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게 가능할까? 오늘 날짜 2024.10.09 수
그르노블 날씨 여기 10월인데 갑자기 더워졌어!
오늘의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오늘의 달 🌒 한국의 달은 윗면이 보이는데 여기는 아랫면이 보여 |
|
|
순수한 기쁨
요즘 언어 수업에서 ‘놀이’와 관련된 표현들을 배우고 있어.
프랑스어로 ‘놀이’를 뜻하는 단어 jeu는 ‘게임’이나 ‘도박’, ‘내기’를 의미하기도 해.
그래서 인터넷으로 하는 스포츠 경기 토토에 대한 글도 읽고, 소아과 병동에서 의사와 주사와 같은 치료를 무서워하는 아이들에게 치료행위를 놀이처럼 다가간다는 인터뷰도 들었어. 가장 오래된 게임의 형태가 바둑이라는 내용의 동영상도 보고.
그리고 같은 반 친구들끼리 ‘우리는 왜 게임(돈을 걸 때도 있고)를 할까?’, ‘우리가 게임을 해서 이겼을 때, 졌을 때의 기분은 어떠한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어.
|
|
|
나의 경우에는, 게임을 거의 하지 않는데 시간을 죽이기 위해서 가끔 하는 것 같아.
스스로가 쉽게 중독되는 사람이라는 걸 인지하고 있어서 새로운 것을 경험하는 걸 좋아하긴 하지만, 특히나 게임처럼 무언가 퀘스트가 주어지고 그것에 대한 성취감을 보상받아서, 그 느낌에 중독될까봐 새로운 게임들은 피하는 편이긴 하지. 그래서 나는 주로 비행기나 장거리를 이동할 때, 동승자가 없을 때 게임을 하곤 해.
또는, ‘놀이’가 여러 사람이 함께 참여하는 사회적 행위이기도 하고, 머리를 쓰는 전략을 요구하기도 해.
그렇지만 나는 즐거움을 위해서라면, 게임보다는 다른 일을 할 것 같아. |
|
|
요즘 넷플릭스에 엄청 핫한 프로그램이 있지?
바로 「흑백요리사」!
유명한 쉐프(셰프라고 적어야 할지 고민을 좀 했어)들로 이뤄진 ‘백수저 팀’과 최근 커뮤니티들에서 화제였던 무명 요리사 ’흑수저 팀‘으로 나뉘어 경쟁을 하고, 마지막에는 팀과 관계없이 최고의 요리사 1인을 선발하는 프로그램이야.
이게 매주 화요일마다 3-4편씩 공개가 되었는데, 마침 내가 화요일이 가장 수업이 많은 날이거든?
그 피곤함을 이겨내고 집에 와서 「흑백요리사」를 보는 게 한달 간 나만의 화요일의 즐거움이었어.
나도 요리하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
특히나 백수저 쉐프들의 옛날 이야기들은 그들이 얼마나 치열한 삶을 살아왔고 동시에 요리에 얼마나 진심인지 엿보게 해줘서 감동까지 느낄 수 있었지. |
|
|
거기에 출연한 사람들은, 그러니까 요리가 가장 좋고, 지금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는 거잖아?
마치 어릴 때 우리가 하고 싶은 게 뭔지, 내가 잘 할 수 있는게 뭔지 고민했던 것 중 하고 싶은 것을 찾아서 이뤄낸 사람들일 거야. 어쩔 수 없이 생계의 수단으로 요리를 하게 된 출연자도 있긴 했지만.
나 역시도 요리하는 걸 좋아하고 다양한 음식들을 만들어보지만 전문적으로 요리를 직업으로 삼고 싶다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거든?
그래서 그런 생각이 드는 거야.
우리는 정말 좋아하는 일을 일종의 ’성역‘처럼 남겨두고 있지 않을까? |
|
|
좋아하는 것을 업으로 삼기는 정말 힘들다고 하잖아. 그런 사람들더러 대단하고, 또 부럽다고도 말하고.
좋아하는 것을 발견하기도 어려운데, 그걸로 돈까지 벌 수 있다는 게, 어찌보면 정말 원하는 것을 전부 이룬 것처럼 보이지만 그 자리까지 올라가기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생각하게 돼.
나는 어릴 때 수영을 오래 했었어.
만약 내가 수영 선수가 되기를 희망해서 지금까지 수영선수를 하고 있다면?
그렇다면 지금의 나에게는 수영이라는 취미가 없었겠지?
그리고 일상에서 벗어나 ’물‘이라는 공간에서 중력과 거스르는 운동에서 얻는 색다른 감각에 몸을 맡길 수도 없었을 거야. 내게 수영이 아닌 다른 일상이 있기에 나는 이 비일상을 누리며 기쁨을 누리고 있지.
다른 이야기를 해볼까?
나는 여행을 좋아하잖아.
그래서 여행가이드를 생각했던 적이 잠시 있었어.
하지만 현실은 매우 달랐지.
임금도 적고, 같은 곳을 여러 번 가야 하고, 서비스 노동의 강도는 높았고. 매너리즘에 빠지기 쉬운 직업이더라고. |
|
|
어느 일이든 마찬가지일 거야.
우리는 내가 원하는 것, 좋아하는 것을 위해서 대학에 진학했지만 실상은 내가 좋아하는 것을 좇을수록 오히려 수반되는 매너리즘들에 열정을 빼앗기기 십상이라는 거지.
그래서 내게 취미는 성역처럼 숭고하게 느껴질 때가 있어.
내가 이를 수 없는 높은 경지, 혹은 이미 그 정도에 오를 만한 의지와 능력의 부족을 나도 모르는 새에 인식하고 있는 상태에서 오히려 우리는 다 내려놓고 순수한 마음으로 그것을 즐길 수 있지 않을까? |
|
|
🫥확실히 구별, 구분할 수 있는 영역이 점점 줄어드는 기분이야. 나이가 들수록 명확한 것은 거의 없고 진실이라고 믿고, 알고 있다 생각했던것도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노트를 쓸 때도 그런 것들이 걱정이야. 나는 평생에 걸쳐 사유하면서 살고 싶은데, 이렇게 내가 한 말들과 나의 과거의 생각들에 갇히지 않을까 걱정을 해. 하지만 이런 조심스러움을 갖고 있다는 것 자체로도 괜찮다는 걸 알지만, 그렇지만! 또 스스로를 너무 오냐오냐 할 순 없기도 하고? 스스로에 대한 고집이 옅어지는 게 혼란스러울 수도 있지만 동시에 그게 내가 지향하는 바라는 걸 알게 되어 기뻤어, 나는. 최대한 많은 기억이 되고 싶어.
게임 → 흑백요리사 → 취미 → 취미는 취미라서 숭고한 것!
이렇게 이어지는 잡생각들!
사실 나도 지식을 쌓는 게 좋고, 책을 읽으며 넓어지는 세계와 확장되는 질문들이 즐거웠어.
지금도 마찬가지고, 하지만 나의 일과 취미가 전부 ‘책’에 있다는 게 가끔 답답해서 영화나 운동, 요리로 주의를 환기하려고 해! 발레도 그 일환!
발레 수업을 처음 들었을 때, 몸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거든?
내 몸이기 때문이 아닌, 그저 ‘몸’이 가지는 숭고였어.
그리고 기쁨과 유희.
안녕, ?
무슨 취미가 있어?
아니면 바랐지만 포기하게 된 무언가가 있을까?
😎
✨카미노트에 남기기✨
⬇ |
|
|
베른하르트 슐링크 - 『책 읽어주는 남자』
"나는 갑자기 소스라치게 놀랐다. 나는 내가 한나의 체포를 당연하고도 잘된 일로 생각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것은 비난이나 고발된 내용의 무거움 혹은 혐의의 중대함 때문이 아니었다. 사실 이런 것에 대해서 나는 아직 자세한 것을 전혀 모르는 상태였다. 오히려 그것은 그녀가 나의 세계와 나의 삶으로부터 도망쳐 감방에 갇혀 있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녀를 나로부터 멀리 두고 싶었다. 아주 멀리. 그리하여 나는 그녀가 지난 몇 년 동안 내 가슴속에 만들어진 모습대로 단순한 추억으로 남게 되길 바랐다. 만약에 변호사가 승리를 하면, 나는 다시 그녀를 만날 것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녀를 만나고 싶은지, 그녀를 만나야 하는지 나 자신에게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나는 변호사가 승리하지 못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한나가 지금까지 도주를 시도하지 않았다면, 왜 지금에 와서 도주하려고 하겠는가? 그리고 그녀에게 숨길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그 당시에는 그 밖의 다른 법적인 체포 이유는 없었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