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점심 메뉴는 뭐야? 오늘 날짜 2024.09.04 수
그르노블 날씨 너무 더워서 수업에 집중을 할 수가 없었어
오늘의 점심 메뉴 햄치즈크로와상🥐
오늘의 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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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한 이름
여기는 프랑스의 남동쪽 알프스 산자락에 위치한 도시, 그르노블이야.
월요일부터 학교에 나갔는데 첫날에 짝을 지어 인터뷰하고 파트너를 라디오 코너처럼 소개하는 활동을 했었어.
내 짝꿍은 이란에서 온 ‘미디Midi’라는 친구였어.
뭐 당연하게도 이름이나 나이, 거주지, 동거인 여부, 연애 여부, 프랑스에 오기 전 하던 일, 지금 취미, 좋아하는 것, 음악 취향 등 잡다하고 다양하고 연관성이 없는 이야기들(어쩌면 단순 나열이라 영양가가 없을 수도 있는)이 오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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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즈음 미디가 이란에서는 테헤란에 살았다는 걸 말해줬어. 갑자기 번뜩 생각나서 미디에게 말했지.
“서울 알아? 한국의 수도인데 서울에는 ‘테헤란로’라는 큰 도로가 있어.”
“말도 안 돼. 그게 왜 있는데? 잠시만, 테헤란에도 ‘서울‘이라는 대로가 있는데? 이거 뭐야, 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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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더니 선생님을 불러서는 한국에는 테헤란로가 있다고, 말도 안 된다고 말하길래,
“아니, 너네도 서울로 있다면서 뭐가 말이 안 되냐고 그러는 거야?”하고 선생님이랑 같이 웃어넘겼지.
나는 두 나라의 수교를 축하하면서 이름을 생긴 줄 알았는데 이걸 쓰면서 찾아보니까 테헤란 시장이 1977년에 한국에 방문하며 도로명 교환을 하게 되었다고 하네? 로랑 쌤이랑 미디에게 잘못된 정보를 전달했잖아?
뭐 어때, 이따금 사실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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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을 바꾸는 것을 생각하다가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이 생각났어. ‘여름’, ‘짝사랑’, ‘낯선 사람’, ’어린 사랑‘, ’이탈리아 북부‘ 등 많은 키워드들이 이 영화를 대표하지.
이 영화에 나오는 두 주인공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상대를 자신의 이름으로 불러. 미국인으로 잠시 연구차 이탈리아에 방문한 여름 손님인 ’올리버‘는 그곳에서 만난 소년 ’엘리오‘를 ’올리버‘라고 부르고, ’엘리오‘에게는 ’올리버‘가 ’엘리오‘가 되지.
이름은 왜 필요할까?
질문을 하나 더 할게.
이름이 많이 불려?
좀 이상하게 들리는 질문이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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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여성의 가사노동에 대해 이야기하며 사회활동을 하지 않는 어머니들이 자신의 이름을 잃고, ’00엄마‘라고 불리는 것에서 자신의 정체성은 미약해지고 어머니로서의 정체성만 남는 것들이 논의되기도 해.
이 말을 하려던 건 아니었는데…
다시,
이름은 왜 필요할까?
나는 누군가 내 이름을 불러주는 걸 좋아해.
주로 듣는 호칭은, ‘언니’, ‘누나’, ‘쌤‘, ’선생님‘, ’딸‘, ’아가‘ 정도인 것 같아.
외동이라 집에서는 특히나 이름을 불릴 일이 거의 없어. 내 이름을 부르는 부모님을 상상했더니 마치 혼날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걸?
하지만 형제나 자매가 있다면 이야기가 다를 거야. 아 남매는 예외일 수도!
꼭 이름을 불러야 누가 누군지 알테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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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은 결국 구별하기 위한 것 같아.
그리고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면, 누군가를 생각하면 그 사람의 모습이 머릿속에 떠오르지.
이름은 하나의 주문처럼 누군가의 형상과 특징을 한순간에 상상하게 해. 내가 느끼는 감정도 함께.
단 하나의 유일한 형상을 말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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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싶은 걸 참았어. 비싼 걸 좋아하는 편이라 ㅎㅎ 매일 쓰는 기록이 일기라면.. 부끄럽지만 쓰긴 쓰는데 매일 쓰진 않아. 그냥 일기장이 그날 손에 잡히면 쓰는 편이야. 하루의 일과 혹은 감정을 기록하고 엉뚱한 생각도 적어두는 편이야!
기록이 어째서 부끄러워! 하나도 부끄럽지 않아! 나는 매일매일 일상을 찍는 사진도 일기라고 생각해. 있던 일과 감정까지 남기고, 엉뚱한 생각이라니! 너무 궁금하다. 일기에 강박을 가질 필요는 없지 않을까? 나는 보통 매달 말에 월기를 쓰는데 가끔은 몇 달씩 밀리기도 해 흐흐. 그래도 의미 없다고 생각하지 않아. 어떤 생각을 했는지, 재밌는게 있다면 나중에 꼭 알려줘!
📀추천하는 영화나 음악 모두 취향이 비슷해서 놀라고 있어. 네가 제일 처음 보고 사랑에 빠진 영화나 듣고 홀려버린 음악이 뭔지 궁금해!
팀 버튼의 「빅 피쉬」를 좋아해! 유쾌하고 사랑스러운 영화이면서 도입부가 너무 강렬해서 그 장면이 잊히지 않았는데 제목을 몰라서 10년이 지나고서 제목을 겨우 알아냈던 영화야.
음악은 좀 다양하게 듣는 편인데 개인적으로는 잠에 들 수 있을 만큼 조용하고 포근한 사운드들을 오래 듣는 것 같아. 아까 언급한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사운드트랙이나 그 음악들을 만든 수프얀 스티븐스Sufjan Stevens의 음악들도 좋아해! 다른 노래들은 차차 갈피에서 만나볼 수 있을 거야! 시간은 많으니까!
그러니까 이름을, ‘나’를 ‘너’에게 주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참 낭만적인 영화이기도 하지.
한 여름에 토리노의 햇살을 받을 때 갑자기 떠오르더라고. 그래서 꼭 카미노트에 적어야겠다고 생각했어.
안녕, 당신의 이름은 뭐야?
어떤 뜻을 담고 있어?
은/는 자신의 이름을 들으면 어떤 것이 떠올라? 아니면 아주 강렬한 이름이 있을까?
😎
✨카미노트에 남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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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 피 흐르는 눈 2
여덟 살이 된 아이에게
인디언 식으로 내 이름을 지어달라 했다
펄펄 내리는 눈의 슬픔
아이가 지어준 내 이름이다
(제 이름은 반짝이는 숲이라 했다)
그후 깊은 밤이면 눈을 감을 때마다
눈꺼풀 밖으로
육각형의 눈이 내렸지만
그것을 볼 수 없었다
보이는 것은
피의 수면
펄펄 내리는 눈 속에
두 눈을 잠그고 누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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