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은 어땠어? 오늘 날짜 2024.09.23 월
그르노블 날씨 저녁부터 비가 내려
오늘의 점심 내가 가장 좋아하는 김치찌개!
오늘의 달 🌖 다시 작아지고 있는 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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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서 바라보기
저번에 『신앙』이라는 책을 읽고 있다고 말했었는데 드디어 주말동안 그 책을 가지고 모임을 진행했어
!
총 4편의 소설과 2편의 에세이로 구성되어 있는데 먼저 책의 제목이기도 한 「신앙」은 ‘사이비 종교’에 대한 것이고, 「생존」은 미래에 인간들의 ‘생존율’로 등급을 분류해 생활 전반에 격차를 보이는 세상에 대한 이야기야. 세 번째인 「토맥윤기」 역시 「생존」과 같은 세상을 다루고 있고, 「컬쳐쇼크」는 ‘균일’이라는 세상에서 살다가 ’컬쳐쇼크’라는 세상으로 넘어온 인물이 겪는 이야기야. 「쓰지 않은 소설」은 클론을 구입한 ‘나’에게 벌어지는 내용이고, 「마지막 전시회」라는 제목의 단편으로 끝나.
각각의 작품들이 신선하고, 때로는 현실과 멀지 않은 것 같아서 섬뜩하게 느껴지기도 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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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 역시 재밌게 읽었던 내용들을 공유하고, 또 각각의 챕터들에 대한 코멘트도 빼먹지 않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었어.
그러다 나는 '될 수 있다면, 클론을 가지고 싶은가? 혹은 가질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졌어. 우리 모임은 이렇게 갑작스럽거나 혹은 주제와 벗어난 질문들을 나누곤 하거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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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의 주인공은 “‘거의 로봇청소기에 버금가는 편리함’”이라는 친구의 권유에 이끌려 가전제품매장에서 클론 네 대를 주문해. 그리고 자신을 나쓰코A라고 하고, 각각의 클론들에는 나쓰코B, 나쓰코C, 나쓰코D, 나쓰코E라는 이름을 붙여줘.
나쓰코B는 가사와 요리를 담당하고, 나쓰코C는 나를 대신해서가 아닌 클론으로서 다른 직장에 나가서 일을 해. 나쓰코D는 아이를 갖고 싶은 나쓰코A가 출산을 시키려고 마련했고, 나쓰코E는 한 클론에게 과부하가 왔을 때 서포트하는 역할을 하지.
잠깐만, 읽다가 조금 이상함을 느꼈어.
편리하려고 클론을 구매했는데 5명의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 클론이 또다른 경제활동을 해야 한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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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만약 구매하게 된다면, 어떤 이유에 초점을 맞추는지 등등 논의가 나왔어. 그런데 한 친구가 클론을 갖고 싶지만 오래는 아니고 2주정도만 누리고 싶다고 말하더라고. 이유도 너무나 신선했어.
‘나’를 밖에서 보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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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키소스’의 신화가 나올 때, 혹은 ‘거울’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우리는 자신의 모습을 스스로의 눈으로는 볼 수 없다고 말해. 당연한 것 같아.
보는 주체와 보이는 대상이 동시에 같은 것으로 존재하기 때문이야.
가끔 마이크로 들리는 목소리나 녹음한 목소리들은 꼭 진짜 내 목소리 같지 않다고 느껴지지. 사진도 그렇고. 내가 생각하는 내 모습과, 혹은 내가 거울이나 전면카메라로 보는 내 모습과 또 남이 찍어주는 사진 속 모습이 달라.
그래서 그 친구는 자신을 2주정도만 외적으로 관찰하고 싶다고 이야기했어.
자신만의 버릇들도 보고 싶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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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나는 편의성을 위해서라면 클론을 사고 싶지만, 내 클론이기 때문에 나의 성격이 반영이 되는 것이라면 아마 안 살 것 같다고 말했어. 나는 나를 잘 아니까, 원본인 나의 편의를 위해 무언가를 해줄 것 같진 않더라고.
게다가 나는 경험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클론이 아무리 나 대신 프랑스어를 연마한다고 해도 내가 프랑스어를 할 줄 모른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고 느꼈어. 클론은 나에게서 파생되었지만 더이상 내가 아니잖아. 그런 차원에서는 시간 분배를 위해 클론을 만든다고 해도 의미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 내가 생각하기로는, 나의 어떤 클론이라도 책을 읽고 싶어하고, 요리를 하고 싶어하고, 대화를 나누고 싶어할 것 같거든. 아마 모두가 노트를 쓰고 싶어하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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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지고 싶은 걸 타인에게 선물할 때, 지켜야 하는 게 몇 가지 있어. 그의 취향을 확실히 알고 그가 했던 말이나 관심을 보였던 물건에 대한 기억이 정확해야 해. 그리고 나와 코드가 맞아야지. 그런 이들에게만 선물할 수 있어. 예를 들어 내가 좋아하는 문구나 캐릭터(피규어나 주방,욕실 소품),디퓨저나 꽃다발,악세사리,양말 같은 것들. 다 내가 가졌더라면 느꼈을 기쁜 반응을 보여주더라고.그 물건을 사고 내가 사용할 모습을 상상해보고 실제로 가지진 못하지만 선물하는 이가 기뻐하고 자주 애용하는 모습을 보면서 만족하나봐.
저번 답장에 이은 새로운 답장이네! 아무거나 내가 원하는 것을 주는 게 아니라, 결국 모든 정보를 취합해서 선물하는 아주 중대한 사안이였군…그거 알아? ‘환대’는 곧 ‘선물’과 같대. 나는 그래서 물성이 없는 선물을 자주 하려고 노력해.
🏃♀️과거도 미래도 아닌 현재에 집중하는게 진짜 어려운데, 행복하기 위한 최선인 것 같더라고! 한달 전부터 주에 2~3회 달리기 시작했는데, '지금' 달리는 내 호흡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잡생각 떨쳐내기 참 좋았어. 잠 잘 자는 건 물론이고, 뿌듯하고 세상 어떤 일도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마구마구 생겨! 예전에는 정신은 컨트롤 해야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심장의 근육이 마음의 근육이라고 느껴. 이번 주말에도 달려야겠다! 카미노트 이번주도 내 아침을 밝혀줘서 고마워~~~
꼼꼼히 읽어주고, 코멘트까지 남겨줘서 나야말로 고마워! 이 코멘트를 읽고 주말에 마트에 갈 때 신나서 러닝을 해봤어! 공복러닝을 하다가 한번 크게 아파서 그 뒤로 그만뒀었는데 덕분에 오랜만에 땀나고 뿌듯하게 운동해본 것 같아. 내 친구가 일전에 말했던 ‘클럽명상법’이 떠오르기도 하고!
, 주말에 잘 쉬었어?
나는 이걸 쓰고 있는 일요일 밤까지 사건이 있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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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타 사야카_「마지막 전시회 Die letzte Ausstellung」, 『신앙』
“나는 긴 여행을 했습니다. 이 별은 ‘휴포포로라휸’이라는 개념이 있는 별입니까?”
“음성이 확인되지 않습니다. 다시 한번 말씀해주세요.”
로봇 마쓰카타가 말했다.
“‘휴포포로라휸’. 역시 번역이 안 되는 건가. 이건 토코론론별의 언어라서 저도 뜻은 잘 모릅니다. 저는 ‘휴포포로라휸’이라는 개념이 존재하는 별을 찾아 계속 여행을 해왔습니다.”
[…]
“…하루는 토코론론별이라는, 조금 멀리 떨어진 곳에 도착했어요. 그 별은 아주 아름다운 데다 다들 친절했고 ‘휴포포로라휸’을 소중히 여겼습니다. 특히 칼이라는 친구는 제게 그 물체를 많이 보여줬어요.
[…]
‘휴포포라휸’은 토코론론별 사람들 특유의 개념이겠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 칼의 말에 따르면, 그것을 보면 몸 속에 꽃이 핀다고 합니다.”
“꽃.”
로봇 마쓰카타는 침묵했다.
“예술.” 마쓰카타가 중얼거렸다.
“'휴포포라휸'은 인간의 언어에서 '예술'과 많이 비슷합니다.”
[…]
“이 별에 인간이라는 생물이 있었습니다. 만 년쯤 전에 멸종했습니다. 백여 명 정도가 남았을 때 인간은 ’예술’을 많이 보존해두고자 했습니다. 그걸 위해 나를 만들었습니다. 나의 몸 안에 수많은 ‘예술’ 있습니다.”
[…]
“고마워요. ‘휴포포라휸’과 ‘예술’이 꽤 비슷한 개념일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생겼습니다.”
K는 마쓰카타에게 ‘예술’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예술’을 사랑하는 인간이라는 생물의 행동에 대한 다양한 설명도 들었다. K는 그들이 ‘전시회’라는 행동을 한다는 부분에 착목했다.
“우리도 해보지 않을래요? 어쩌면 다른 별에서 ‘휴포포라휸’이나 ‘예술’을 보러 우주인이 올지도 몰라요.”
“아주 기쁩니다. 계속 기다리는 것 지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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