쓸하게 만드는 것이 있다는 사실에, 그리고 그것에 우리가 영향을 받아 약해진다는 사실에. 그러니 우리는 계속해서 대화를 하고, 서로 연결되려 애쓰고, 상처받기 싫어서 때로는 피하고, 그럼에도 발버둥치고 있는 것이겠지.
오늘의 날씨는 어느 정도 기운을 북돋아 주길 바랄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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